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쿠데타, 태국사태를 바라보며... (정치상황에 대한 이해)

먹거리 볼거리 많고 친절한 사람들이 있는 나라 태국. 치안과 여행에 필요한 인프라가 잘 갖춰졌으며 저럼한 물가까지~

위치적으로는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주변국으로 여행하기 위한 출발점으로도 태국은 유독 마니아가 많은 나라가 아닌가 싶다.


반정부 시위니 의회 해산이니 하는 얘기는 대다수 한국인에게는 앞으로 태국이 여행하기에 적절한 환경인지 판단하는 근거 이상의 의미는 없을지 모르겠지만, 태국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이번 사태가 일어나게 된 정치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푸미폰 국왕과 노란 셔츠입은 사나이

태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거리마다 걸려있는 국왕의 사진을 기억할 것이다.


태국은 입헌군주국으로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올해로 재위 62년을 맞이하고 있다. 엘리자베스2세 보다 긴 재위 기간(56년째)을 자랑하는 그는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와 존경을 받고 있다. 그는 소외계층에게 자애로운 후원자이자 정치적으로는 탁월한 위기관리자이며 사실상 최고통치자다. 경제적으로는 350억 달러(미 포브스지 8월 발표)의 재산을 가져 세계 국왕 중 최고 갑부다.

태국인들은 국왕 즉위 60주년이 되는 2006년부터 그의 무병장수와 존경을 상징하는 노란색 셔츠를 입고 있다. 매주 월요일(왕의 날)이 되면 관공서에서는 노란색이 아닌 옷을 입은 사람은 보기 힘들 정도이며 평상시에도 노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을 어디서든 쉽게 마주칠 수 있다.

태국 공항을 점거하고 있던 시위대는 국왕을 지지하는 판타밋(PDA 자유민주주의 연합)파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태국 중남부를 기반으로하는 대도시 중산층과 군부·기득권층으로이 주류다. 왕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노란색 셔츠를 입고 11월 26일부터 일주일간 탁신파 총리의 사퇴를 주장하며 방콕의 주요 국제 공항을 점거했다.


탁신과 그의 매제 솜차이 총리

연평균 1500만명이 찾는 관광지로서 높은 경제 성장률을 자랑하지만 빈부격차가 심한 태국.
탁신의 지지 세력은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농민과 빈곤층 및 화교내 일부 신흥세력들이다. 지역으로 보면 치앙마이를 중심으로 한 북부지방으로 한국으로 치면 전라도 같은 경제개발 후순위 지역.

탁신은 치앙마이에서 비단 매매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농민과 빈곤층의 지지를 받아 2001년 총리직에 올랐고 2005년 재선에도 성공. 무상에 가까운 의료서비스와 부채탕감등 친빈민 정책과 기업경영식 국가경영으로 IMF 극복했다. 그러나 자신과 가족의 부정부패문제가 불거져 2006년 군부 쿠데타에 의해 망명객 신세가 되었다.

망명자 탁신은 영국에 자리를 잡고 축적한 부로 맨시티 구단을 인수하는 등의 활동을 하다가 지난 12월 그의 오른팔 사막이 총선에 승리하자 다시 정계 실세로 돌아왔다. 그러나 사막 역시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나고 탁신의 매제인 솜차이가 집권 정당연합 의원들의 지지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판사출신의 솜차이 총리는 탁신의 누이동생 야오와파의 남편이다. 그는 오빠의 권세를 등에 업고 활동하던 부인의 정당이 해체되며 5년간 정계 활동이 정지되자 부인대신 정치활동을 시작하게 됬다.


공항을 점거한 노란셔츠의 사나이들

탁신-사막-솜차이로 이어지는 탁신파 정당의 계속된 승리. 계속되는 부정부패. 쿠데타를 일으켜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어도 사람만 바뀔뿐 계속되는 탁신파의 집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의 골이 깊어졌다.

시위대들은 탁신의 꼭두각시인 솜차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며 방콕의 주요 국제 공항을 점거했다. (전시도 아니도 어떻게 공항이 점거당하는 상황이 발생할수 있나 하겠지만 경찰도 군부도 내심 시위대를 지지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해결되지 않는 숙제가 있으니 설령 새롭게 정부가 탄생하더라도 탁신파의 한사람이 총리로 당선될 가능성이다.

위에서 말했듯 대부분의 태국인은 농민이나 빈민층으로 열렬한 탁신의 지지세력이다. 투표를 통해 총리를 선출한다면 다수결에 의해 탁신파가 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 지난 12월 3일, 결국 그들의 뜻대로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탁신파 정당이 해체되고 향후 5년간 정치활동을 못하게 됐지만 또 다른 인물을 내세워 당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왕의 뜻대로, 어메이징 타일랜드

12월 3인 헌재의 판결후 유일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연정에 착수, 7년만에 정권 교체를 눈앞에 두게 됐다. 민주당은 탁신파 일부를 흡수하고 다른 4개 군소정당과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 탁신 계열 인사들의 집권 연장 야욕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로운 연정 합의로 민주당 중심의 정당연합은 원내 과반수(221석)를 훌쩍 넘는 252석을 확보하게 됐으며 아비싯 웨짜지와 총재가 차기 총리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한다.

푸미폰 국왕은 재임 중 15차례의 쿠데타를 겪었다. 그는 73년 학생혁명 당시 군부 정권을 쫓아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80년대에는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를 두 차례나 주저 앉혔다. 그의 절제된 말 한마디에 정권의 향방이 달라졌다. 이번에도 그의 뜻대로 솜차이 총리가 물러났지만 국왕은 올해로 82세이고 건강도 좋지 않다. 그에게는 55세나 된 왕세자가 있지만 사생활이 깔끔하지 못해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왕의 권위는 언제까지 계속될지... 지켜볼 일이다.


< 태국의 상황을 빠르고 실감나게 알려준 블로거 소개 >

* '해리'님의 'Thai Happy Life 태국여행, 태국, 방콕'
   태국 전문 여행사 해피타이를 운영하는 전직 신문사 연예부기자
   나이 40이 되는 해에 13년간의 기자생활을 접고 여행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멋져라~)
   부모님 모시고 개별 여행같은 패키지여행을 하고 싶어 인터넷을 헤매다 알게됐는데, 여행상품도 좋고
   특히 이번 태국 사태때 해리님이 보내주신 메일링 서비스는 현 상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 '낫티여우'님의 '낫티의 타일랜드 Dream'
   낫티투어라는 역시 태국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는 분으로 현지에서 작성한 실감나는 사진과 글이 특징.  
   지금 패닉 상황에 빠진 파타야 우파타오 공항이라는 포스트에서 당시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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