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로그 그린 데이 2013. 12. 13. 04:08
약속시간이 다 되었는데,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모자만 눌러 쓰고 나섰다가 홀딱 젖을 것 같아 다시 집으로 들어가서는, 우산 대신 카메라를 챙겨 들고 나왔다.몇 걸음 걷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가는 사태가...; 한 팔에 우산을 끼워 들고, 두 손으로 카메라를 받히고, 폼은 영 안났지만 그래도 집 앞 눈오는 풍경을 담을 수 있어 좋았다. 내 시선 만큼이나 따뜻해 보이는 사진 속 풍경도 참 좋다. 합정 카페, B급 코드의 대표주자 '쓰리고 카페'. 근처에 술집도 냈다가(아직 있나?) 최근엔 상수동에 분점을 크게 냈다. 부제는 '청춘 발전소, 문화 용광로'. 소복소복 눈 쌓이는 합정역 풍경. 합정 카페골목엔 연말 분위기가 물씬. 이 샛골목은 지날 때마다 일본에 온 것 같은 분위기. 두 집은 같은 주인임이 ..
라이프 로그 그린 데이 2013. 9. 6. 14:30
우리 동네에는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점심은 40인분, 저녁은 45인분만을 파는 식당'이 있다. 점심시간은 12시부터 3시까지, 저녁시간은 5시 30분부터. 손님이 많아 준비된 재료가 일찍 떨어질 경우에는 그날 주문을 마감하며 문을 닫는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 예약은 안되고, 두 대 정도 차를 댈 수 있는 주차장이 있지만 대부분 빈 자리가 없다. "뭐 이렇게 까다로운 식당이 다 있어? 대체 뭘 팔길래?" 오후 1시 무렵, 이 앞에는 늘 대기석까지 북적이는 사람들이 있다. 몇번을 마음먹고 갔다가 긴 줄을 보고 지나치기를 몇 차례. 포기할 즈음 근처를 지나다가 우연히 늦은 점심을 먹게 됐는데, 오~ 음식이 참 괜찮다. 파스타에 와사비를 넣고, 소시지를 넣었는데 어색하지 않고 맛있다. 독특하고 맛..
라이프 로그 그린 데이 2013. 3. 22. 13:30
지난 한달은 내게 정말 잔인했다. 계속되는 한파에 겨울의 끝은 보이지 않았고, 봄방학을 맞은 첫째와 혈기왕성한 둘째녀석을 오롯이 나 혼자 감당해야 했다. 게다가 집안에 경조사까지. 주말도 없이 매일 자정이 넘어 퇴근하는 남편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그가 집을 비운 사이, 퇴근도 없이 일해야 하는 나는 무척 힘이 들었다. 그리고 3월. 새 학기가 시작되고, 15개월 둘째도 기관에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가 어려 고작 1~2시간 머물다 오는 것이 전부이지만 앞으로는 조금씩 내 시간을 쓸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이니 그래도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요즘 나는 둘째가 원에 가 있는 동안 근처 카페에서 글을 쓰곤 한다. 몽환적인 음악이 흐르는 반지하 카페에 앉아 카페라떼를 홀짝이며 타탁타탁 자판을 두드리는 맛이 아주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