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저녁, 아기의 성장영상 만드는 남편을 보니...

어제는 쏟아지는 비에 퇴근버스까지 잠깐 걷는 길에 신발은 물론 바지까지 푹 젖어버렸다.
출발직전 가까스로 올라탄 작은 버스의 창밖으로 내리는 비는 이내 사각 프레임속에 뿌옇게 뭉게져버리고, 사람들은 천장을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저마다 폭우와 비에 대한 옛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열대의 습함이 느껴지는 여름 비는 내게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게 한다.
사회 첫발을 내딛는 연수원에서 스티브를 만난 것도 비오는 초여름이었고, 첫 눈에 사랑에 빠져 이제는 한 해라도 가지 않으면 발병이 날것 같은 태국과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장마 즈음이었다. 그리고... 곧 첫 돌을 맞는 딸내미와의 감격스러운 첫 만남의 순간에도 비가 내렸다.

예정일을 3일 남겨놓고 시작된 출산휴가. 아직 태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열심히 운동하라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 씩씩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작된 진통. 17시간이나 지나 힘겹게 태어난 3.33Kg의 작은 아기. 유난히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많이 오던 날이었다. (출산의 느낌을 담은 작년 연말결산 포스팅을 보니 감동이 뭉게뭉게~) 그 후로 1년. 주말 부모로 지내며 아이의 모든 '첫 순간'을 함께할 수 없어 오가는 길에 눈물을 뿌리기도 여러 번이었지만 그로 인해 성장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솜털 보송보송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언제 이렇게 컸는지... 
남편을 쏙 빼닮은 딸내미가 커가는 모습을 보는건 언제나 신기하다.
성장영상을 만드는 아빠를 보며 떠오른 이런저런 생각들...

    진아의 첫돌 성장영상 주요 컷~*

* 비오는 날엔 출산율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기상학적 근거가 있다. 연구결과를 보면 '고기압이 동쪽으로 빠져 나가면서 기압골이 접근해 올 때' 임산부들이 진통을 시작하고, '본격적인 기압골의 영향을 받아 기압이 내려가고 비가 내릴때, 바람이 강하게 불고 기온과은 급격히 내려가며 습도가 증가하는 기상변화가 가장 극심할 때' 출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관련링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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