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합정점 오픈 풍경, 골목상권과 대형유통업체간 갈등이 해결됐다고?

골목상권과 대형유통업체간 갈등의 상징이었던 홈플러스 합정점, 드디어 오픈


골목상권과 대형유통업체간 갈등의 상징이었던 홈플러스 합정점이 드디어 오픈했다. 오픈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한 몇일 전부터 홈플러스가 입점이 예정된 합정역 메세나폴리스 주변에는 플랙카드가 걸리고, 전단지가 대량으로 살포됐다.
합정 사거리에는 횡단보도마다 피켓을 든 아줌마들이 포인트카드 가입을 종용했고, 가입시 장바구니를 주고, 10만원 이상 구입시에는 핸드캐리어도 준다며 홍보하는 폼이 뭔가 진짜 들어오는것 같아 보였다.

 

팽팽하게 대치되던 시장과 대형유통업체간 싸움, 어떻게 타결된 걸까?

홈플러스 합정점 오픈 풍경, 발 디딜틈 없다

홈플러스 합정점은 유통산업발전개정안 이전인 2011년 1월 대규모점포개설등록을 마치고 신규 오픈이 예정됐다. 하지만 작년 말, 골목상권 이슈와 맞물리면서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사업조정신청을 받고 출점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었다. 개장 연기로 홈플러스측은 하루 손실 금액만 4천만 원에 달하는 부담을 안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고, 홈플러스 입점을 보고 메세나폴리스에 들어온 영화관, 음식점, 패션몰 등 상업 시설도 추운 겨울, 적자를 면하기 어려웠다. 메세나폴리스의 주상복합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분양을 받아놓고도, 이사를 오지 않는 집이 많았다. 평당 최고 2천 8백만원에 달했던 아파트 시세도 20%나 떨어졌다는 소문도 돌았다. 지역주민들은 명품 주상복합으로 대표되는 메세나폴리스가 너무 썰렁하다며 걱정이 많았고, 드러내놓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내심 홈플러스 입점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오픈 풍경을 스케치하는 방송국

 

결국 홈플러스측은 인근 시장 상인들과 20여차례에 이르는 대화를 시도했고, 시장 측에 대대적인 지원과 지역 상인들의 상권 보호를 위할 활동을 할 것을 약속한 후, 극적으로 합정점을 오픈했다. 이런 약속은 홈플러스 합정점, 월드컵시장, 망원시장, 마포구청이 참여하는 상생협의체에서 '상생 협약식'이라는 것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홈플러스에서는 전통시장을 대표하는 1차 식품군 중 일부를 선정해 판매를 금지하고, 담배를 보루 단위로만 판매하며, 자체 할인행사 및 기념품 증정행사를 자제하기로 했다. 또한 전통시장 명절행사에 이벤트 물품을 2년간 지원하고, 배달서비스 지원, 고객용 핸드캐리어 제공, 판매대와 간판 개보수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합정역에서 2Km 떨어진 망원역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올해 말까지 폐점하기로도 했다. 상생협의체는 매월 한번씩  모여 지역의 살 길을 논하기로 했다고 한다.


신선식품 일부 팔지 않기로 한 상생협약, 잘 지켜지고 있나?

여느 마트와 다름없는 신선식품 코너


서울시는 지난 8일 지역 상권 보호를 위해 야채 17종, 조리식품 9종 등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 판매제한 권고 품목 51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지역 상인들과 홈플러스 합정점도 앞서 밝힌 바와 같이 1차 식품군 중 시장 우위 상품을 홈플러스에서 판매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전무 후무한 시장과 마트의 상생이라며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리기도 했다. 

 

오픈 특가 행사로 운동화를 한 켤레에 5천원에 팔고 있다.

 

하지만 오늘 오픈한 홈플러스 합정점에서는 다른 여느 대형마트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기념품을 자제하기로 했다지만 기념 떡을 받아든 사람들이 보였다. 메세나 폴리스 중앙 광장에는 사은품 교환대가 설치되고, 이벤트 즉석 추첨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오픈행사로 삼겹살은 50%할인, 오렌지는 개당 850원에 살 수 있었으며 계란은 한 판에 3000원, 파스퇴르 우유도 1L짜리 두개를 4200원에 살 수 있었다. 다른 홈플러스에서도 하고 있는 10년전 가격행사 외에도 대대적인 오픈 행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행사가 진행중인 정육, 신선식품 코너에는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많았고, 다들 행사상품을 장바구니에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돌아와 뉴스를 보니 시장 상인과 협상한 품목은 오징어, 밤, 대추, 국거리용 쇠고기, 알타리무, 순대, 떡볶이 등 16개 제품이었다고 한다.

'눈가리고 아웅'이란 표현을 이런 때 쓰는 것일까? 시장 우위 상품은 비단 오징어와 '국거리'쇠고기만 있을까? 떡볶이 대신 '불볶이'로 판매하는 상품은 무엇인가? 진짜 골목상권과의 상생을 원한다면 행사 상품으로 내건 삼겸살과 오렌지를 판매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사실, 마트에서 1차 식품 판매를 제한한다는 것은 주력상품을 빼고 영업을 하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 그닥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오픈일부터 이런 풍경이라면 지역과의 상생은 애초부터 물 건너 간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픈하면 그만'이라는  인식, 뭔가 잘못 된것 같다. 이제라도 진지하게 상생의 길을 함께 고민 했으면... 하는 바람은 나만의 것인지. 할인 코너 앞의 북적이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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