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시가드 입으면 어글리 코리안?

방콕여행 7일차, 언젠가 하려던 이야기인데 잊을까봐 간단하게나마 블로그에 남겨본다.



수영장 썬배드에 앉아서 애들 노는 걸 보고 있는데, 노르웨이에서 왔다는 아저씨 한 분이 말을 걸어왔다.

대화의 시작은 상투적인 인사. 어디서 왔냐 휴가냐 뭐 이런...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질문 하나 해도 되냐면서 무척 뜸을 들였다.

좀 예민한 문제라 질문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들어보니 요지는 래시가드였다.

왜 한국인들은 수영복 위에 또 옷을 입고 수영을 하냐는 거다.

태양이 뜨겁지 않은 날에도, 바다 뿐 아니라 호텔 수영장에서도 입는 걸 보면 피부가 드러나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는지 궁금하다는 것.


글쎄... 왜 그럴까?

햇빛에 조금이라도 타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올록볼록한 뱃살을 남 보이기가 창피해서?

한국 뿐 아니라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문화 특성(동방예의지국)이라?


대충 짧은 영어로 이렇게 답했는데, 사실 드러내고 이야기하지 않을 뿐 외국 수영장에서 래시가드 입고 셀카만 찍는 한국인은 언제나 조롱의 대상이다.

그들에게 래시가드는 종일 해변에서 서핑할 때, 다이빙시 체온 유지를 위해서, 아님 어린 아이들이 화상방지를 위해 입는 것이기 때문.

일조량이 많지 않아 늘 태양만 보면 웃통을 벗어 젖히는 그들에게 몸을 꽁꽁 숨기는 우리의 모습은 어색하다 못해 우스운 듯 했다.
내게 질문한 아저씨도 'respect'라는 단어를 쓰면서 계속 웃음을 참지 못했다는. (내가 입지 않고 있어서 맘놓고 웃어도 된다고 생각했던 걸까? ㅠㅠ)


나는 래시가드를 입건 벗건, 모처럼 떠난 휴간데 너무 남 눈 의식하지 말고 당당하고 재미나게 잘 즐기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시끄러운 중국인보다 더 보기 싫은건 뒤에서 쭈뼛거리는 우리 모습이다.

래시가드를 입는 우리(아시안)와 아무데서나 비키니 상의를 벗는 그들(웨스턴)은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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