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감상하는 다섯 가지 방법

첫 인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녹아 흐르는 것 같은 기괴한 돌덩이. 커다란 옥수수를 세워놓은 탑, 제단 같은 지붕 끝에 올라앉은 온갖 과일들. 

건물 뒤편에는 앙상한 철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벌써 수십년째 이자리에 서 있었을 타워 크레인은 마치 성당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설레임과 긴장 속에 마주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화가 '달리'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두고 '커다란 썩은 이빨처럼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내게는 그저 썩은 이빨로 보였다. 달리의 표현을 이해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직접 마주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규모가 엄청났다.
우리는 원래 하루 일정으로 잡았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관람 계획을 바꿔서 외관을 둘러 보는데 반나절을 쓰고, 

다음날 반나절은 온전히 성당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성서 속 상징이 난무하는 조각들, 밖에서 봤을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내부 구조, 이질적이지만 주변과 조화로운 모습 등을 확인하고 나서야 세상이 왜 가우디를 '천재 건축가'라고 부르는지, 왜 가우디가 평생을 바쳐도 다 짓지 못할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매달렸는지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1882년부터 13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아직도 현재 진행형으로 건축되고 있는 가우디의 대표작,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상징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감상하는 몇가지 방법'에 대해 소개할까 한다. 



1. 사그라다 파밀리아 최고의 포토스팟, 공원 연못


▲ 사그라다 파밀리아 최고의 포토스팟, 공원 호수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도착하자마자 성당 앞에서 인증샷을 찍느라 바쁘다.

그러나 '가장 멋진'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사실 성당 앞이 아니다. 



진짜 포토 스팟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성당 앞이 아닌, 건너편 공원에 있다. 

작은 연못을 사이에 둔 고즈넉한 공원 벤치에 자리를 잡고,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바라보자.

잔잔한 연못에 비친 사그라다 파밀리아와 하늘의 반영은 굳이 좋은 카메라가 없어도 누구나 담을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이다.



2. 가우디가 숨겨놓은 '상징' 찾기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숨은 다양한 상징을 찾기 위해서는 '가이드 투어'를 이용하거나, '오디오 가이드'를 빌리거나, 혹은 성당 앞에서 파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가우디' 소개책자 하나쯤은 챙기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추천!)   


가우디가 '천재 건축가'로 불리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그가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숨겨놓은 어마어마한 '상징' 때문이다. 때로는 이 엄청난 설계와 공사비용 때문에 종종 공사가 중단되곤 했다. 그러나 오랜 건축 기간만큼이나 꼼꼼하게 성당을 설계한 가우디는 건물 구석 구석에 성서 속 의미를 부여 했다. 보통의 교회가 내부에 조각이나 그림으로 성서 속 이야기를 구현해 놓은 데 비해 이곳은 밖에서도 읽을 수 있는 성서를 구현해 놓은 셈. 


▲ 가우디 생전에 완공한 '예수탄생 파사드', 당시 태어난 어린이들을 모두 죽이는 발이 여섯 개 달린 병사의 이야기도 볼 수 있다. (사진 오른쪽) 


▲ 가우디의 설계도를 기초로 했으나 후대에 많은 부분이 변형되어 직선과 절제미가 돋보이는 '수난 파사드', 가장 왼쪽 인물이 '가우디'라고. 
중앙에는 예수의 얼굴이 찍힌 수건을 펼쳐 들고 있는 베로니카를 배치했는데, 이는 골고다로 가는 고난의 행진 중에 일어난 유일한 기적을 의미한다.

수난 파사드는 가우디 사망 60주년이 되는 해부터 작업을 시작했고, ‘십자가의 길’을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장면들을 조각으로 구성해 놓았다. 예수와 열두 제자가 함께했던 최후의 만찬에서 출발한 조각들은 유다의 키스, 베드로의 배반, 빌라도의 재판 등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엔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한 예수가 무덤에 드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 한창 공사중인 '영광 파사드', 최신공법으로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있다고는 하나 가우디 스타일에서 많이 벗어난 모습이다. 철골구조물과 시멘트로 덮인 성당의 뒷면이 왠지 씁쓸하다. 이곳이 앞으로 완성될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정문 되시겠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크게 세 개의 파사드로 구분한다. 가우디가 살아있을 때 완성한 '예수탄생 파사드', 가우디의 스케치를 참고해 1980년에 완공된 서쪽의 '수난 파사드', 그리고 정문에는 아직도 공사중인 '영광 파사드'가 있다. 각각의 파사드는 시기별 특징이 보이는데 가우디의 손길이 가장 많이 닿은 탄생 파사드는 그가 추구하는 사실적인 자연미, 장식적인 요소가 많고 현대로 가면서 직선과 단순미가 강조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탄생 파사드에 조각된 아기예수의 탄생 장면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가우디 생전에 완공한 '예수탄생 파사드'다. 가우디에게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자연을 닮은 건축양식은 보는 순간 감동이 밀려온다. 때로는 썩은 이빨처럼 기괴하기도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둥지를 틀고 있는 새와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 등의 표현이 정말 아름답다. 

  

탄상 파사드 꼭대기에는 수태고지를 받는 마리아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고, 그 밑에는 3인의 동방박사, 가장 중심에는 가장 중심에서는 마굿간에서 태어난 아기예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성 가족(Sagrada Familia, 사그라다 파밀리아)'을 의미하는 예수, 성모 마리아, 요셉이 함께 있으며, 성서에 등장하는 마굿간의 황소와 당나귀가 그 옆에 있다.


▲ 탄생 파사드에 깨알같이 조각된 나뭇가지, 나뭇잎과 닭 등의 디테일이 무척 섬세하다. 탄생의 문에 있는 두 개의 기둥은 각각 요셉과 마리아를 뜻하는 땅 거북이와 바다거북이가 지탱하고 있다.


▲ 수난 파사드쪽 문에 조각된 가우디 코드. 4×4 크기의 마방진처럼 생겼지만, 잘 보면 마방진이 아니다. 1부터 16까지의 숫자가 한 번씩만 들어가야 하는 마방진의 규칙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저 숫자판의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은 모두 33이다. 기독교에서 33이란 매우 신성한 숫자인데, 요셉이 성모 마리아와 결혼한 나이가 33세였고, 예수가 죽었다고 알려진 나이가 33세였으며, 창세기에서 예수가 나오는 횟수가 33회였고, 예수님이 기적을 행한 횟수가 33회였다고 한다.



3.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성당 내부, 제대로 보려면 하늘을 보라 


▲ 카메라를 내려놓을 수 없는 풍경. 현실세계라 믿기 힘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내부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부에는 밖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새로운 놀라움이 있다. 하늘에 별, 땅에는 나무들이 자라고, 그 사이로 오색의 따뜻한 햇빛이 사람들의 영혼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미사를 볼 수 있는 공간이 구색을 갖춘 것은 공사가 시작되고 무려 127년이 지난 2010년, 고작 4년 전이었다고 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때 성가족 성당을 방문해 축복 미사를 집전했고, 이 때부터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교회 본연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일반인에게도 내부 관람이 허용되었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햇빛이 성당 기둥을 색색의 초록으로 물들인다. 

그 자연스럽지만 경건한 빛을 마주하고 있으면 가우디에 대한 경외심이 절로 생긴다. 

 제단 위쪽 높은 곳에 내려오는 신비로운 빛이 아름답다. 


▲ 생명의 씨앗이 쏟아져 내리는 듯한 하늘과 성당의 온화한 분위기는 천방지축 아이들도 조용하게 만들었다.  


▲ 온전히 한나절을 보낸 후에도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웠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4. 가우디의 철학과 건축 방식을 이해하자


▲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모형을 제작하는 곳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가우디가 타계한지 100년이 되는 해인 2026년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당 내 연구소에서는 그의 스케치를 따라 다양한 모형을 만들고, 건축방식을 연구하고 있는데, 관람객들도 유리너머로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 내부를 지탱하는 기둥의 무게 배분을 추로 계산하는 방법 


내가 가장 놀란 곳은 바로 가우디의 기초 설계. 성당 내부의 기둥이 어떤 방식으로 설계되었는지, 그 거대한 성당을 어떻게 지탱하고 있는지 계산한 방법이다.

여러 개의 무게추를 서로 연결한 이 조형물을 거꾸로 보면 그대로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내부 기둥이 된다. 


▲ 자연을 모티브로 한 가우디 건축

다른편에는 '가우디와 자연'을 주제로 건축 철학에 대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나뭇잎과 줄기를 닮은 기둥이라던지, 벌집, 씨앗, 달팽이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계단, 보도블럭, 장식물 등을 설명과 함께 볼 수 있어 '자연'을 주제로 한 그의 건축 철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우디 건축은 신과 그의 창조물인 자연에 대한 찬가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자연이란 단순히 식물이나 동물이 가진 사실적인 형상뿐 아니라 인공물과 구별되는 본질적인 형상, 즉 부드러운 '곡선'으로 표현된 모든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전체적인 외형은 바르셀로나 북서쪽에 있는 산인 몬세라트(Montserrat)에서 따왔다. 몬세라도는 카탈루냐의 상징이며, 가우디 고향에서 발견한 '태초의 생명적 근원'이다. 



5. 내맘대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즐기기


▲ 진아가 그린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부 스테인드 글라스


사실 짧은 여행기간 동안 가우디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어린 아이들에게 가우디니 건축철학이니 하는 것들은 지루하기만 하다. 진아는 가져간 종합장과 색연필을 꺼내 마음에 드는 스테인드 글라스를 그리기 시작했다. 


▲ 사그라다 파밀리아 앞 놀이터

아이들은 성당 앞 놀이터에서 뛰어 놀고, 어른들은 멀지 않은 성당을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놀이터가 있다면 바로 여기가 아닐까?



주변을 둘러보면 아이와 함께 즐길만한 것이 꽤 많다. 이를테면 집시들의 물방울 놀이라던지, 



풀밭 위의 점심 같은 것 말이다. 


▲ 사그라다 파밀리아 역에 설치된 조형물

사그라다 파밀리아 근처의 곳곳에 설치된 성당 조형물이나 그림을 찾아 보는 것도 좋다. 
마음만 먹으면, 아이와도 얼마든지 즐길 거리를 찾을 수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에는 매년 3백만명 가까운 관광객이 찾으며 연간 입장료만 360억 가까이 벌어 들이고 있다. 

어마어마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어 이제 머지 않은 미래(2026년)에 완공될 사그라다 파밀리아. 
그때쯤 한번 다시 바르셀로나에 방문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미래의 완공 모습을 담은 영상으로 이 글을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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