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비로즈 사태로 불거진 블로그 상업화 논란에 대해

살균세척기 깨끄미 PL사건으로 불거진 한 파워블로거의 사태가 세간의 이슈가 되고 있다.
국세청은 상품공동구매 과정에서 수수료를 챙긴 파워블로거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사업자 등록 없이 업체의 '브로커'역할을 해 부당이익을 챙긴 다른 블로거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란다. 언론에서는 '파워 블로거 = 파워 브로커'라며 파워 블로거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기 시작했고, 자극적인 문구에 사실이 아닌 내용까지 부풀려가며 연일 마녀사냥에 바쁘다. 


파워블로거, 대체 뭘 잘못했기에...
블로거 1세대로 최고의 요리 블로거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블로거는 아줌마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글과 다양한 살림 정보를 꾸준히 블로그에 포스팅해 인기를 얻었다. 처음엔 소소한 요리 노하우를 적으며 사람들의 공감과 댓글에 일희일비했겠지만 방문자가 늘고, 잡지나 TV 등 매체에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점차 매체급의 파워를 가지기 시작했다. 블로그 콘텐츠를 편집해 펴낸 책만 해도 벌써 여러 권. 올 1월부터는 필명을 내건 잡지도 창간했다. 취미로 시작한 블로그는 그녀의 노력과 주변의 관심 속에 명실상부한 미디어가 되었고, 그녀를 따라 파워블로거가 되고픈 모방 블로그도 여럿 생겨났다.

요리와 살림 노하우로 유명세를 탄 블로그는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타겟이 되었다. 그녀는 제품 리뷰와 함께 공동구매를 시작했고, 평소 그녀가 사용하는 제품에 관심을 두던 독자들은 공구에 열광했다. 처음엔 질좋고 저렴한 물건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재미를 느꼈을 블로거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도를 지나치기 시작했다. 그녀뿐 아니었다. 주로 네이버에 둥지를 튼 일부 몰지각한 파워블로거 몇몇이 블로고스피어를 흐리기 시작했다. 관련 기업의 마케터들과 홍보 대행사들은 말했다. 블로그 포스트 하나에 수십만 원, 공동구매 수수료 수십 프로, 신제품이 나오면 먼저 무상 제공을 요구하고, 파벌을 형성해 서다양한 방법으로 기업에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고. 기업에서 소셜미디어를 담당했던 나도 당시 '체험단, 기자단에 포함시켜주지 않으면 경쟁사 편이 되겠다'라는 협박 아닌 협박을 받은 적이 있다. 

블로그의 상업화 논란
결국, 검증되지 않은 제품의 공동구매 건으로 문제가 터졌다. 건강에 이상이 있는 소비자가 속출했다. 독자들의 신뢰와 애정은 무한한 배신감으로 돌아왔고, 환불과 피해보상을 요구하던 소비자들은 그녀가 더이상 자신과 같은 편에 서있지 않음을 확인하고 더욱 분노했다.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었던 '블로그의 상업성'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언론들은 몇 년 전 불거졌던 '100만원 제품 받고 리뷰 써준 블로거들의 저널리즘 논란'과는 차원이 다르게 발전된 블로그 마케팅의 규모와 방식에 적잖이 놀라며 블로거가 진짜 미디어가 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마치 모든 파워블로거가 그녀인 것 처럼 신 나게 기사를 쓰고 있다. 

문제는 '신뢰'다. 블로그, 블로거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칭찬 일색으로 도배된 체험단의 상품 리뷰는 기업의 광고판과 차이가 없다. 솔직하지 못한, 교묘하게 숨긴, 기업의 입김이 들어간 제품의 사용후기는 더이상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지 않는다. 블로그마케팅이 활성화될수록 더 많은 소비자들이 블로그를 외면하고 있다. 이런 글들은 왜곡된 정보를 보는 독자 뿐 아니라, 소신있게 글을 쓰며 가치있는 정보를 제공해온 다른 블로거들에게도 피해를 준다. 일부 미성숙한 블로거들 때문에 블로고스피어 전체가 도매급으로 알바생으로 전락하고 있다.

소신과 책임, 그리고 윤리의식
사실 다수의 파워블로거들은 경험을 통해 자신들이 지켜야할 '소신'과 져야할 '책임'을 알고 있다. 비록 훈련된 기자는 아니지만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꾸준히 소재를 발굴하고 취재하며 감시한다. 자신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루 한개 이상의 포스트를 공들여 작성한다. 블로그의 차별화된 미디어적 가치는 '경험을 통한 주관적 정보'라는 것을 알고, 더 많은 개인에게 실제적인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직접 발로 뛰며 소비자의 입장에서 정보화 한다. 그들이 블로그와 주변 것들에 투자하는 시간만 하루에 최소 3~4시간. 생업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은 퇴근길 술 한잔도, 친구들과의 만남, 주말도 반납한채 새벽까지 공들여 다음날 발행할 포스트를 작성하곤 한다. 적어도 내가 직접 만나본 다수의 블로거는 그랬다. 

앞서 말한것 처럼 포스트를 작성하는데는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상품리뷰, 요리, 맛집 순례, 인테리어, 여행 등 처음엔 나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블로그가 성장할수록 밀려드는 책임감에 취재를 위한 리소스가 필요하다. 블로거 입장에서는 이럴때 손을 내미는 기업의 손길이 반가울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인지상정이라고 일단 손을 잡은 후에는 협찬받은 기업이나 제품에 대해 쓴소리가 어려워진다. 이럴땐 물품이나 댓가를 받은 후 작성하는 후기의 상단 혹은 하단에 꼭 체험단이나 제품 제공 여부를 알리는 문구를 명시해 소비자들이 포스트의 진정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미 다수의 블로거들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혹시 그렇지 않다면 이제부터라도 그렇게 해야한다. 블로거들은 정당하게 쓴 콘텐츠의 대가만 받고, 원칙은 지켜내자. 원칙이 무너지면 공멸한다. 

블로거들에게 투명성, 진정성을 강요하기 이전에 기업이 먼저 윤리의식과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 처벌 규정 등을 만들고 지켜나갈 필요도 있겠다. 이미 몇번의 이슈로 많은 기업들이 이를 알고 있지만 물밑 작업이 내는 단기적인 효과에 기업 내부에선 그건 그거고, 이건 다른 얘기라는 태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서간 의견차를 좁히고, 뒷짐지고 있는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를 설득해내는 것도 중요하겠다. 이번 사태가 우리가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 아니라, 뒤를 돌아보고 블로그를 포함한 인터넷 마케팅, 홍보의 중요성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실제적으로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것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야겠다. 

곪아 터져야 새 살이 돋는다
예전에 비해 인터넷 상의 정보 공유채널은 무척 다양해졌다. 메일로만 공유되던 이슈가 메신저를 통해, 블로그를 통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접하지 못하는 또 다른 채널을 통해 세상에 퍼져나가고 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블로거들은 말한다. 종기는 곪아 터져야 새살이 돋는다고. 상처를 발판삼아 블로고스피어는 한단계 성장해 나갈꺼라고... 블로그는 사라지지 않을꺼며 어떤 다른 형태로든 정보를 공유하고 사회를 견제할꺼라고. 나도 그렇게 믿는다. ###

[관련 읽어볼만한 글]
* 사건의 전개: 파워블로거 베비로즈 깨끄미 사건, 네이버 블로그 공구 방조 문제 없나?
                      - 탐진강의 함께 사는 세상 이야기

* 기업의 입장: 우려했던 와이프로거의 상업화가 곪아터지다 - 미도리의 온라인 브랜딩
* 블로그 마케터의 입장: 베비로즈 사건, 블로고스피어에 독일까, 약일까? - BIZ EXCITING
                                     블로거 공공 규제? 도와준 적도 없으면서... - 링블로그
* 블로거의 입장: 최근 벌어지고 있는 어느 파워블로그 사건을 보면서 느끼는 점 - 학주니닷컴

* 덧붙임
   2012. 1. 11 - 네이버 공식 블로그에 '파워블로그 제도 개선' 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요는 기존의 파워블로그 선정 지표인 '활동성 지수 분석 - 포스트 수•포스트 주목도•인기도 등 계량적 활동 지표'보다
   블로그 활동 내용의 가치와 신뢰성에 더 큰 비중을 두겠다는 것.
   관련 링크: 네이버 파워블로그 제도 개선
   2012. 2. 8 - 네이버 파워블로그 명단이 발표됐다. 작년에 비해 규모가 반으로 축소됐고, 기존 내공있는 파워블로그들도
   많이 제외된 모습. 작년에 된서리를 맞아서인지 신인발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베비로즈와 함께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문성실 블로그도 제외됐다.
   관련 링크:  2011 네이버 파워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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