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에서 인도음식이 생각날 땐 '옴 드리스티'

인파로 넘쳐나는 주말의 명동. 더운 날씨에 걷기조차 힘들었지만 오랜만에 명동의 열기를 느끼며 친구들과 함께 음식기행에 나섰습니다. 명동에서 한번도 먹어보지 않은 뭔가 다른걸 먹어보자며 찾은 곳은 인도인이 직접 경영하는 인도/네팔음식 전문점 '옴 드리스티(OM Dristi)'.

세계 음식이 붐을 이루면서 요즘은 번화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인도음식점인데요. 다녀본 경험으로는 현지인이 직접 경영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은 확실히 좀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음식점의 분위기에서부터 느껴지는 독특함이 있달까. 명동의 옴 드리스티에서는 입구에서부터 특유의 향이 나는 것이 네팔음식으로 유명한 동대문의 '에베레스트' 같은 현지 특유의 투박한 분위기가 느껴져 왠지 제대로 된 음식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기더군요.

주변을 둘러보니 손님들이 대부분 외국인입니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마 한국에 있는 외국인 사이에서는 맛집으로 소문난 모양입니다. 두꺼운 메뉴판에는 70여 가지의 메뉴들이 있었는데, 몇 장 넘겨보니 전채요리에서 메인요리, 디저트까지 포함된 런치메뉴가 2인 기준 2만5천원이란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넷이라 2인 세트 2개를 시켜봤습니다. 먼저 요구르트 음료인 라씨가 나왔는데요. 생각보다 푸짐한 사이즈와 직접 만들어 진한 맛에 놀랐습니다.

세트메뉴에 포함된 커리는 치킨과 새우를 주 재료로 한 것인데요. 프라운 마살라(Prawn masala)라 불리는 새우 커리는 매콤한 맛이 입맛에 잘 맞았습니다. 메뉴를 보니 커리 종류가 서른 가지가 넘는데,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크게 야채, 닭고기, 양고기, 해산물 등으로 구분됩니다. 식기들이 참 이국적이죠?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것. 바로 인도식 젓갈입니다. 젓갈은 원래 인도, 베트남, 태국 등 더운 지방에서 유래한 음식이라고 하는데요. 야채와 생선을 넣어 버무린 젓갈은 느끼할 때 반찬처럼 난에 조금씩 싸서 먹으니 좋더군요. 이 외에도 고수를 갈아 만든 페이스트와 오이피클이 기본 찬으로 나옵니다.

오늘의 메인 메뉴, 탄두리 치킨입니다. 탄두리 치킨은 각종 향신료를 섞어 만든 마살라(양념)에 치킨을 하룻밤을 재운 후 꼬치에 끼워 큰 항아리처럼 생긴 화덕에 넣어 구워낸 인도의 대표적인 바베큐입니다. 어쩜 이렇게 속살까지 빨간 색일 수 있는지 보기엔 좀 거부감이 들었지만, 맛을 보니 속까지 간이 잘 배어서 참 맛있었습니다. (맥주를 마구 부르는 맛이랄까~ 빨갛지만 절대 맵지 않습니다. ^^) 인도 여행을 다녀온 친구 왈, 인도에는 빨간색 외에도 노란 커리를 발라 구운 노란 탄두리 치킨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한 상, 거하게 차려놓고 여행 얘기에서부터 최근의 소소한 일상까지 묵은 수다를 풀었습니다. 오랜 친구들은 언제 만나도 정답게 느껴져 좋은 법~

식사를 마치고 나오려는데 카운터에 회향열매 허브 씨(Souf Anise Seed)가 있어 한 모금 입에 털어 넣었습니다. 은은한 허브 향이 퍼져 입안 가득 상쾌한 느낌이 들더군요. 인도, 네팔에서는 식사 후 입가심으로 이 허브 씨를 설탕과 함께 먹는다고 합니다.


입구에는 이렇게 독특한 인도풍 장식과 전통 의상을 입은 인형들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구석구석 살펴보면 인도에서 직접 공수한 그림이나 장식품들이 곳곳에 있어 인도 여행을 다녀온 분들이라면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동에는 수많은 맛집들이 있지만 뭔가 이국적인 음식을 먹고 싶을 땐 딱히 떠오르는 곳이 없죠. 옴 드리스티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적절한 가격에 제대로 된 인도 음식을 먹고 싶을 때, 그리고 복잡한 명동을 벗어나 오랫동안 눈치보지 않고 식사와 수다를 즐기고 싶을 때 찾으면 좋을 음식점입니다. 오랜 친구들과 함께 해서인지 저에겐 무척 좋은 기억으로 남아 앞으로 종종 찾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

상호 : 옴 드리스티
전화번호 : 02) 775-8860
주소 : 서울시 중구 명동2가 32-14
홈페이지: http://omdristi.net


찾아가는 길: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은데, 위치가 좀 애매합니다. 명동 골목을 좀 다녀보신 분들은 충무김밥 골목으 로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고요. 초행이신 분들은 4호선 명동역 8번출구에서 내려 훼미리마트와 크라운 베이커리 사이로 들어선 후 충무김밥이 보이는 골목으로 내려가면 됩니다. 골목에 들어서면 잠깐 멈춰 서서 100m 전방 4층 높이에 빨간색 글씨로 'INDIAN FOOD'라고 쓰여진 노란색 간판을 찾으세요. 건물에 도착하면 골목 쪽으로 나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내리시면 '옴 드리스티'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음식점 안으로 들어서게 되니 놀라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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