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나들이, 이겼지만 찜찜한 보크 오심 경기를 지켜보며

말레이시아 이벤트 당첨~! 한껏 들떠 있던 수요일이었다. 몇 시간 만에 취소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태교여행을 컨셉으로 응모한 것이 화근이었을까. 말레이 현지 관광청에서 혹시 모를 위험 때문에 거절했단다.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그날 오후. 기분전환이나 하자며 야구장을 찾았다. LG와 한화의 3연전. 지난 몇 년간 고전을 면치 못하던 LG와 한화는 올해 꽤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LG트윈스는 지난 5월부터 한 달 동안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언론에서는 90년대의 향기가 난다며 94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던 그때를 회상하고, 들은 풍월로 야구를 보는 나도 올 시즌엔 꼬박꼬박 경기 경과를 챙겨보며 달라진 LG의 위상을 확인하고 있었던 터라 이날 경기에 대한 기대가 컸다.    
 

서둘러 도착한 잠실야구장, 홈팀 명당자리 중 하나라는 옐로우석 중앙에 자리를 잡고 여유롭게 1회부터 경기를 관람했다. 옐로우석은 경기장 3층에 있어 선수들의 얼굴을 보기에는 다소 멀지만 포수와 같은 시야각에서 야구장 전체를 관망할 수 있어 좋은 자리로 꼽힌다. 더구나 오른쪽으로는 레드석 응원단의 모습도 함께 볼 수 있어 야구에 집중하기도, 함께 응원하기에도 좋은 자리. 또, 이 구역은 비가 와도 우산이 필요 없는 자리다. (관련 링크: 잠실야구장 관람 명당자리는 어디일까요? - LG BLOG) 

이날은 특별히 3년 만에 한국에 나온 동생이 함께했다. 무려 띠동갑이 넘는 늦둥이 동생이라 어릴 땐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참 많았는데, 10년이 넘는 유학생활 끝에 어느덧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었다. 
 
동생과 함께 야구장에서 치맥을 즐길 날이 올 줄이야. 비록 임신 중이지만 몇 모금 홀짝거리며 감상에 젖어본다. 

자기 얼굴만한 막대사탕을 선물로 받아든 아이는 경기 내용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지한 모습. 들뜬 분위기와 힘찬 응원소리가 마음에 드는지 리듬에 맞춰 '날려버려~!'를 따라하며 즐거워했다.

먹고 마시는 사이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1:0으로 초반 기선을 잡아가던 한화를 3회말 LG가 2:1로 역전하면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던 거다. 이후 5회 말까지 5:1로 멀찌감치 점수 차를 벌려가던 LG. 비록 한화의 수비 실수가 있었지만, 상승세가 분명한 경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레드석은 마치 승리라도 한듯한 광란의 분위기. 
 

함께 분위기를 즐기며 목이 터지라 응원하며 즐겼다.  

 

하지만 6회 초 한화의 반격이 시작되자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며 경기가 중단됐다. 야구는 5회가 지나면 정식경기로 인정되기 때문에 6회~9회 사이에 우천으로 경기가 중단되면 진행 중인 점수가 그대로 인정된다. 이미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에 6회 말이었고,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LG팬들은 그대로 경기가 중단되기만을 바랐을 듯. 

비는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였다. 경기는 재개되었고, 잠시 쉬어간 탓인지 LG는 계속 점수를 내주며 8회 초 동점상황까지 만들고 말았다. 9회 말이어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승패가 달라질 수 있는 야구.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런 경기가 더 매력적이라고는 하지만 입이 바짝 마르기는 선수나 관객이나 매한가지였을 듯.

결국, 이날 경기는 8회 말 터진 이택근의 결승 타점을 앞세워 LG가 6대 5의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9회 초, 2사 상황에서 삼루 주자가 홈스틸을 시도했고, 투수 임찬규는 보크를 범했다. 경기장에 있던 심판 넷은 모두 그 장면을 보지 못했고, 홈으로 들어오던 주자는 그대로 아웃되었다. 거세게 항의하는 한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투수가 규칙에 어긋난 투구동작을 하지 않으면 보크가 선언된다. 보크가 선언되면 주자는 1 베이스씩 진루할 수 있데, 6:5의 스코어, 9회 초 2아웃, 1,3루라는 극적인 상황이었기에 더욱 안타까운 경기였다.

분명한 심판의 잘못이었지만 팬심을 떠나 이번 경기는 불명예스러운 승리로 기억되었다. 시합은 이겨야 하지만 이기기 위한 수단과 방법은 가려져야 한다. 경기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더 소중한 것을 새삼 깨닫게 된 이번 야구장 나들이. 그나저나 오랜만에 동생과의 외출이었는데, 늦은시각까지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경기가 이렇게 마무리 되다니. 이래저래 참 속상한 하루다.  

(여파 때문인지 LG는 어제 경기에서 4:1로 한화에 졌고. 현재 순위 3위를 달리고 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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