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따라 통영여행] 벽화입은 달동네, 동피랑

중앙시장의 뒤편에는 '동쪽 벼랑'이라는 뜻을 가진 '동피랑'이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한때 재개발 위기에 처했다가 벽화가 그려지면서 관광명소로 탈바꿈한 곳인데요. 여느 달동네가 그렇듯 산의 비탈면에 자리잡아 하늘과 맞닿은 이곳에는 아직도 5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며 정겨운 옛날 모습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동피랑은 원래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동포루가 있던 자리로 일제 강점기때 통영항과 중앙시장에서 일하던 가난한 외지 사람들이 모여 생긴 마을입니다. 벽화가 그려지기 전에는 루를 복원하기 위해 마을 전체를 철거할 예정이는데요. 한 시민단체의 아이디어로 마을 담벼락에 벽화가 그려지고, 입소문이 나면서 마을을 보존하자는 여론이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통영시는 원래 동포루 자리 복원에 필요한 집 세채만을 헐고 마을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는군요.
 
벽화마을 동피랑은 해안 마을중 가장 높은 곳에 있어서 통영항 어디서든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보통 많이 이용하는 길은 중앙시장 옆 골목인데, 중앙시장 입구를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있는 '강원수산' 골목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금세 알록달록한 원색의 벽화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언덕을 오르다보면 골목 하나 돌아설때마다 새로운 벽화와 함께 가족단위 여행객이나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대며 추억을 만드는 연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럼 골목길을 따라 잠깐 벽화 감상 좀 하실까요? ^^
 

골목마다 그려진 그림들은 올해 4월에 전국 각지에서 모인 41개팀의 미술학도들이 그린 것으로 두번째 벽화입니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는 담벼락 그림들은 앞으로 2년동안 마을사람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한다고 합니다. 사실 동피랑에 깃든 이야기들은 벽화처럼 알록달록한 동심의 세계 같지만은 않을텐데, 마을사람들은 원색의 벽화들을 보며 희망을 이야기 하겠죠. 

벽화 사이로는 자연과 어우러진 풍경도 만날 수 있는데요.
 
진짜 동피랑에서 봐야 할 것은 좁은 골목길 사이로 보이는 바다인 것 같습니다. 산 정상이나 공원 머리에서 보이는 먼 바다가 아닌 삶의 연륜이 느껴지는 가까운 풍경말이죠. 

조금만 고개를 낮추면 마을의 집들처럼 한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장독대나
 
거미줄처럼 얽힌 전깃줄 사이로 보이는 빨갛고 파란 생활의 색깔들,

어부들의 젖은 옷을 바람에 말리는 빨랫줄 등 구석구석 정감 넘치는 풍경이 벽화와 어우러져 있습니다.

위 사진의 오른쪽 아래측에 할머니 두 분이 보이시나요? 마을의 진짜 주인인 동네 할머니들이 올해 새로 생긴 구판장 앞에 모여 편한 자세로 담소를 나누고 계십니다.
구판장은 동피랑 주민들이 운영하는 곳이라니 오가는길에 한번씩 들러 차도 마시고 주민들의 작은 소득에 동참해 주는 것도 좋겠습니다.

동피랑은 요즘 또 다른 개발이나 보존이냐의 문제로 의견이 분분합니다. 보상금을 받고 떠난 주민들의 빈 집들은 앞으로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개조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지금의 소박한 모습으로 남아주길 바라는건 저만의 이기심일까요? 동피랑이 앞으로도 때묻지 않은 모습으로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Tip] 연인과 함께 걷기 좋은 통영 데이트 코스 추천
동피랑은 맛집들이 많은 서호시장, 활어회로 유명한 중앙시장, 거북선 내부를 볼 수 있는 이순신광장(강구안), 경치가 아름다운 남망산 조각공원과 인접해 있습니다. 이들 관광지를 연결한다면 가족과, 혹은 연인과 같이 천천히 걷기 좋은 하루코스가 됩니다. 통영에 가신다면 재래시장과 동피랑은 한번쯤 다녀오실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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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동피랑 언덕의 벽화를 보며 '마을 사람들의 추억을 담은, 주변과 어울리는 색과 그림들이더 많았음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망도 좋지만 중간중간 완성도 낮은 익살스런 톤의 그림들을 볼때면 좀 불편한 기분이 들더군요. 2년 후에 다시 그려지는 벽화는 마을을 지켜내기 위한 생존 수단으로서의 그림이 아닌, 마을의 진짜 이야기가 담긴 작품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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