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에어비앤비에서 날아온 '200유로' 청구서


기막히는 일이 일어났다. 


오늘 새벽, 어제 쓴 글(26박 28일 스페인 가족여행 총경비, 얼마나 들었을까?)에 숙소 링크를 걸기 위해 오랜만에 에어비앤비(www.airbnb.com) 사이트에 접속했다. 쓰고있는 책에도 현지인의 숙소를 빌려 사용하는 숙박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에 대해서 간략히 추가하기로 해서 메뉴들을 훑어보는데, '알림'메뉴에 뭔가 도착해 있는 것이 아닌가?


열어보니 우리가 묵었던 바르셀로나 에어비앤비에서 청구한 200유로 짜리 청구서가 있었다.


▲ 겉만 번지지르르 했던 바르셀로나 에어비앤비



스페인에서 날아온 '200유로' 짜리 청구서


▲ 호스트가 200유로짜리 청구서와 함께 보내온 사진은 이렇다.
지난 1월에 매립했는데,
 아이들이 잡아 당겨서 깨졌다고 했다. 무슨 근거로? 


침실의 벽이 깨지고 페인트가 벗겨졌다며 다시 칠하는데 240유로가 들었단다. 관련 사진과 수리비를 증거로 내미는데, 기한 내 수락하지 않으면 200유로가 아닌 500유로를 청구하겠단다. 예약내역을 살펴보니 보증금으로 무려 500유로나 걸려 있었다. OMG 관련 내용은 에어비앤비와 연결된 내 메일로는 전달되지 않았고, 오직 사이트 '알림'메뉴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 숙소 예약사이트를 들어가보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겠는가? 혹시라도 내가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접속해 보지 않았다면 그대로 500유로가 카드에서 빠져나가는 상황이었다. 


에어비앤비 예약시 이런 '꾼'들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게 실제로 내 상황이 될 줄이야...! 



혹시나 싶어 첫날 숙소에 체크인하며 찍어놓은 사진을 찾아봤다. TV 케이블, 벽이 갈라지고 페인트가 벗겨진... 혹시 여기?  



작은 부분이고, 사진이 흐릿하지만 여기가 맞는 것 같았다. 호스트가 제시한 증거사진을 옆에 두고 몇 번이나 비교해 봤다. 
분명 우리가 체크인한 그 순간에도 케이블이 나와 있었다.



다른 각도에서 봐도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원래' 그랬다. 


그밖에도 호스트는 '컵도 깨져있고, 청소도 안했고(그래서 9시간이나 청소를 해야했고), 체크아웃도 제대로 안하고 메일박스에 키를 넣어두고 도망갔다'며 모욕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아이들 데리고 여행하면서 최소한의 상식은 있어야 하지 않냐며 말이다. 


이상했다. 우리는 숙소를 나서기 전까지 청소와 설겆이를 했고, 별도 청소비로 7만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했다. 체크아웃 시간에 관리인이 연락 두절되어(휴대폰이 꺼져 있어) 잠시 기다리던 우리는 문을 잠그고 메일박스에 키를 넣었다. 호스트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을때, 관리인이 나타났다. 우리는 메일박스 앞에 서서 왜 이곳에 키를 넣어둘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야기했고, 바퀴벌레 컴플레인도 했다. 그는 미안하다고 했고, 벌레문제는 자기도 어쩔 수 없다며 그밖에는 다 좋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숙소를 나선지 30분 쯤 지났을까? 나는 그를 카페 앞에서 한번 더 만났다. 그는 아침식사를 하러 간다고 했다. 숙소 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음 손님이 바로 있다고 했으니 상식적으로는 청소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아침식사를 하러 갔다. 



겉만 번지르르했던 '엘레강스 바르셀로나 에어비앤비'


▲ 오래된 아파트를 개조해 이케아 물건으로 꾸민 에어비앤비


이 숙소는 주인이 직접 관리하지 않고 관리인을 두어 손님을 받는 아파트였다. 에어 비앤비 검색 옵션 중에 '숙소 전체', '가족/어린이 숙박가능', '부엌', '세탁기' 등을 넣어 걸러낸 곳 중 평점이 높고 후기가 많은 아파트를 선택했다. 청소비가 50유로나 책정되어 있었지만, 해당 시기에 숙소들이 빠르게 마감되어가는 상황이어서 바로 호스트에게 연락한 후 예약을 했다. 집은 넓고 아름다웠다. TV 케이블이 늘어져있다던가 장식품 퀄리티가 전부 형편없어서 겉만 번지르르 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호스트에게 컴플레인 할 만큼의 불편은 없었다. 오히려 아이들과 함께하기에는 너무 엘레강스한 면이 있어 아이들 손이 닿을만한 곳에있는 모든 위험물들을 치웠다. 예를들면 컵, 식기, 장식품 같은 것들. 


▲ 마시다 만 물병이 놓여있던 주방

주방에도 필요한 물건들이 적절히 있었다. 그런데 바닥을 보니 물이 흥건했다. 조리대에는 마시다 만 물병이 그대로 놓여있었다. 컴플리멘터리 서비스로 제공된다던 카바와 물도 없었다. 관리인은 청소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이해할 수 있었다. 호텔이 아니니까. 나머지는 깨끗했으니까. 칼은 무뎠고, 수세미도 더러웠지만 자잘한 문제는 그냥 넘어갔다. 내가 가지고 온 것을 쓰면 되고, 즐거운 스페인 여행에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으니까.


▲ 관리인이 만들어 준다는 빠예야 메뉴판..;


내가 호의적인 것을 파악한 관리인은 어디선가 프린트물을 들고 왔다. 맛있는 빠예야 집이 있다며 메뉴 소개를 시작했다. 스페인어를 전혀 못하는 나는 집 근처에 빠예야가 배달되는 곳이 있나 했다. 알고보니 관리인 집이 바로 근처인데, 자신이 빠예야를 맛있게 만들어 배달해 줄 수 있다는 것. 황당하고 불편했지만, 싫은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후 그는 몇 차례 더 저녁에 빠예야를 먹으라고 푸시했다. 


▲ 바퀴벌레가 출몰하던 화장실


복병은 화장실이었다. 너무 작고 좁았다. 세면대를 지나가려면 작은 체구의 나도 몸을 옆으로 돌려야만 했고, 그 때마다 접착식 수건걸이가 떨어졌다. 변기 옆에 있는 샤워실에는 세탁기가 함께 있었는데, 매일 밤, 이 곳에서 바퀴벌레가 출몰했다. 하루는 새벽에 짐을 정리하다가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열 댓마리의 크고작은 바퀴벌레가 빠르게 도망가는 것이 보였다. 외국 화장실은 건식인 곳이 많아 우리와 달리 화장실 문에 턱이 없다. 화장실에 벌레가 있다면 거실에도, 부엌에도 쉽게 옮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날 이후 나는 이 집에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 나흘간 아이들에게 바닥에 앉지 말 것을 요구했고, 음식 재료는 냉장고에 넣어둔 것만 썼다. 



경험으로 파악한 '에어비앤비 이용시 주의사항'


▲ 현재 나는 증거를 제시하며 호스트가 청구한 200유로를 거절한 상황. 다시 청구한다면 에어비앤비 고객센터에 조정요청 할 예정이다.  


물론, 모든 에어비앤비 숙소들이 이렇지는 않다. 다른 곳에서 묵었던 에어비앤비는 가격대비 호텔보다 훨씬 멋지고 호스트가 친절했던 곳도 있다. 

다만, 사용자간의 신뢰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소셜 서비스에서 이런 '꾼'들을 걸러내려면 몇 가지에 잘 살펴봐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경험으로 파악한 에어비앤비 이용시 주의사항을 간략히 정리해봤다. 


<에어비앤비 이용시 주의사항 8가지>

1. 평점과 후기를 꼼꼼히 살펴보자. 평점이 좋아도 '너무 완벽하지만 침대에 배드버그가 있어요' 같은 치명적 댓글이 달렸을 수도 있다. 

2. 호스트가 올려놓은 사진을 꼼꼼히 보자. 보통 광각으로 찍은 사진이라 실제보다 넓게 보인다.
3.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곳인지 보자. 관리인이 중간에 끼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

4. 숙소비에 청소비와 보증금이 따로 붙는지 보자.
   청소비는 전체 숙박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보증금은 추후 부당 청구,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으니 되도록 없는 곳을 선택하자.
   (
에어비앤비 보증금은 호스트가 100달러에서 1,000달러까지 미리 설정할 수 있으며 체크아웃 48시간 이내에 청구할 수 있다.)

5. 체크인 최소 하루 전날 반드시 호스트와 이야기 하자. 도착시간, 누가 키를 건네는지 등.
   (이 호스트는 체크인 하루 전부터 갑자기 말도 안통하는 옆집 아주머니에게 키를 받으라고 해서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스페인어를 전혀 못한다고 컴플레인했더니 다행히 도착시간에 맞춰 관리인이 출근 했지만...)  

6. 도착 즉시 숙소 사진을 찍어두자. 렌터카를 빌릴 때처럼 구석구석 찍어야 추후 분쟁 발생시 대처할 수 있다.
    특히 아이와 함께 여행한다면 '꾼'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 

7. 도착시 호스트와 청소 문제, 체크아웃 시간, 체크아웃 방법 등을 협의하자. 

8. 혹시 보증금을 걸어두었다면 체크아웃 후에도 (48시간까지) 가끔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들어가보자.
    청구서는 절대 메일로 날라오지 않는다. 오직 에어비엔비에 접속해 '알림'메뉴를 들여다 봐야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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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찾아보니 에어비앤비 분쟁 사건이 참 많다. 기십만원~백만원의 예약금을 날리는 경우도 많단다. 그러나 고객센터 대응은 원활하지 않고...
      읽은 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하나 링크해 본다. ▶ 에어비앤비 분쟁에 대처하는 소비자의 자세


[관련 글] 이후 에어비앤비 고객센터와 대화한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2014/07/14 스페인 에어비앤비에서 날아온 200유로 청구서,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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