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요리] 야매 스페인 요리 대방출

어제 만들어둔 샹그리아와 아침에 후다닥 만들어 낸 몇 가지 스페인 요리로 손님 상을 마련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스페인 여행을 했음에도 직접 만들어 보기 전까지는 몰던 사실들.

고기 없이도, 채소를 그저 굽거나 데치기만 해도 훌륭한 파티 요리가 된다.
새우나 오징어 같은 늘 보던 식재료들도 올리브오일과 다른 방식으로 조합하면 전혀 다른 맛을 낼 수 있다. 
솔직히 나는 요리에 별로 소질이 없는 것 같지만,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맛보는 건 언제나 즐겁다.  

 

▲ 하몽에 메론, 토마토 즙을 올린 빵 (Pan con Tomate)이 빠졌지만, 나름 풀샷. 


전문가의 레서피를 참조했으나 역시 결과적으로는 내맘대로 야매요리가 되어버린 스페인 요리들. 오늘 올리브 오일 1/3 통은 쓴 것 같다.
옆구리 찔러 들은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먹을 만 했다"는 스티브의 평이 있었다. ㅎ

자, 하나씩 살펴보자.



1. 샹그리아 (Sangria)



시차 부적응의 영향으로 새벽에 뚝딱거리며 만들어 둔 샹그리아. 10시간 정도 숙성시켜 사이다와 얼음을 부어 완성했다. 좀 단 듯 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맛. 과일을 너무 많이 넣어도 안되는 것 같다. 샹그리아의 생명은 '시원함'이니 얼음이 떨어지지 않도록 충분한 얼음을 얼려두는 것이 중요하다. (한 병이 남아 지금 포스팅을 하며 한 잔 따라먹고 있는데, 탄산을 넣은 후 바로 먹는 것 보다 좀 숙성 된 후에 즐기는 것이 더 맛난 것 같다.)

스페인에서는 샹그리아가 아니라 '상그리~아'라고 부른다. 


레서피 보러가기 ▶ [내맘대로 세계요리] 초간단 스페인 여름 음료, 샹그리아



2. 깔라마르 아 라 가예가 (Calamar a la gallega) 



원래는 뽈뽀(Pulpo/문어)를 사용해야 하는데, 문어는 양껏 먹기에 비싸기도 하고 장보러 나간 시장에 물 좋은 오징어가 있길래 오징어로 대체했다. 
스페인 식당 어디에서나 흔하게 만나볼 수 있는 뽈뽀 아 라 가예가(Pulpo a la gallega)는 보통 이렇게 감자를 깔고, 삶거나 구운 문어를 올리고, 올리브 오일과 스페인 고춧가루(카이엔 페퍼)를 듬뿍 뿌려낸다. (관련 사진: Day11 - 피카소 생가와 말라가 구시가지에서 보낸 하루우리 입맛에도 잘 맞고, 문어의 감칠맛과 올리브 오일의 조합이 정말 예술이다. 이번에는 간이 좀 부족했지만, 집에서 오징어로 요리해도 비슷한 맛이 나는 걸 확인했으니 앞으로는 자주 만들어 먹는 걸로. 


레서피는 마드리드에서 요리공부를 하고 계시는 lamaja님 (마하의 키친) 블로그를 참고했다.
레서피 보러가기 ▶ 스페인 요리 #3. 갈리시아식 문어 타파스 (Pulpo a la gallega)
 


3. 핀초 데 감바스 (Pincho de gambas)



론다에서 진아와 정균이가 정말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라 입맛 없어할 때 집에서도 한번씩 해주려고 연구중인 요리.  
일단 비주얼은 비슷한데, 뭔가 2% 부족한 맛이다. 조미료라도 쳐야 하는 걸까? 

여행 중반, 스페인 남부지방으로 갈 수록 꼬치에 끼워 구운 돼지, 양, 닭, 새우 등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특히 새우 꼬치 맛이 인상적이었다.
하와이의 스캄피 새우와 맛이 비슷하기도 하고... 버터와 올리브 오일 정도의 차이랄까? 꼬치요리이지만 만들기 어렵지 않다.


내맘대로 레서피 ▶ 올리브 오일, 간 마늘 듬뿍, 소금, 마른바질에 재운 새우를 꼬치에 끼워 후라이팬에서 살짝 굽는다.


4. 삐미엔토스 데 빠드론 (Pimientos de Padron)



튀긴 고추만 보면 아빠가 생각난다. 마른 고추를 기름에 달달 볶은 후, 소금 간을 한 밑반찬은 어릴적 우리 집에서 떨어지지 않는 밑반찬이었다. 요즘은 고추를 직접 말리지 않으면 구하기 어려운 마른고추, 매콤 고소한 그 맛이 가끔씩 생각날 때가 있다. (요즘도 가끔 친정집에서 맛볼 수 있긴 하다.)
스페인에서 이 튀긴 고추를 만난 건 론다의 어느 타파스 레스토랑이었다. (생각해보니 새우 꼬치를 먹던 곳) 옆 테이블의 할머니 앞에 수북하게 쌓인 초록 고추, 분명 피망은 아닌데 이렇게 튀긴 고추를 쌓아놓고 먹는 민족이 또 있구나 싶어 웃음이 났다. 한번 맛보고 싶은데, 메뉴명을 알 길이 없어 점원을 불러 수줍게 손가락질을 하며 시켰던 메뉴. 정작 음식이 나왔을 때는 그냥 고추를 튀긴 거잖아? 적잖이 실망했지만, 먹을 수록 그 고소하고 씁쓸하고 매콤한 맛에 자꾸만 손이가던 요리였다.

삐미엔토스 데 빠드론(Pimientos de Padron). 빠드론 고추는 할라피뇨 고추처럼 작고 통통하다.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으니 맛이 비슷할 것 같은 꽈리고추를 튀겨봤다. 와~ 그런데 이건 정말 꽈리고추의 새 발견~! 앞으로 자주 해먹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내맘대로 레서피 ▶ 올리브 오일에 튀겨 소금 간. 무척 간단하다.


5. 발사믹 버섯 볶음 빵  


ㅎㅎ 이름도 내맘대로. 발사믹 버섯 볶음 빵이다. 이건 스페인 요리는 아니고, 어디선가 먹어본 기억으로 만들어본 내맘대로 타파. 한 달 스페인 여행을 다녀오는 동안 엄마가 우리 집 생물들을 관리해 주셨는데(감사합니다~!), 베란다에 심어둔 루꼴라가 제법 자라 활용해 봤다. 


내맘대로 레서피 ▶
1) 버섯 볶기: 올리브 오일에 간 마늘로 향을 내고 버섯을 빠르게 볶다가 발사믹 식초를 뿌리고 소금으로 간한다. 마른 바질을 뿌려도 좋음.
2) 바게트 빵에 올리브 오일(혹은 마요네즈) 바르고, 루꼴라(시금치 등 여린 잎이면 뭐든)를 올리고, 볶은 버섯 올리면 끝



6. 가지와 파프리카 구이



내맘대로 레서피 ▶ 올리브 오일에 노릇하게 구운 가지와 파프리카에 발사믹 식초를 뿌렸다. 가지와 피망은 그저 굽기만 해도 훌륭한 요리.



7. 감자 계란 샐러드



전날 새벽(오늘 새벽인가?)에 만들어 둔 타파. 삶은 감자와 계란 노른자를 으깨 다진 당근피클, 마요네즈를 섞어 속을 만들었다. 손이 가장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큰 감흥은 없었던 요리. 



8. 가든 샐러드


베란다 텃밭에서 난 루꼴라와 어제 장본 토마토, 양상추 등으로 가볍게 만든 샐러드. 발사믹, 올리브 오일 드레싱.


써야하는 원고가 있고, 월요일부터는 다시 현실로 돌아갈 예정이지만...

시차 부적응을 핑계로 오늘도 새벽 포스팅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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