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은 토요일 오후에는 홍대 앞을 걸어보자

어느새 완연한 가을입니다. 따사로운 햇살을 듬뿍 머금은 바람이 유난히 포근하게 느껴지는 요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시나요? ^^ 저는 그럴 때면 젊음이 숨 쉬는 홍대 앞 거리를 산책해보곤 하는데요. 다른 곳보다 늦게 잠이 드는 동네라 오후가 돼서야 깨어나기 시작하는 상점들의 모습을 본다거나 골목골목 숨어 있는 벽화를 찾아보고, 예쁜 카페들을 기웃거리는 재미가 괜찮답니다. 

홍대 앞 전신주를 장식하고 있는 벽화들

홍대 앞은 클럽데이가 열리는 금요일 밤도 괜찮지만, 토요일 오후야 말로 진정한 매력을 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홍대 앞 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인 '놀이터'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프리마켓(Free Market)이라는 예술시장이 열리는데요. 개성 넘치는 예술가들이 만든 창작품들을 구경하며 만끽하는 여유로운 시간은 왠지 가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 열리는 예술시장 프리마켓

직접 구운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작가

프리마켓을 보다 보면 예술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찾는 외국인이 많아져서 그런지 그들을 대상으로 한 '팔리는 물건들'도 느는 것을 보면 왠지 씁쓸하기도 하고,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몇몇 작가들을 보면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10초 만에 완성하는 10원 초상화. 현재까지 10,400여 명을 그린 후 10,400번의 도장을 찍고 있다고.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10초 만에 그려주는 10원 초상화인데요. 작가는 비싸고 어려운 상징으로 가득한 것만이 예술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도 가치 있는 예술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10초 만에 그렸지만 어딘지 모르게 자신과 닮은 그림을 보며 웃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도 즐겁다는 거죠.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입니다. (그가 그리는 다양한 사람들은 페이스북에도 꾸준히 업데이트 되고 수 있습니다. 자체가 하나의 예술입니다. 10초 완성 10원 초상화 페이스북)

프리마켓 공연, 에프터눈 스테이지에서 공연 중인 '진성윤 밴드'

오후 두 시 부터는 인디밴드들의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무료 공연인 에프터눈 스테이지가 펼쳐집니다. 세 시간 정도 진행되는 공연은 보통 6~7팀이 돌아가며 연주를 하는데, 프리마켓 입구에서 라인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간엔 놀이터 앞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 사 들고 분위기에 취해 보는 것도 괜찮겠죠?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와우 북 페스티벌

프리마켓을 구경하고 놀이터 골목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소위 '주차장 골목'이라 불리는 '걷고 싶은 거리'가 나옵니다. 이곳은 매년 9월,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와우 북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이기도 한데요. 
 
북 페스티벌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신간을 한눈에 볼 수 있음은 물론,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살 수 있는 곳이라 매년 인기가 대단합니다. 올해는 아쉽게도 벌써 끝나버렸네요.

매 주 토요일 걷고싶은 거리에서 열리는 와우 책 시장

하지만 너무 섭섭해하지는 마시길~ 매주 토요일 1시에서 6시 사이, 걷고 싶은 거리에서는 '와우 책 시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매년 와우북페스티벌에서 열렸던 책 시장 이 올해부터는 축제 밖으로 나와 자리를 잡았다고 하더군요. 와우 책 시장은 출판사와 시민, 그리고 홍대 앞 아티스트가 함께 만드는 책 벼룩시장인데요. '트렁크 속 작은 책방' 등 각자가 판매자도 되고, 소비자도 되는 재밌는 시장입니다. 운이 좋다면 현장에서 다양한 공연과 낭독, 전시 같은 책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와우 책시장 http://wowbookmarket.cyworld.com/)

이번 주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홍대 앞으로 가을 산책을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요? '프리마켓'에서 가을 분위기 물씬 나는 작품을 한점 사고, '와우 책 시장'에서 마음의 양식도 한 권 준비해 보는 것도 좋겠네요. 프리마켓과 와우 책 시장은 11월 둘째 주까지,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거르지 않고 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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