'신혼부부들의 세계여행, 그들은 왜?' TV를 보며 우리를 떠올리다

나는 TV를 잘 안보는 편이다. 의도적으로 피한다기 보다는 계속 보지 않다보니 안보게 되었다. (음?)
예전에는 'EBS 세계 테마기행'이나 'KBS 걸어서 세계 속으로' 같은 대리만족 여행 프로를 즐겨봤는데, 요즘에는 그마저도 보지 않는다. 가끔 이슈가 되는 '꽃할배'나 '삼시세끼'같은 프로그램은 인터넷으로 찾아 보고, 공중파는 가족들이 틀어놓은 '아빠! 어디가' 같은 예능 프로를 곁눈으로 볼 뿐이다. (모아놓고 보니 꽃할배나 삼시 세끼나 아빠 어디가나 다 여행이라는 공통 분모가...) 


그런 내가 모처럼 관심있게 본 TV 프로가 있으니 SBS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뉴스토리(NEWSTORY)'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오후 9시라는 황금시간대에 편성한 것도 놀라웠지만, 15분 정도의 지겹지 않은 길이로 편집된 세 꼭지의 이야기가 모두 흥미로웠다. 사실 처음 한 꼭지를 보고난 후에 아이를 재워야 해서 나머지는 기억해 두었다가 다시보기로 돌려봤다. 그중 한꼭지인 후스토리(WHO STORY)를 소개해 볼까 한다. 바로 세계여행을 신혼여행으로 떠나는 요즘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못 보신 분들은 아래 플레이 버튼을 누르시길~! 

상황은 좀 다르지만, 눈 앞에 둔 재취업의 기회를 포기한 나와 한창 벌어야 할 시기에 육아휴직을 한 스티브, 아이의 취학 전에 함께 몇 번의 장기 여행을 선택한 우리 가족의 이야기와 닮아있어 정말 초집중하고 봤다. 내용중 정말 비슷했던 부분은 부모님께서 많이 걱정을 하셨다는 것. 우리는 딸린 식구들이 있어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처음 1년의 '안식년'을 선포했을 때 친정 부모님께서는 말씀을 잃으셨고, 시부모님께서는 '그래도 아이들 키우려면 저축을 해야하는데..'라는 걱정어린 말씀을 반복하셨다. 영상 속 부모님들처럼 원망할까 말릴 수도 없고, 이해한다고 해도 찬성할 수 없으셨을 듯.  


맞다. 여행은 여행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철없이 굴지 말고, 남들처럼 직장 생활에 충실하고 아이들 잘 키우면서 한푼한푼 모아 잘 살았으면 하는게 우리 부모님의 바람일 거다. 그래도 난 '앞으로 함께 살아갈 긴 시간을 위한 긴 도약'이라는 어느 부부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막상 꿈처럼 생각했던 1년이 지나고 보니 표면적으로는 맞벌이를 하며 벌어놓은 얼마간의 돈도 다 썼고, 벌지 못한 기회비용까지 따지면 금전적으로 막심한 손해였다. 외벌이이자 가장인 스티브의 진급도 늦어져 앞으로 우리는 다른 진로를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이 서로 소원해지기 시작한 시기, 결혼 10주년 즈음 하여 함께 보낸 긴 시간과 쌓아둔 추억은 앞으로 함께 할 더 많은 날들을 위한 비옥한 거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함께 보낸 시간의 힘. 그게 바로 가장 강력한 우리의 무기이다. 



▲ 기존에 가지고 있는 것들을 포기하고 떠날 수 있는 사람은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가 분명하게 있기 때문이라는 심리학자의 의견. 




▲ 돈이 많든 적든 관계없이 경험적인 것에 가치를 두는 소비 패턴으로 시장이 바뀌고 있다는 소비자학과 교수의 이야기.
   그렇다. 결코 돈이 많아 떠나는 게 아니다!!




 오랜만에 TV 보고 감동받아 중얼대며 지난 여행 사진들을 들춰봤다. 스페인 론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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