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 함께 떠난 특별한 낭만여행, 7박 8일 한중일 크루즈

두근두근 설레는 크루즈 여행~! 여행을 계획한 지 장장 5개월 만에 드디어 크루즈 여행의 낭만을 만끽하고 돌아왔습니다. 처음 계획할 땐 모녀만의 여행이었는데, 때가 때인지라 마침 여름휴가를 맞은 남편이 합세해 더욱 씐나고 재미나는 여행이 되었답니다. (5개월 만에 떠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는 지난 글 참조: 한중일 크루즈 여행 다녀오겠습니다. (8/4~8/11))

후쿠오카 텐진 거리에서.

유난히 비가 잦은 올 여름, 떠나기 전날부터 내리기 시작한 심상치 않은 빗줄기와 태풍 소식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요. 역시나 여행 삼일째 되던 날, 항로가 변경되어 기항 예정지인 가고시마에 들르지 못했습니다. ㅠㅠ 하지만 늘어난 선상에서의 시간만큼 온 가족이 크루즈의 낭만과 여유를 충분히 누릴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지요. 자자. 그럼 세계 2위 크루즈선사인 미국 로열 캐리비안 인터내셔널(RCI) 소속 호화 크루즈인 레전드(Legend of the Seas)호와 함께한 그린데이 가족의 여름휴가, 태풍 무이파와 함께해서 더욱 즐거웠던(?) 크루즈에서의 7박 8일을 함께 보시죠~!

  DAY 1  
  서울 - 부산

아침 일찍 KTX를 타고 서울을 떠날 때만 해도 분명히 비가 흩뿌리고 있었는데 부산역에 도착하니 파란 하늘이 아름다운 뷰리풀 데이~!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영도 국제 크루즈 터미널로 향하는 길에 정박해 있는 레전드 호를 발견했다. 두근두근 설레는 맘~

크루즈는 배 위에서 숙박과 식사, 레저를 즐길 수 있어 '떠다니는 리조트'라고도 불린다. 로얄캐리비안 선사의 레전드 호는 올 여름시즌 부산에서 출발해 한중일을 운항하는 크루즈로 우리나라에 정박하는 배로는 최대 규모(7만 톤)인 대형 크루즈. 탑승 가능한 승객은 2,000여 명, 승무원은 약 700명 정도라고 한다. 영화를 통해 알려진 타이타닉호가 약 4만 3,000톤인 것을 고려하면, 약 2배에 달하는 레전드 호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오전 6시에 부산항에 들어왔다는 크루즈에서는 출입국 수속이 한창이었다. 오늘이 레전드 호의 첫 취항인지라 각종 언론사에서 취재 나온 기자들도 북적북적. MBC 등 메이저 언론사의 카메라맨도 여럿 눈에 띈다.

승선해 가장 먼저 올라가 본 10층 데크. 산과 바다, 정박해 있는 배와 크레인 등을 보며 크루즈에 탔음을 실감한다. 앞으로의 날씨, 오늘만 같아라~

크루즈의 승선 절차는 참 편리하다. 터미널에서 짐을 부치면 따로 찾을 필요 없이 바로 객실까지 짐이 배달된다. 우리처럼 임산부와 아이를 동반한 가족여행엔 더없이 편리한 시스템. 그저 가볍게 객실을 찾아가 짐가방을 풀기만 하면 된다.

승선을 하니 벌써 점심 무렵. 뷔페식당에서 간단히 식사하고는 바로 아이의 로망인 수영장으로 직행했다. 바닷물로 채워진 야외 수영장에서 햇살에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즐기는 첫 수영, 그렇게 낭만적일 수 없었단~ 

어둑어둑 해질 때쯤 객실에 돌아와 보니 침대 위에 내일 자 선상신문(Cruise Compass)이 배달되어 있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는 아이 연령대에 맞는 어린이용 선상신문이 함께 배달되는데, 여기에는 날씨와 식당 운영 시간, 선상 프로그램 등의 정보가 있다. 가끔 변경된 항로나 시차에 대한 안내 등이 있으니 잘 챙겨봐야 한다.


  DAY 2    크루즈 (해상)

이튿날은 종일 바다 위를 달리는 날. 달리 말하면 크루즈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다. 먼 거리를 단시간에 연결하는 비행기와는 달리 운항시간이 긴 배에서는 이렇게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다음 여행을 준비할 수 있어 좋다. 야외 풀에서 열린 승무원 vs. 승객 간 수구대회는 이날의 하일라이트. 아담리의 익살스러운 사회로 진행된 대회는 결국 의도된 대로 승객의 승리로 마무리.  

수구 대회가 열리는 동안 수영장 한편에서는 모락모락 숯불이 지펴지고, 숯 향이 고스란히 밴 치킨과 햄버거가 있는 풀사이드 바베큐 파티가 열렸다. 따로 옷을 챙겨입을 필요 없이 수영복 차림으로 음식을 즐길 수 있어 남국의 리조트에라도 와있는듯한 분위기였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인 어드벤쳐 오션에서는 0세 아이부터 청소년까지를 위한 다양한 액티비티가 진행된다. 프로그램이 없는 시간엔 이렇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는 놀이방으로 운영되는데, 만 3세 이상의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일정 시간 동안 아이를 맡기고, 클럽이나 카지노에서 어른만의 시간을 즐길 수도 있는 아주 요긴한 곳이다.

내일은 중국 천진에 기항하는 날. 잠들기 전 시계를 1시간 뒤로 돌리라는 친절한 안내문이 선상신문과 함께 배달됐다.


  DAY 3    중국 텐진 (천진)

중국 텐진 제일의 볼거리, 고문화 거리

한국에서 출발한 후 첫 번째 기항지인 중국 텐진에 도착했다. 기항지를 여행하는 방법엔 3가지가 있다. 첫 번짼 크루즈에서 운영하는 기항지 투어를 신청하는 것, 두 번째는 여행사 패키지의 기항지 선택관광을 신청하는 것(여행사를 통해 크루즈 여행 시에만 가능), 세 번짼 완전 자유여행이다. 우린 자유여행을 선택했다.    

텐진은 국내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이다. 사실 여행지라기보다는 인천의 남동공단 같은 공업도시에 가까운 곳이다. 평소 텐진 출장이 잦은 남편 덕에 주워들은 얘기가 많은 난 솔직히 기항지 여행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게다가 항구에서 차로 1시간 반을 달려야만 나름 관광지라 불리는 시내에 닿을 수 있으니 7시간 남짓 주어진 기항지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어쩌면 텐진에서는 그냥 기항지 투어를 신청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다행히 텐진에 있는 지인 덕에 저렴한 가격에 택시를 빌릴 수 있었다. 지인과 함께 짠 고문화거리, 빈장따오. 이탈리안 거리로 이어지는 관광 루트는 기대와는 다르게 하루 이틀 정도 둘러볼 만한 이색적인 구경거리였다. 마오쩌둥이 가장 좋아했다는 홍샤우러우와 중국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인 양 꼬치를 먹으며 미식 여행을 하기도 했다.

바쁘게 돌아본 첫번째 기항지에서의 일정 후, 이젠 내 집같이 편하게 느껴지는 선상 객실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는 중. 크루즈가 출항할 때는 항상 기항 국가의 예인선이 안내를 한다. 멀어져가는 도시. 불 밝힌 예인선의 분주한 움직임 등을 감상하는 것은 크루즈 여행에서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다.


 
DAY 4 ~ 5  
  크루즈 (해상)

밤새 심상치 않은 배의 움직임에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일어났다. 창밖으론 눈에 띄게 거칠어진 파도가 선실까지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고, 흐린 날씨 때문인지 더욱 짙어진 바다색이 무섭게만 보인다.  

태풍 무이파의 경로를 피해 불가피하게 선상에서의 일정을 하루 늘리고, 마지막 기항지로 예정됐던 가고시마를 들르지 않는다는 건 어제 저녁 이미 안내받았지만, 바다 한가운데서 무려 4m에 달하는 파도와 태풍을 체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불안한 마음이 커진다.  

그래도 대형 크루즈인지라 파도가 일렁이는 정도의 움직임만 느껴져 다행. 가족과 함께 다양한 선내 액티비티를 찾아 즐겼다. 댄스 클래스, 냅킨 폴딩 클래스, 알파벳 찾기 게임 등에 참여했는데, 다행히 아이와 남편은 멀미를 전혀 느끼지 않는 듯 했다. (그 와중에 남편은 헬스클럽에서 무한도전 '조정편'에 나왔던 로잉머신까지 체험했단다. 진정 파도를 가르는 느낌이 들었을까?!)

파도가 잠잠해 졌을때 대극장에서 본 뮤지컬 공연은 정말 최고였다~!



 
DAY 6  
  일본 후쿠오카

가장 기대되는 기항지인 후쿠오카와 뱃부. 중국의 텐진과는 대조적으로 입구에서부터 화려한 환영 공연이 펼쳐졌다. 요즘 독도를 둘러싼 두 나라의 감정이 서로 좋진 않지만, 대지진 이후 뜸해진 관광객에 애가 탔을 그들을 보니 좀 짠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후쿠오카에서의 여행 컨셉은 '식신 로드'~! 워낙 유명한 음식이 많아 한나절 동안 맛볼 음식을 고르느라 고민 아닌 고민에 빠졌다. 결국 하룻동안 다섯끼를 먹는 기염을 토하며 일본 여행의 한을 풀었단~  

태풍 끝이라 그런지 유난히 아름다웠던 그날의 일몰. 바닷바람을 맞으며 석양에 기기묘묘하게 물드는 구름의 형상을 바라보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이런 것이야 말로 선상에서만 누릴 수 있는 사치가 아닐까. 



 
DAY 7  
  뱃부

마지막 기항지가 되어버린 뱃부. 뱃부는 온천 중심의 도시인지라 찌는듯한 더위에 땀흘리며 지옥온천을 찾아다녔던 기억이 가장 크다. 가장 유명하다는 바다지옥을 보고, 족욕으로 피로를 푸는 것으로 가볍게 온천 체험을 마치고 바로 뱃부역으로 직행~  

시장 탐험은 어느나라나 흥미진진하다.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있는 물건들을 보며 일본답다라는 생각도 해보고, 방금 싼 초밥 몇가지도 사먹어보며 거리를 누볐다. 뱃부역에는 큰 마트가 있어 기념품이나 주전부리를 사기에 좋다.  

벌써 마지막날 밤. 별이 총총 뜬 하늘 아래 풀사이드 파티가 열렸다. 모두가 어느정도 크루즈의 라이프 스타일에 익숙해져 그간 선상에서 배워둔 라인댄스로 군무를 추며 신나게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지난 일주일간 정들었던 승무원들과의 작별인사, 한국인 승무원의 깜짝 생일파티등이 이어졌다.



 
DAY 8  
  부산

오랜만에 걸린 한국 국기를 보니 반갑기 그지 없다. 떠날때와 마찬가지로 화창한 여름 하늘~ 언제 태풍이 지나갔나 싶다.

부산의 명물 부산오뎅과 가래떡을 통째로 넣은 떡볶이로 속을 채우고 다시 서울로~

항해와 유람을 동시에 즐길수 있었던 크루즈 여행. 선상에서의 낭만을 동경하는 사람이라면, 사람 좋아하고 파티를 즐기는 파티 피플이라면, 아이를 동반한 여유로운 태교 여행을 꿈꾸는 이라면 주저없이 크루즈 여행을 떠나라고 권하고 싶다. 단, 크루즈 여행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얼마나 찾아서 즐기느냐에 따라 느끼는 재미가 달라진다는 것~ 가족과 함께 즐길만한 액티비티 외에도 카지노와 빙고게임을 즐기며 일확천금(?)을 꿈꿀 수도, 헬스클럽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일주일간 초콜릿 복근을 만들 수도, 진정한 휴식을 원한다면 하루 이틀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도 있는 것이 바로 크루즈 여행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싶다. 

돌아온지 몇일이나 됐다고 우린 또 다른 크루즈 일정을 찾아 뒤적뒤적.
크루즈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다음에 '알래스카 크루즈'에서 만나자며 작별을 고했는데 말이다. ^^ 


* 하나투어 '겟 어바웃'과 '로얄캐리비안 크루즈'사의 협찬으로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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