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에서 맛보는 진짜 자장면, 징웨이미엔따왕(京味面大王)

여행하면서 제시간에 끼니를 챙겨 먹기란 참 쉽지 않습니다. 특히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곳이라면, 길이라도 한번 헤매기 시작하면, 그것이 점심이라면 햄버거로 대충 때우고 말까 하는 유혹이 시작됩니다. 2시가 훌쩍 넘은 시각에 도착한 베이징 스차하이. 세 시간을 내리 걸은 탓에 돌이라도 씹을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여행자의 욕심은 아직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향해 있었습니다. 더는 아무거나 먹을 수 없다는 일념으로 관광안내센터를 찾았고, 다행히 근처에 원조 자장면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식당을 소개받았습니다.

제가 찾아간 곳은 '징웨이미엔따왕 (京味面大王)'이라는 면 전문점입니다. 대로변에 있는 큰 음식점이라 찾기 쉽더군요. 옛스러운 건물의 외관과 입구에서 마주친 청대 변복을 입은 청년 덕에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썰렁한 실내 분위기... 시계를 보니 벌써 2시 반이 넘었습니다. 점심시간엔 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붐빈다던데, 때가 지난 평일 낮이라 그런지 한산합니다. 일단 믿고 들어가서... 

메뉴판을 열고 이 집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자장면, '로베이징자장미엔(老北京炸酱面)'을 시켜봅니다.

자장면의 유래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말이 많은데요. '중국에는 자장면이 없다. 중국에는 자장면 비슷한 음식이 있지만 진짜 자장면은 한국에서 만든 음식이다.'등 이런저런 얘기들을 많이 들어보셨을 거에요. 알아보니 자장면은 1883년 인천의 제물포항이 개항되면서 청국의 문물이 조선으로 들어올 때 중국의 노무자들이 먹던 국수(작장면)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조리해 팔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졌다고 하더군요. 즉 중국에서 유래했지만 한국 고유의 음식이라는 설이 맞는 것 같습니다. 

중국의 자장면은 한국 자장면과는 달리 샐러드, 오이, 숙주, 파, 콩, 옥수수, 배추 등 야채를 넣어 춘장에 비벼 먹는 음식입니다. 원산지답게 지역에 따라 자장면의 종류도 천차만별이라고 하는데요. 산둥 지방에서는 달달한 첨면장, 동북지방에서는 대장이라는 춘장을 넣고, 북경에서는 비볐을 때 노란색이 나는 황장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북경에서도 춘장도 볶을 때 고기를 넣느냐 계란을 넣느냐에 따라 자장면의 맛이 다르다고 하니 중국에서 다양한 자장면을 체험하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볕이 드는 창가에 앉아 창문 닦는 아이를 바라봅니다. 물을 뿌려 뽀득뽀득 창문을 닦고 있었는데, 유리가 어찌나 깨끗한지 마치 제 얼굴을 닦는 기분이 들더군요. 앞자리의 아저씨도 아이에게 계속 볼을 들이대며 닦아달라는 농담을 건넵니다.
 
마침 주문한 재스민 차가 도착해 한 잔. 중국의 따끈한 온기가 온몸으로 전해집니다.

그리고 드디어 주문한 음식 등장!

흠... 이상과 현실의 괴리란...; 작은 그릇에 야채 한 가지씩 정성스럽게 담겨 나올 줄 알았는데, 모든 재료를 섞어 이렇게 하나의 그릇에 담아냅니다.

면은 마치 우동 면처럼 굵고 찰기가 없었지만, 나름 수타 자장인 것 같습니다.
  
자장면 소스는 생 된장 수준으로 많이 된 편입니다. 야채와 고기, 각종 양념, 물을 넣고 질게 볶은 한국식 자장면과는 차이가 있더군요. 된 소스를 두꺼운 면에 넣고 비비니 잘 비벼지지도 않고, 비벼진 모습이 희멀건 한 것이 영 폼이 안 납니다. 또 하나, 춘장 소스가 좀 짭니다. 기본으로 나오는 소스를 주는 대로 다 넣었다가는 짜서 못 먹을 수 있으니 조금씩 넣어가며 맛을 확인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비벼 먹는다기보다 발 먹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네요. 여러모로 먹는 내내 질척하고 달콤한 한국의 자장면이 계속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원조의 맛이란 게 또 있잖아요? 숙주와 야채가 아삭아삭 씹히는 중국식 자장면도 별미로 한 번쯤은 먹어볼만 합니다. 먹다 보면 춘장의 깊은 맛도 느껴지고, 된장 맛도 살짝 나는게 나름 괜찮더군요. (하지만 역시 전 한국식 자장면이~ ^^) 

자장면은 아직도 북경의 서민들이 가장 즐겨 먹는 식사라고 합니다. 지금도 베이징의 골목길에 가면 한 손에 자장면 그릇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장기를 두는 남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가격 또한 저렴하니 베이징을 여행하실땐 간단한 요기로 정통 북경식 자장면을 한 번쯤 맛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징웨이미엔따왕'은 스차하이에 있는 베이징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2분 거리에 있는 곳이니 베이징 정보도 얻을 겸, 정통 북경 자장면도 맛볼 겸 한 번 들러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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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2)

  • Sixgarlic
    2010.12.13 09:40

    진짜짜장면이라 ..정말궁금하네요 꼭 도전해봐야겠습니다

    • 2010.12.14 03:07 신고

      엇. 중국 전문가이신 sixgarlic님께서 자장면을 못드셔보셨다니~ 의왼데요? ^^

  • 2010.12.13 11:26

    북경 갔을 때 북경 짜장면 한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못먹어보고 그냥 왔네요.

    • 2010.12.14 03:08 신고

      전 북경 자장면은 생각도 못했는데요. (아. 페이스북 친구가 추천해 주긴 했는데, 그냥 웃어념겼습니다. ^^;) 나름 득템이었습니다. 아직도 남기고 온 반 그릇이 생각나네요...;

  • 2010.12.13 14:53

    중국에는 자장면이 없다고 들었었는데 아니네요 ㅎㅎ 우리네 비빔밥처럼 야채랑 여러장을 비비는 군요 ㅎㅎ
    맛이 어떨까 궁금해집니다 ㅎㅎ

    • 2010.12.14 03:08 신고

      맛은 직접 보셔야 하는데... 확실한건 한국 자장면이 우리 입맛에 훨씬 잘 맞다는 겁니다. ^^

  • 2010.12.13 14:58

    와.....저도 중국엔 자장면이 없는줄 알았어요~
    신기하네요^^ 저 춘장이 면에 다 비벼진다는게 더 신기;;;; 덩어리 질 것 같았는데...
    맛이 너무 궁금하네요^^

  • 2010.12.13 21:48

    오호 ㅎ
    그 이상한 중국음식만의 향...은 없던가요?ㅎㅎ

    • 2010.12.14 03:11 신고

      향차이(고수풀) 말씀이세요? 자장면에는 안 들어가더라구요. 안심하셔도 됩니다. ^^
      그런데 전 워낙 태국음식에 단련이 되어있어 웬만한 향채는 다 먹습니다. 아마 들어갔어도 몰랐을 수가...;

  • 2010.12.14 01:09

    겨울에는 국물이 있는 짬뽕을 권합니다..ㅎ.ㅎ

    • 2010.12.14 03:11 신고

      그렇죠. 쟈스민 차를 따로 시킨 이유입니다. --;
      자장면 가격이나 쟈스민 차 가격이나 비슷하더라구요..;

  • 2010.12.14 01:51

    어쩜 내가 2005년에 올린 포스트와 정말 비슷하네요. 마지막 평까지.. ^^

    • 2010.12.14 03:16 신고

      옷! 짠이아빠님께서도 북경 자장면을 드셨군요. 천단공원 근처에 그 곳이 더 유명하다고 하던데~
      한국 사람이 느끼는 맛은 다 비슷한건지.. 짠이아빠님과 전 어딘지 통하는 면이 있는건지.. 여튼 재밌게 읽었습니다. ^^ (그런데 2005년 포스팅이라니. 대단하세요~)

  • 2010.12.14 12:12

    오리지날 자장면의 맛이 궁금합니다.
    어떤 맛일지....
    중국여행...아...땡기네요..

    • 2010.12.15 22:50 신고

      비슷한듯 다른 맛이랄까... 직접 드셔보셔야 해요. ㅎㅎ
      땡길땐 가보셔야~ ^^

  • 트리플악셀
    2010.12.16 00:04

    오~ 신기하다~ 맛이 정말 궁금하네~ 그런데도 왜 차이나타운같은 느낌이 나는지 ㅎㅎㅎ 암튼 먹어보고 싶습니다.

  • 2010.12.17 19:54

    역시 자장면은 한국이 최고인가요? ^^
    달콤한 맛이 느껴지는 한국 자장면이 감칠나는거 같아요

  • 2010.12.17 20:35

    정말 있었군요.중국에 자장면..^^
    자스민 차가 유난히 맛있었겠어요^^

    • 2010.12.19 17:58 신고

      온기가 느껴지는 따뜻한 음식점이었습니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럴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