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산 로드의 팟타이가 그리울 때

태국여행을 다녀오면 가방엔 살림살이가 한가득이다. 도착하는 날부터 사들인 옷가지에서부터 슬리퍼, 화장품, 먹거리까지. 가방의 부피는 점점 커지고, 거기에 무게가 많이 나가는 쌩솜이나 맥주까지 몇캔 사고나면 한국에서 가져간 배낭으로는 어림없게 된다. 보조가방까지 풀어 쇼핑한 물건들을 담아놓고 보니 흡사 고향에 들른 유학생의 짐보따리 같은 분위기. 이번엔 특별히 태국식 볶음국수의 재료인 팟타이 소스를 사왔다. 요즘엔 태국 음식의 대중화로 대형마트에서도 소스 몇가지는 쉽게 살 수 있지만 태국의 맛이 제대로 느껴지는 팟타이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에 시판 팟타이 소스에 면까지 챙겼다.

이번 태국여행에서 구입한 팟타이 소스와 쌀국수 면

팟타이는 언제나 배낭여행자들로 북적이는 카오산 거리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더욱 특별한 음식이다. 

사진 출처: http://www.flickr.com/photos/sebastienk/527874216/

길게 늘어선 먹거리 노점, 다양한 맛과 두께의 면들이 수북히 쌓인 팟타이팬에서 센불로 재빨리 볶아내는 잊을 수 없는 그 맛. 
마른 새우, 땅콩가루와 설탕까지 얹어내면 감칠맛 나는 팟타이가 완성된다. 팟타이는 그릇에 담아 먹기보다는 포장용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카오산로드를 걸으며 먹어야 제맛이다. 
 

카오산 거리의 그 맛을 상상하며 오래전 방콕의 한 서점에서 구입한 태국 요리책을 꺼냈다.

팟타이 레서피를 숙지하고 중국식 웍에 불을 달구고, 있는 재료를 총동원해 만든 팟타이. 결과는?

불린 쌀국수 면에 팟타이 소스를 넣고 새우도 몇개, 땅콩까지 갈아 뿌렸는데, 맛이 안난다. ㅠㅠ 급하게 만든 탓에 가장 중요한 재료인 숙주가 빠졌던 것이다. 게다가 기름도 넉넉하게 두르지 않아 국수가 말라 있었다는. 팟타이는 팟타이 소스만 있다고 되는게 아니었다. 책에서 중요한 팁으로 꼽은 것은 넉넉한 기름의 양이었다. 처음부터 많이 넣는 것이 아니라 면이 마를때마다 조금씩 끼얹으며 요리하는 것이 포인트. 왜 요리를 다 만들고 나서야 보였던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의 맛이 난다'며 팟타이 한 그릇을 맛있게 먹어준 친구에게 감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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