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 바람 계곡의 로맨틱 트레인 '토롯코 열차'

신록이 우거지는 여름의 길목, 이맘때면 생각나는 여행지가 있다.

교토 외곽, '바람산'이라는 이름의 아라시야마(嵐山)다. 



여름, 아라시야마


▲ 계곡과 숲이 어우러진 아라시야마


아라시야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사찰 '덴류지'와, 덴류지를 감싸는 대나무 숲 '치쿠린'으로 알려진 곳이다.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히는 울창한 대나무길, 오래된 사찰과 점차 짙은 초록빛으로 물들어가는 계곡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 아름다운 대나무 숲길, 치쿠린


특히 영화 '게이샤의 추억'의 배경으로 알려진 아라시야마 치쿠린은 곧게 뻗은 대나무가 촘촘하게 이어지는 아름다운 산책로다. 옛 귀족들이 별장을 짓고 신선놀음을 했다는 이 푸른 숲에서는 초여름의 습한 더위도 힘을 쓰지 못한다. 나무 사이로 바람이 불 때마다 사그락사그락 잎 스치는 소리가 좋다. 



바람 계곡의 '토롯코 열차'



1Km 남짓 이어진 치쿠린의 울창한 대숲을 빠져나오면, 난데없이 소박한 기차역이 나타난다.

산 중턱에 웬 기차역인가 싶지만, 이곳은 아라시야마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필수 코스인 '협곡열차'가 서는 곳이다. 

까마득한 낭떠러지 사이를 달리는 열차의 이름은 귀엽게도 '토롯코 열차', 다른 이름으로 사가노를 기점으로 출발한다고 해서 '사가노 로맨틱 열차'라고도 한다. 



'토롯코'라는 이름은 광산이나 토목공사에 쓰이는 작고 지붕 없는 화물차를 말한다. 일본에서는 1989년 JR노선을 새로 정비하면서 기존에 운영하던 사가노 계곡 구간을 폐선했는데, 이후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계곡 쪽 노선을 살려 장난감 기차처럼 알록달록하게 개조한 5량 짜리 디젤 기관차를 놓아 관광열차로 쓰고 있다. 


▲ 오픈 열차인 5호 객차, 더치리호


열차 내부는 옛 느낌을 내기 위해 나무좌석으로 꾸며졌다. 특이한 점은 5량짜리 기차의 마지막 칸인 5호 객차는 유리창을 제거한 오픈카 형태라는 것이다. '더리치호'라고 불리는 특별한 5호칸 좌석은 당일, 현장, 선착순 구매만 가능해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이 자리를 차지하려면 무조건 서둘러야 한다. 



절벽을 따라, 교토의 숨은 협곡을 탐험하다


▲ 까마득한 낭떠러지 사이를 달린다. 


토롯코 열차는 사가노를 기점으로 호즈강 계곡을 따라 가메오카까지 이른다. 사가 역 > 아라시야마 역 > 호츠쿄 역 > 가메오카 역으로 이어지는 약 7.3Km 구간을 훑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5분. 여행자들은 보통 사가에서 출발해 아라시야마에 내린 후 치쿠린과 덴류지를 둘러보는 코스로 여행하거나, 호츠강을 따라 뱃놀이를 즐기며 도게츠교까지 내려간다.   



계곡의 절벽을 따라 봄이면 흐드러진 벚꽃, 가을에는 오색 단풍으로 물드는 숲을 구경할 수 있어 인기인 토롯코 열차. 

초여름에는 흐드러진 수국과 아직 약이 오르지 않은 싱그러운 초록을 바람과 함께 만날 수 있어 더욱 좋다.



창문이 없는 열차를 타고 수많은 터널과 다리를 지나며 교토의 숨은 협곡을 탐험하는 기분은 그야말로 최고~!



계곡 너머로 고즈넉한 사찰과 귀여운 너구리 상이 있는 풍경을 감상하고, 급류를 따라 래프팅을 하는 여행자들에게 손을 흔들어보는 것도 이 열차를 타는 재미다. 관광 열차라 감상 포인트에서는 열차가 잠깐 정지해 사진촬영도 할 수 있다. 



사가노 로맨틱 열차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




로맨틱 열차라는 별명에 걸맞게 아름다운 외관을 뽐내는 토롯코 열차. 이 앞에서 기념사진은 필수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기념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일본은 명소마다 지역의 특징을 담은 스탬프가 준비되어 있어 모으는 재미가 있다.



열차를 소재로 한 그림엽서와 기념품 구매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 움직이는 토롯코 열차 모형은 아이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 사가노 로맨틱 열차 홈페이지 


조금만 고민하면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풍부한 산림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탄광열차에서 '로맨틱 열차'로 재탄생한 토롯코 열차처럼 말이다. 얼핏 정선의 레일바이크가 떠올랐던 토롯코 열차 여행, 계곡을 따라 가깝게 펼쳐지던 청록의 강과 수풀이 우거진 그 낭만적인 풍경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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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광장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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