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같은 세계가 열린다. Robert Sabuda의 팝업북
- 라이프 로그
- 2009. 10. 1. 08:55
오늘은 홍대앞 와우북페스티벌에서 건진 두 권의 책에 대해 소개해볼까 합니다.
바로 로버트 사부다(Robert Sabuda)가 일러스트 및 페이퍼 크래프트 작업을 한 '오즈의 마법사'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인데요~. '작은 여자 아이가 마법의 세계를 여행하며 겪는 신기한 사건들'에 대한 스토리가 담겨있는 이 판타지 동화는 모두 책이나 만화, 영화로도 한번쯤 접해보셨을 법한 고전이죠~
여자 어린이 판타지 어드벤쳐, 오즈의 마법사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린시절, 동화속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시키며 미국 어린이가 된듯한 착각에 빠져 보신 분들은 책 표지만 보셔도 추억이 되살아 나실텐데요. '회오리 바람이 불어 빨간 구두를 신은 도로시가 마법의 세계로 날아갔다'던가, '사자, 양철로봇, 허수아비와 함께 잃어버린 것을 찾으러 여행을 떠나는' 스토리가 담긴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는 자세한 내용이 떠오르지는 않아도 어렴풋하게 그려지는 환상적인 이미지가 있죠.
빙그르르 돌고, 매직아이처럼 나타나는 마술의 세계, 오즈의 마법사 오즈의 마법사 팝업북. 회오리 바람이 부는 마을 풍경. 책을 펼치면 회오리가 빙그르르 돌면서 나타난다.
Robert Sabuda는 이런 판타지에서 느낄 수 있는 상상의 세계를 '공학적 기술이 가미된 종이 팝업'으로 잘 표현했습니다. 책장을 펼칠때마다 거대한 스케일로 솟아오르는 정교한 팝업 작품들은 어느새 저를 동화 속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어린이책 일러스트 작가이자 팝업 북 작가인 Robert Sabuda는 2000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베스트셀러’에 오른 <오즈의 마법사>에 이어, 2003년에는<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영국에서 전년도 출간된 최고의 그림책에 시상하는 케이트 그리너웨이상을 받았습니다. 그의 작업은 '진일보한 페이퍼 엔지니어링 기술'을 적용한 '예술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아이 뿐 아니라 어른들의 눈을 홀리는 화려한 팝업 예술이 담긴 이 두 작품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팝업북으로 많은 독자들을 팝업북의 세계로 안내하는 입문서와 같은 구실을 한다고 합니다.
<왼쪽>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성, 책장을 넘기면 성 하나가 통채로 나타난다.
<오른쪽>열쇠가 그려진 작은 포켓에 들어있는 색안경을 쓰면 왼쪽 페이지에 숨겨진 글자가 보인다.
제가 팝업북을 처음 접한 곳은 회사 블로그 인터뷰건으로 찾은 함연주 작가 작업실에서 였습니다. 그녀는 냉장고 등 가전제품에 적용된 작품 <씨앗>시리즈로도 유명한 작가인데요,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예쁜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책장에 장식된 미니어쳐들이나 꽂혀있는 책들을 하나씩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이 '오즈의 마법사'를 처음 만나고는 매력에 푹 빠져버렸죠.
북페어를 관람하다가 우연히 이 팝업북들을 발견하고는 어찌나 반가웠는지~ 오즈의 마법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나니아 연대기, 정글짐, 피터팬 등 다양하고 화려한 팝업북의 세계에 빠져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었습니다.
종이공예로 보이는 화려함의 극,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첫장을 넘기면 나타나는 거대한 숲.
2003년 발간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페이퍼 크래프트로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함의 '극'을 보여줍니다. 이 책의 팝업을 연구하는데는 무려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하는데요. 자세히 보면 등장 인물들의 얼굴이 구석구석에 숨어있습니다. 우측에 있는 'Open me'라고 쓰여진 띠를 열고, 접혀있는 종이를 들어올려 속을 들여다 보면 정교하게 접힌 우물 속으로 떨어지는 앨리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거대해진 몸집의 앨리스가 허우적 대는 모습. 창문으로 보이는 앨리스의 표정이 재밌다.(오른쪽 위)
팝업의 좌우에는 스토리가 담겨있는 소책자가 있는데, 아기자기한 팝업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모든 카드들이 허공으로 날아올라 앨리스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앨리스는 작게 비명을 지르며 그들을 쳐서 떨어뜨리려고 팔을 휘저었다.' (At this the whole pack rose up into the air and came flying down upon her. She gave a little scream and tried to beat them off.)
위 사진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하일라이트, 앨리스가 카드의 여왕의 존재를 부인하자 모든 카드들이 쏟아져 내리는 장면입니다. 당황하는 앨리스의 표정과 사방으로 흩어지는 카드가 입체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어 책장을 펼치는 순간 숨을 멈추고 팝업을 바라봤습니다. 이 장을 보는 순간 책을 살수 밖에 없었다는...
생쥐가 사람으로 변신하는 신기한 신데렐라 팝업북 이야기 사실 저는 백마탄 왕자가 구하는 예쁘기만 한 공주보다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도로시와 앨리스 스토리를 훨씬 좋아합니다. 하지만 여섯마리의 말이 이끄는 마차의 디테일이라던지, 화려한 파티 드레스를 입은 신데렐라의 모습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더군요.
특히 소책자에는 투명 셀로판지 사이로 생쥐의 모습이 살짝 보였는데요. 책을 펼치는 순간 사람으로 변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다정하게 책을 보여주는아빠와 표정이 담긴 진아의 손이 살짝 보이는군요)
이정도면 팝업북이 '애들이나 보는 책'은 아닌 것 같죠? www.robertsabuda.com에는 그간 그가 출판한 다양한 팝업북과 따라할 수 있는 팝업 카드 등이 수록되어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 둘러 보시길~ (Christmas시즌에 더 유용할 것 같긴 합니다만 ^^)
※ 참고: 책장을 여는 순간 마술이 펼쳐진다. 한겨례 김은형 기자
→ 팝업북의 역사와 현재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시길. 어린이 동화나 크리스마스 카드에 쓰이는
팝업의 기원이 원래는 해부학이나 천문학 등에서 학술적으로 먼저 사용됐다는군요. 모형이 없던 당시에는
겹쳐진 종이를 들어올리면 숨겨졌던 신체의 일부가 드러나는 식으로 쓰였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