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되어버린 쉐프의 만찬, '라꼼마(La Comma)'

 

 

오래전에 찍어둔 사진인데, 묵혀두다가 이제서야 꺼내어 본다.

이제는 더이상 맛볼 수 없는 쉐프의 만찬. 박찬일 쉐프의 '라꼼마(La Comma)'가 7월 말로 문을 닫았다.

 

 

내가 처음 라꼼마를 알게된건 작년 이맘때였다.

여름휴가 중인 미도리님께서 당시 임신중인 내게 맛난 점심을 사주겠다며 이곳을 소개했다.

 

- 박찬일 쉐프가 홍대앞에 개업한 파스타집,

- '라자니아님 블로그(http://blog.naver.com/lasagna7)의 추천 맛집'으로 소개된 곳, 

- 점심에는 2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에 에피타이저 + 파스타 + 디저트를 먹을 수 있고

- 직접 만든 티라미슈 케익이 일품이라는 설명과 함께.  


 바로 구워 내는 따뜻한 빵


"대체 박찬일 쉐프가 누구지?"

궁금한 마음에 페이스북에 질문을 올려봤다. 

 

가장 먼저 일간지 여행기자이자 맛집 구루인 학교선배의 답글이 달렸다.

"있어. 좀 재밌는 분."


선배가 알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더욱 기대가 됐다.

 

검색을 해보니 박찬일 쉐프는 이탈리아 쉐프삐에몬떼 요리학교 ICIF를 이수하고 시칠리아에서 직접 쉐프로 일한 경력이 있다.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책도 몇 권 쓰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이탈리아에서 맛볼 수 있는 향토요리를 선보이고 있다고.

유명한 청담동의 '뚜또베네'와 가로수길의 '논나'의 쉐프이기도 했단다.

매일 새벽시장을 직접 오가며 싱싱한 해산물을 구해 그날그날의 요리를 만드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에피타이저, 해산물 카르파쵸

 

직접 먹어본 라꼼마의 음식은 런치 스페셜이라기에는 정말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갓 구워 따끈한 빵과 정성껏 조리한 요리들이 참 맛깔스러웠다.

일일이 이름을 다 기억하지는 못해도 음식 하나하나가 참 독특했다.

 

 

광어와 문어회, 썬드라이드 토마토가 어우러진 해산물 카르파쵸(이름이 맞나?)는 무척 신선하고 상큼했다.

어떤 날은 구운 소고기를 에피타이저로 내기도 했고, 어떤 날은 생선 한토막이 올라오기도 했다. 

 


메인 요리인 파스타는 메뉴에 있는 어떤 것을 골라도 되는데, 친구들과 함께일 때는 언제나 다양한 파스타를 하나씩 주문해 함께 맛보곤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바로 '고등어 파스타'.

터키 보스포러스 해협에는 '고등어 케밥'이 있더니 이곳에서는 이탈리아 남부지방 요리라는 '고등어 파스타'를 만날 수 있었다.

 

 

내 막눈으로는 알리오올리오에 그저 고등어만 더 넣은 것 같아 보였는데, 먹어보니 훨씬 깊고 진한 풍미가 있었다.  

 

어찌나 감칠맛 나던지, 최근엔 라꼼마의 폐점을 아쉬워하며 직접 만들어 먹기도 했다. 

(관련 글: 아이폰으로 보는 일상, 여름을 보내며...)

 

 

홍합과 새우 등 해물이 듬뿍 들어간 '해산물 링귀니'는 종이 호일에 감싸 오븐에서 한번 더 뜨겁게 익혀 나왔다.

말아놓은 종이를 살살 풀면, 오븐에서 갓 꺼내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해물 스파게티를 만날 수 있다.

평소 칼국수를 좋아하는 나는 파스타도 칼국수 면처럼 굵은 '링귀니'를 즐기는데, 그래서 더 맛났던 건지도 모르겠다.

 

 

노릿하게 구운 가래떡같은 뇨끼는 바삭하고 쫄깃한 맛이 좋았다.

크림소스에 살살 굴려서 한입 베어물면 쫀득한 뇨끼의 식감과 부드러운 소스의 맛에 반하게 된다.

첫인상은 '에게~ 양이 너무 적잖아~!' 였지만 먹다보면 딱 적당할 만큼.

 

 

 

 

박찬일식 카르보나라라고 이름 붙을 만큼 유명한 카르보나라 스파게티. 

충분히 고소하지만 기름지지 않다.

 

 

그리고.. 후식으로 제공되는 커피와 늘 따로 주문하게 되는 티라미스 케이크.

 

 

빵 한 조각에 치즈 한덩어리가 묵직하게 올라앉은 이 모습. 그릭고 상상을 뛰어넘는  맛.

라꼼마에서 다시 즐길 수 없다니 아쉽기만 하다.

 

 

이렇게 올 여름을 보내며 함께 떠나보낸 라 꼼마(La Comma)를 사진으로나마 추억해 본다.

아쉽지만 가까운 미래에 더 나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20121024 덧) 뉴스를 보다가 발견한 박찬일 쉐프님의 최근 동향. 반가워 덧붙인다.


박씨는 “싫증을 잘 내는 편”이라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요리에서다.

“서양식 목로주점을 만들고 싶어요. 소설 <목로주점>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는데 주점에서 와인도 팔고 맛있는 이탈리아 음식을 파는,

서민식당이면서도 맛있는 그런 형태의 식당을 해보고 싶어서 준비 중입니다.”

지난 7월 말까지 일했던 홍대 앞 ‘라꼼마’를 그만두고 이탈리아식 목로주점을 위한 메뉴 개발과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출처:
[한국의 파워라이터]‘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저자 박찬일 셰프 - 20121019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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