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아이와 뭐 하고 놀까?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남산골 한옥마을

지난 월요일에 개학했는데, 고작 일주일 지나 설이 찾아왔다. 다음 주 금요일에는 종업식을 한다는데, 그러면 또 보름간의 봄 방학이 시작되겠지. 


이건 대체 개학인가 아닌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설 연휴가 시작되는 주말, 아이와 갈만한 곳을 검색해 서울 나들이를 다녀왔다. 


'올해는 스케이트장 한번 못 가보고 방학이 다 끝나버렸다'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마지못해 나섰지만, 아이들과는 오랜만에 겨울 나들이라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 남산골 한옥마을까지 알차게 즐긴 하루였다. 


날은 좀 흐렸어도 마침 기온이 따뜻했고, 미세먼지도 적어 바깥 활동을 하기에도 괜찮은 날씨였다는. 



연휴 첫날,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풍경




주말, 게다가 설 연휴 첫날에 시청 한복판에 있는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이라니.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탈 수는 있을까? 잔뜩 겁을 먹고 갔으나 우리가 탔던 11시 반 타임은 생각 외로 붐비지 않았다.



설 귀경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설은 설인가 보다 하며 주말치고는 나름 한산한 빙판을 누볐다. 



평소에는 초록 잔디로 덮여있는 서울광장에 설치된 스케이트장은 겨울에만 스케이트장으로 변신한다. 올해는 특별히 에어돔을 설치해 바람을 막고, 돔 안에 북카페, 매점,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을 설치해 더 따뜻하게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설 연휴 내내 문을 연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이용료는 스케이트 및 안전모 대여료 포함, 1시간에 1000원으로 무척 저렴하다.

이번 설 연휴 기간(2/4~6)에는 설맞이 이벤트로 전통놀이 체험, 안전 양궁 체험, 전통 복주머니 만들기 등 다양한 행사를 연다고 하니 자세한 사항은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홈페이지(http://www.seoulskate.or.kr)를 참고하자.

[Tip] 네이버 예약을 통해 미리 입장 시각을 지정해 티켓을 구매하면 헛걸음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매표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대여소에서 스케이트를 빌릴 수 있다. 스케이트 대여는 예약 시각 15분 전부터 할 수 있으며, 가장 인기 있는 타임은 점심시간 후인 2시 30분 인 듯.
▶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예약 바로가기 



▲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예약 화면





남산골 한옥마을 활 만들기 체험, 만들고 쏘고! 



스케이트를 즐긴 후, 아쉬움이 남아 찾아간 남산골 한옥마을. 설맞이 행사를 기대했으나 이곳도 마찬가지로 본격적인 설 연휴가 시작되는 2월 4일부터 6일까지 '돼지의 설'이라는 주제로 공동 차례 지내기, 입춘첩 쓰기, 마당놀이 등 여러 행사가 열린다. (참고: 남산골 한옥마을 홈페이지 https://www.hanokmaeul.or.kr)






▲ 웬일로 찍어달라고 포즈 취하는 둘째군

세시 행사나 마당놀이 공연까지 봤으면 더 좋았겠지만, 사실 우리가 한옥마을을 찾은 이유는 활을 만들기 위해서다.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2월 14일까지 다례체험, 떡 만들기, 활 만들기, 천연염색 체험 등 아이와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 해보고 싶은 체험이 있다면 서둘러 들러볼 것. 


 색실이 아닌 색 테이프로 활을 감아 장식한다. 오방색으로 꾸며보겠다는 아이들.

활 만들기 체험은 대나무 활과 화살, 장식 재료를 활용해 우리의 전통 활을 만들어 보고, 활쏘기 방법을 배운 후 직접 쏴보는 활동이다. 평일은 예약제로 운영되지만, 주말과 설 연휴 기간에는 상설 체험으로 진행돼 따로 예약하지 않아도 된다. 전화로 문의해보니 이날은 오후 4시까지만 현장에 도착하면 체험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해 점심을 먹은 후 여유 있게 도착했다. 

[Tip] 상설 체험이라고는 하지만, 야외에 설치된 작은 공간이라 10명 남짓한 인원이 차면 기존 인원들이 활을 다 만들 때까지 체험을 받지 않는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많으니 꼭 체험해야겠다면 홈페이지에서 예약하자. 
▶ 남산골 한옥마을 활 만들기 예약하기 



 테이프 좀 끊어줬다가 혼만 났다. 이제 혼자 다 하고 싶다고.


활은 총 4종류가 있었는데, 고급(11,000원 + 화살 4개), 중급(8,000원 + 화살 3개), 기본(6,000원 + 화살 1개), 그리고 유아용(5,000원 + 화살 1개) 활이었다. 다른 점을 물었더니 활을 이루는 대나무의 휨과 방향, 화살 개수의 차이라고 했다. 단단한 대나무는 열을 가해 휜 후 굽은 면을 반대로 휘면 더욱 힘이 좋은 활이 된다고 했다. 


활을 만들기 전, 선생님께서 먼저 전통 활에대한 설명을 해주시는데 열을 가한 후 뒤집은 것은 고급, 열만 가한 것은 중급, 대나무 그대로를 다듬은 것은 기본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활이라 요즘은 설 물량을 맞추기 어려워 고급 활은 제작하지 않는다고. 아쉬운 대로 중급 활을 집어든 아이들. 완성하는 데까지 30분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밖에 설치된 오방색 과녁. 만든 활을 맘껏 쏘아볼 수 있다.

활 자체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대나무를 휘어 만든 활에 색 테이프를 감아 꾸미고, 활촉에 뽁뽁이가 빠지지 않게 잘 끼우는 것이 전부다. 그래도 아이들은 무척 진지하게 만들었다. 전통 활이니 오방색으로 꾸며야 한다며, 오방색이 검정, 흰색,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임을 상기한 아이들. 초록이 오방색에 들어가네 마네 투닥거리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커서 링크(게임 젤다의 전설에 나오는 주인공) 같은 양궁선수가 되고 싶다는 둘째 녀석과 동생에게 지기 싫어하는 큰아이는 오방색으로 꾸며진 과녁에 시위를 겨누고 연신 활을 쏘아댔다. 아직 설 전이라 한산한 한옥마을은 그야말로 아이들 놀이터였다. 


밖이 추워서인지 화살이 잘 과녁에 붙지 않았는데, 집에서 해보니 10m는 거뜬히 날아가 잘 붙는 듯. 거실 유리창이 커다란 과녁이 되었다. 



남산골 한옥마을에 들르면 빠지지 않고 얼굴을 넣어보는 전통 복장 체험.

이제 안아주지 않아도 쉽게 포즈를 취하는 것을 보며 아이들이 많이 큰 것을 느낀다. 


▲ 아이들과 함께 볼만한 다양한 무료 공연이 열리는 남산골 한옥마을


며칠 전, 남편과 둘만의 여행을 다녀온 후 이제 아이들과 투닥대며 지낼 날도 몇 년 남지 않음을 실감했다.

일단 집을 나서니 별로 춥지 않았다. 
올해는 가족과 조금 더 가까이 지내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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