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가족여행을 준비하며...
-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발리
- 2009. 9. 2. 13:08
이해인 수녀가 유학시절 어머니께 받았다는 편지를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나 어린 시절에 누구를 막론하고 환갑이라면 인생은 고비로 접어들어 마지막이라 싶었는데 꿈결같이 돌아온 오늘 나의 61번째 생일을 맞고 보니, 한평생이 짧아 허전한 마음을 금치 못해요." (출처: 이해인 수녀의 사모곡 '엄마'/ 샘터사)
요즘은 '인생은 60부터', '제3의 인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높아졌으니 환갑이 한평생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장성한 자식들을 떠나보내고 맞는 엄마의 생신, 그 외롭고 허전한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스티브와 나는 올해 61번째 생신을 맞는 친정엄마, 그리고 작년 이맘때 환갑이셨지만 몸푼 지 얼마 안된 딸내미 뒷치다꺼리 하느라 정신없어 생신을 지나쳐버린 아부지를 위해 짧은 가족여행을 계획했다.
그동안의 여행 스타일이 항공권만 끊어놓고 모든 걸 여행지에서 현지식으로 해결하는 '배낭형 프리 스타일'이었다면 이번 여행은 여행지 선정부터 항공권, 호텔, 교통, 여행코스까지 미리 알아보고 예약한 '트렁크형 준 패키지 스타일'.
사실 모든 경우의 수를 꼼꼼하게 검토하며 일정 하나하나를 부모님과 사전에 협의하고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부담스럽고 살짝 성가시기도 해 시중 여행사 패키지 상품에 눈을 돌려보기도 했지만, 함께 계획한 코스로 여행하며 즐거워하실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니 흐뭇함에 이내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렇게 결정한 이번 여행 컨셉은 '로맨틱 휴양형 가족여행!'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일정을 고려해 장소는 비교적 가까우면서 샐러리맨인 부부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멋진 해변과 각종 고급 서비스, 적당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는 인도네시아 발리로 선정했다.
발리에서 1시간 반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램봉안섬 해안에 떠있는 작은 배들
발리로 선정한 배경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고~ 앞으로는 그간 몇 번의 발리 여행에서 얻은 경험과 이번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새롭게 알게 된 유용한 정보들을 하나씩 올려보고자 한다. (한 달 넘게 포스팅을 쉬어서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포스팅이 될 수 있을지 좀 의심스럽지만... ㅎ)
몇 년 전 사진. 역시 '배낭형 프리스타일 여행'으로 2주간 떠났던 발리 + 길리 뜨라왕안 ('길리'는 섬이란 뜻).
가운데 보이는 로맨틱한 작은 케잌은 우연히 찾은 레스토랑에서 받은 뜻하지 않은 선물. (신혼여행 중임을 얘기했더니 잘생긴 젊은 총각이 이렇게 멋진...) 이번 가족여행이 부모님께도 re-honeymoon 같은 느낌이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