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따라 통영여행] 다도해의 낙조가 아름다운 달아공원

몇 차례 남해 여행을 계획했지만, 선뜻 발걸음을 떼지 못한 이유는 다섯 시간 이상을 고속도로에서 버틸 자신이 없어서였습니다. 장거리 운전도 운전이지만 정체 탓에 나른하게 스쳐가는 비슷비슷한 풍경들, 사람들로 북적이는 고속도로 휴게소, 가끔씩 울려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만드는 휴대폰 벨 소리는 휴가가 아닌 또 다른 일상을 의미하는 것 같았죠. 그러나 유난히 변덕스러운 올봄, 비 온 후 더없이 깨끗해진 5월의 하늘을 보며 저는 갑자기 오랫동안 미뤄왔던 남해안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통영으로 떠난 봄 여행. 며칠새 따뜻해진 기온에 산은 이미 짙은 녹색으로 물들고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통영까지는 무려 400Km의 거리. 훌쩍 떠나기엔 너무 멀지만, 다행히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가 생겨 예전보다는 다니기가 수월해졌더군요.

무려 6시간을 부지런히 달려 다다른 통영. 아무리 달려도 나올 것 같지 않던 통영이라는 이정표를 보고 어찌나 반가웠던지.
 
북통영 IC로 빠져나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관광 안내소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도를 하나 챙겨 들고 친절한 안내원에게 갈만한 곳을 소개받았습니다. 새초롬해 보이는 언니의 입에서 나오는 구수한 사투리가 왠지 추천 여행지에 신뢰를 더했습니다. 통영에는 통영 8경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경치가 있는데, <미륵산에서 본 한려수도>, <한산도 제승당>, <연하도 용머리>, <사량도 옥녀봉>, <남망산 공원>, <소매물도>, <달아공원 석양>, <통영운하 야경>이 그것입니다. 이미 해가 뉘엿뉘엿한 시간이라 달아공원의 일몰부터 보기로 했습니다.

바닷가 산언덕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좁은 길을 달리며 통영임을 실감했습니다. 통영에는 이런 멋진 해안을 따라 일반 시내버스가 다니더군요.

정겨운 이름의 '뱃머리 슈퍼'에는 떡볶이에서 오리요리까지 없는 것이 없었습니다. 슈퍼라기보다는 낚싯배에서 내린 어부들이 갓 잡은 고기를 안주로 간단하게 술 한잔을 기울이기에 좋아보였습니다.

해안에는 낚싯배들이 저마다 '베니스', '나드리' 같은 멋진 이름을 달고 출항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멋진 산양일주도로를 따라 해안을 끼고 20여 분을 오르면 '달아공원'에 닿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중 하나인 산양도로에는 동백나무 가로수가 심어진 동백로도 있어 동백꽃을 보며 드라이브하기에도 좋습니다. 철이 좀 지났지만 뒤늦게 핀 동백꽃이 한두 송이가 정취를 더했습니다. 


달아공원의 '달아'라는 예쁜 이름은 이곳 지형이 코끼리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공원의 완만한 동산을 올라 가장 높다는 '관혜정(觀海亭)'에서 내려다 보면 한려수도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한산도에서 여수까지 이어지는 '한려수도'의 경관. 섬 사이로 보이는 양식장이며 조선소 등은 또 다른 볼거리입니다.

달아공원은 다도해의 올망졸망한 섬과 사량도로 떨어지는 황금빛 낙조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죠. 올망졸망한 섬들의 실루엣, 바다에 어린 해무리가 한데 어울려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으면 온 세상이 멈춘 것 같이 고요합니다. 본격적인 일몰은 오후 7시 10분경부터 시작되는데 저는 조금 일찍 도착해서 전망 좋은 바위에 자리를 잡고 낙조를 기다렸습니다. 맥주 한 캔이 아쉬운 순간.

본격적인 일몰이 시작되려는 찰나 맑던 하늘이 점차 흐려지며 해가 천천히 구름 뒤로 숨더군요. 한참을 기다렸지만 변화무쌍한 바다 날씨는 끝내 붉게 물드는 낙조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몽환적인 다도해의 풍경 또한 일품이었기에 아쉬움은 크지 않았습니다. 자리에 오랫동안 앉아 해무에 사라지는 다도해를 보며 눈과 마음으로 자연이 주는 봄기운을 가득 담았습니다.

[여행 정보]
* 관련 사이트 : 통영관광포털 http://www.utour.go.kr
* 가는 길: 서울에서 자가용으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비룡분기점→대전통영간고속도로→북통영IC

   고속버스로는 서울강남고속버스터미널이나 남부터미널에서 통영행 버스를 타면 된다. 5시간 소요.
* 주변 볼거리: 미륵산에서 본 한려수도, 한산도 제승당, 연하도 용머리, 사량도 옥녀봉, 남망산 공원, 소매물도, 달아공원 석양, 통영운하 야경은 통영 8경이라 불리는 비경. 특히 사량도는 한국관광공사가 5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한 섬 중 하나다. 벽화가 유명한 달동네 동피랑, 해양수산박물관, 최근 개장한 토지의 작가 박경리 기념관도 둘러 볼만 하다. 통영에서 1박 이상 한다면 근처 소매물도로의 당일치기 여행을 추천한다. 배는 통영 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하며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 지난 5월 1일 떠났던 통영 여행기입니다. '비어투데이'에 연재하고 있는 글이라 발행될때까지 기다렸다가 올리느라 좀 늦었습니다. ^^

댓글(13)

  • 2010.06.03 09:18

    역시나 긴 시간을 가야 하는 여행은 선뜻 발을 내딛기가 쉽지가 않죠.. ^^

    • 2010.06.04 11:25 신고

      네. 그런데 한번 다녀와보니 그닥 어려운 일도 아니더라구요. 마음을 먹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

  • 2010.06.03 13:26

    저도 통영에 대한 추억이 있죠.. ^^ http://zoominsky.com/605

  • 라이
    2010.06.03 14:25

    애의 시야는 점점 넓어지지요. 모래사장에 내려놓았더니 발바닥에 닿는 그 느낌이 싫은지 짝다리를 짚던 울 딸 어릴때가 생각나네요.

  • 2010.06.03 16:02

    비밀댓글입니다

  • 2010.06.03 20:50

    언제쯤 저 곳에 설수 있을지, 그 순간이 조금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 2010.06.04 11:26 신고

      통영은 봄이 특히 좋은 것 같아요. 제가 봄에 다녀와서 그런지.. ㅎㅎ

  • 2010.06.03 22:26

    원래 통영이 아름다운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린데이님 사진을 보니 더 아름답네요 ㅎㅎㅎ

    • 2010.06.04 11:27 신고

      제대로 된 낙조를 찍을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 감사합니다.

  • 2010.06.09 10:35

    통영은 제가 살던 창원과도 그렇게 먼 곳이 아닌데도..
    늘 가까이 있을 때는 그 멋짐~ 즐거움~을 모르는 것 같아요.
    한국에 가게 되면 엄니 데꾸서 꼭 가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