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도키아에서 울음을 터뜨리다.

터키여행 8일 차, 카파도키아에서만 4일째. 꼭두새벽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컴컴한 동굴 숙소를 나와 손으로 바람을 느껴보니 오늘도 열기구 타기는 틀린 것 같다. 

묵었던 동굴 숙소 내부. (도미토리)

계획대로 하자면 오늘 나는 페티예로 떠나고, 친구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터키 일정 중 가장 기대됐던 벌룬투어를 하지 못했으니 갈등이 생긴다. 오전 비행기로 떠나야 하는 친구를 붙잡고 며칠 더 묵어갈 것을 권하며 한동안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카이세리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에 태워 보냈다.

숙소 앞에서 택시가 멀어지고 점이 될 때까지 한참을 바라봤다. 문득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것 같은 기분. 참을 수 없는 상실감과 공허함이 느껴진다. 그제야 나 자신을 마주 본다. 회사를 그만두고, 떨어져 지내던 아이를 데려오고, 인생의 또 다른 부분을 채우려는 모든 계획은 오래전부터 고민하고 결정한 일이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자신이 없다.

돌가루 섞인 찬 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걷다가 오랜 친구이자 아이 아빠인 스티브에게 전화를 한다. 로밍 폰이라 통화료 아낀다는 핑계로 통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 오랜만의 전화라서인지 더욱 반갑게 받아주는 그. 마침 주말이라 아이와 함께 있는 스티브는 이제 막 20개월이 된 아이에게 전화를 바꿔준다. 그리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어린 딸의 목소리 '엄마-'
... 까닭모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카이세리 공항 가는 길 (Photo by 신민경)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참 싫다. 나를 돌아보고 자아를 찾아오겠다며 혼자 떠난 여행이지만, 타성에 빠진 삶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내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사실은 그냥 현실을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의 여행은 좀 더 솔직하게 나를 마주 보고 뜨겁게 안아주는 시간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10년만의 혼자 여행은 이렇게 뜬금없는 눈물로 시작되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