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맛집] 오늘 점심은 제니스 카페(Jenny's Cafe)의 '뇨끼'~!

작년 가을이 마지막이었으니 거의 1년 만에 제니스 카페(Jenny's Cafe)를 찾았다.

1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항상 그대로인 이 푸근한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나 감동적인 음식 맛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무심한 듯 세심하고, 나름 깊이가 느껴지는 백반 같은 홈메이드 스타일의 파스타를 푸짐하게 즐길 수 있기에 나는 꽤 오랫동안 친구와, 연인과, 동료와,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다. 

 

 

지중해의 소박한 식당을 떠올리게 하는 실내는 오랜만에 와도 모든 것이 그대로여서 반갑다. '모든 것'에는 인테리어, 분위기뿐만 아니라 '사람'도 포함되어 있다. 굳이 나를 알아봐 주지 않아도, 여전히 그들이 이곳에 그대로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랄까? 친한 척, 고급인 척, 고상한 척, 이런저런 '척' 하지 않아서 좋다. 
 

2005년 이맘때 찍은 예전 제니스 카페(Jennys Cafeteria) 사진. 

 

 

런치에 곁들이는 음료는 커피와 홍차가 맛나다. 특히 홍차에는 큼지막하게 썰어낸 레몬이 들어 있어 더욱 향긋하다.

 

제니스카페에 가기 가장 좋은 때는 런치 타임(11시 30분 ~4시, 런치 스페셜)이다. 파스타 하나 가격으로 음료와 전채요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전과 오후의 경계이지만 브런치를 먹기에는 뭔가 부족할 때, 묵직한 맛의 홈메이드 스타일의 파스타가 먹고 싶을 때, 할 얘기가 많은데 식사 따로, 커피 따로 하기에는 시간이 여유롭지 않을 때 찾으면 특히 좋다. 평일 뿐 아니라 주말에도 런치 타임은 유효하니 가족과 함께 홍대 프리마켓을 둘러본 후 살랑살랑 걸어 내려와 들러도 좋겠다.

 

 

전채요리는 부르스케타가 주로 나온다. 이번에는 버섯과 치즈, 루꼴라, 토마토가 얹어진 따끈한 부르스케타가 서빙됐다. 주욱~ 늘어지는 모짜렐라 치즈, 사각거리는 루꼴라의 식감과 향, 달콤 짭조름한 썬드라이드 토마토가 쫄깃하게 씹히는 것이 참 맛나다.

 

작년에 이곳에서 썬드라이드 토마토가 듬뿍 들어간 바질 페스토 파스타를 먹어본 이후, 말린 토마토의 매력에 빠져 토마토 한 봉지를 사다가 직접 집에서 말렸더랬다. 한여름의 강렬한 태양을 온 몸으로 받은 토마토는 반나절 정도면 수분이 대충 날아가고, 한나절 정도면 쪼글쪼글 먹기 좋게 말랐다. (볕이 좋은 날 기준, 아닐 때는 오븐을 이용해 말렸는데, 토마토 값 보다 전기 사용료가 더 드는 아픔이 있었다.) 말린 토마토는 수분이 날아간 만큼의 단맛과 짭조름한 맛이 난다. 그냥 말리기만 했는데도 정말 맛나다. 그냥 먹어도 맛있고 냉동실에 얼려두고 파스타나 피자를 만들 때 조금씩 올려 먹어도 좋다. 장마가 끝나면 올해도 좀 말려봐야겠다는...

 

 

푸짐하기로 치자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제니스의 빵. 직접 구운 빵을 겉 부분만 바삭할 정도로 다시 구워 올리브 오일, 발사믹 식초와 함께 낸다. 이번엔 여자 셋이 만나 전채에 빵까지 먹고 나니 본 게임 시작 전에 GG를 외치는 사람이 나왔다. 물론 나는 아니고.

 

 

제니스 카페의 간판 메뉴, 버섯과 치즈 뇨끼 (18,500원) 

 

제니스 카페에서 제일 맛 나기로 유명한 '버섯과 치즈 뇨끼'. 레지아노 파마산, 그뤼에 치즈의 풍미가 좋고 아삭아삭 씹히는 아스파라거스와 쫀득쫀득 감자떡 같은 뇨끼의 궁합이 좋다. 소스 전체에 녹아 있는 표고버섯 향도 아주 진하다. 토마토 하나를 큼직하게 잘라 통째로 낸 것도 맘에 든다.

 

 

그런데 내가 '뇨끼가 이 집에서 젤 맛있어!'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을까? 세 여자가 같은 메뉴를 시켜버렸다. 보통 여자 셋이 가면 이것저것 주문해서 쉐어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그렇게 되어버렸다. 그래도 뇨끼가 가장 맛있다며 간만에 만나 폭풍 수다를~

 

각자의 자리에서 분주한 제니스 카페 사람들. 주방은 유리 하나 없는 오픈키친이기에 빵굽고 파스타 볶는 냄새가 고스란히 실내로 풍겨온다. 요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 좋기도 하지만, 연기가 나기도 하니 자주 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야 한다. 그래서 더운날 창가에 앉는 것은 좀 비추.

 

 

참. 제니스 카페에서는 에르딩거 생맥주를 판다. 늦은 런치와 함께 에르딩거를 마셔도 좋겠다.

평일 오후에는 카페가 한가한 편이니 다음엔 혼자 한번 들러봐야겠다는.

 

오픈 시각 전에 문 열어주셔서 감사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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