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으로 다시 만난 인연

스마트폰 유저가 되면서 페이스북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연락이 끊긴 친구를 찾아내고 그간의 행적과 요즘 사는 이야기를 훔쳐보는 재미가 어찌나 쏠쏠한지. 왜 페북에 한번 빠지면 블로그고 트위터고 다 소원해지는지 알 것 같다.

며칠 전에는 오래전 소식이 끊긴 Laura를 발견했다. 캐나다 어학연수시절 영어 개인교습을 해주던 그녀는 선생님이라기보다는 또래 친구로서 우정을 나눴었는데, 덕분에 나는 그녀의 가족 행사에 초대받거나 함께 자동차 여행을 다니는 등 북미 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다. 10년 전 보내왔던 마지막 메일에 남자친구와의 결혼식 사진을 첨부했던 이 친구는 벌써 아이 셋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페북에 연결된 인맥을 통해 그녀의 가족과 함께 만났던 친구들이 변해가는 모습도 함께 볼 수 있었다. 페북 속 사진과 영상을 통해 그녀를 쏙 빼닮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무척 신기하고 사랑스럽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해본 'Yohei'. 터키 여행 중 다섯 번을 우연히 만난 인연이다. 첫 만남은 사프란볼루의 어느 소박한 음식점에서였다. 여행 비수기의 시골 마을, 영어가 통하지 않는 터키 식당에서 어렵게 음식을 주문해 먹고 있는데, 이 빛나는 청년이 홀로 식당에 들어섰다. 일어로 된 가이드북과 메뉴판을 비교해가며 혼란스러워 하기에 오지랖 한국 아줌마, 경험을 바탕으로 도와준 것이 인연의 시작이였다. 그 후로 우리는 사프란볼루에서 앙카라를 거쳐 카파도키아까지 무려 9시간 정도를 버스 앞뒤 자리에 앉아 동행했고, 괴레메 오픈에어 뮤지엄을 걷다가, 항아리 케밥을 먹다가, 그리고 다시 차로 13시간 떨어진 에페스 유적지에서 우연히 만났다. 아무리 터키 서부의 여행 코스가 비슷하다고 하지만 이런 인연이라면, 로맨스라도 싹틀만한 상황이 아닌가. ㅋ 그러나 그는 내 늦둥이 동생과 동갑인 귀여운 대학생일 뿐~ 페북에서 그를 찾아 메시지를 남겼더니, 우연한 만남으로 꼭 다시 만나자는 답변이 왔다.     

그리고 올해 초 계정만 만들어놨던 페북에 첫 친구신청을 한 '무스타파'씨. 무스타파 씨는 카파도키아에서 히치하이크로 만난 조금 수상한 할아버지다. (관련 글: 무스타파씨의 수상한 초대, 시크릿 파티를  열다) 그의 담벼락에는 세계 각국의 여행자 친구들이 남긴 흔적과 카파도키아의 아름다운 풍광들이 있었다. 아직도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는 건, 그 친구들이 대부분 여자라는 것이지만... 프로필을 보니 아버지 또래의 나이던데, 열정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방명록으로 그 기록을 남기고, 온라인으로 인연을 이어가는 일련의 활동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페이스북은 세계적으로 5억여 명(액티브 유저만 4억여 명)의 사용자가 사용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다. 5억 명이란 숫자는 전 세계 인구의 8%, 인터넷 사용자의 27%에 해당하는 인구라고 한다. 실제로 여행중 만난 내 또래 외국인들은 대부분 계정을 가지고 있을 만큼 페북은 대중적인 SNS였다. 오프라인 인맥을 통해 온라인에 새로운 인맥을 만들고, 그 인맥들이 서로 연결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페이스북. 며칠 사용해본 소감으로는 시간의 선물인 인연을 다시 돌아볼 수 있어서, 그리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지인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참 좋다. 그것이 그냥 안부인사로 끝나건, 주제를 가진 이야기이건, 세상을 변화시키는 무엇이건 간에 무척 자연스럽고 솔직하고 친밀한 느낌이다. 사람냄새. 아마 이것이 수많은 SNS 중 페이스북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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