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날린 벚꽃을 모아, 벚꽃라떼

요즘 우리 동네는 벚꽃이 한창이다. 

다리 하나만 건너면 벚꽃축제가 한창인 여의도지만, 내게는 매일 매일 피어나는 벚꽃을 볼 수 있는상수동 골목길이 훨씬 아름답다.

오늘 아침엔 차를 멀찌감치 대고, 정균이와 함께 한껏 피어난 벚꽃에게 '안녕~' 인사하며 걸어보았다. 




이 길의 매력은 빨간벽돌과 파란 하늘의 대비, 그 사이에서 아련하게 피어난 벚꽃잎을 보는데 있다. 



하루가 다르게 피어나더니 오늘은 드디어 절정의 순간을 보인다.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우리동네 벚꽃길.




골목을 벗어나면 '인적드문 벚꽃명소(?)'로 이름난 당인리 발전소 벚꽃길이 펼쳐진다. 



발전소 앞에는 연식이 꽤 오래된 왕벚나무가 있어 동네 벚꽃과는 차원이 다른 화려함을 뽐낸다.



사실, 진짜는 발전소 안의 벚꽃이다. 발전소 정문에서 150m가량 이어지는 벚꽃길은 우리나라 최초 화력발전소의 역사와 함께하는 벚나무 고목이 많아 꽃이 크고 화려하다. 평소에는 발전소라는 특성상 안전을 고려해 일반인의 출입이 어렵지만 매년 이맘때, 벚꽃 필 무렵이면 일주일 정도 발전소를 개방한다. 벚나무 아래 잔디에서 즐기는 문화행사와 도시락 소풍, 발전소에서 제공하는 무료 커피의 훈훈한 인심, 그리고 발전소를 나서도 끊이지 않는 이면도로의 벚꽃 향연과 상수동, 합정동 카페골목의 구석구석 숨은 맛집을 찾아다니는 재미까지 즐길 수 있으니 이곳이 바로 진정한 벚꽃놀이 장소~!



그러나 작년부터 시작된 발전소 지하화 프로젝트로 올해는 아직 당인리 발전소 개방 소식이 없다. 답답한 마음에 매년 개방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셨던 당인리 발전소 경비아저씨께 여쭤보니 공사중이라 위험해 아마 개방이 어려울 것이라고 하신다. 매일 이 길을 오가며 직접 지켜본 바로도 흙을 잔뜩 실은 덤프트럭이 수도없이 드나드는 게 정말 위험해 보였다. 올해는 공사로 인해 왕벚나무들이 잘려나가지 않기만을 바래야 하는 것인가...   


▶ 관련 글: 아날로그 감성으로 담은 '당인리발전소 벚꽃길' (2012년)



아쉬운 마음에 당인리 발전소 앞길을 걸어보았다. 



아직 때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밤사이 분 바람 때문인지 꽃잎이 우수수~ 



꽃 한 송이를 주워 바라보다가



이 만큼을 모아서



벚꽃을 닮은 그릇에 담아 테이블 위에 두었다.



새로 산 모카포트에 커피를 올리고,



전자레인지에 우유를 1분 30초 데운 후, 곱게 거품을 냈다.



커피를 적당량 붓고,



남은 벚꽃잎을 모아 소금물에 씻은 후 동동 띄우면...



나만의 벚꽃라떼 완성~!

소박하고 평화로운 아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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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벚꽃은 식용 꽃이지만 길가에서 주은 것이라 여러가지(미세먼지, 중금속, 혹시 모를 약품)로 걱정되어 잘 씻었고,
    띄워서 분위기만 내고 꽃잎을 먹지는 않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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