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의 한적한 어촌마을 사리예르, 느리게 걷기

한 시간여의 보스포러스 페리를 타고 도착한 사리예르. 이스탄불 유럽대륙의 끝자락에 있는 이 마을은 보스포러스 해협이 끝나고 흑해가 시작되는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해안을 따라 줄지어 늘어선 레스토랑에서는 신선한 해산물을 요리하고, 그 앞을 손잡은 연인과 자전거 탄 할아버지가 느릿느릿 지나가는 곳. 한 블럭 안쪽으로 들어서면 어부의 장화를 팔거나 갓 잡은 생선을 매대 위에 정리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이스탄불의 구시가지와는 달리 사리예르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 같았다.

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 사리예르에 대해 수집한 정보는 '보스포러스 페리가 끝나는 지점'이라는 것뿐이었다. 어설픈 자료 덕에 잠시 불안하기도 했지만, 좀 틀리고 느리면 어떤가. 찾아가는 재미가 있고, 그 속에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즐거운 것을.
(Photo by 신민경)

이스탄불 공원에서는 심심치 않게 Free wifi 표시를 발견할 수 있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뛰놀고, 엄마는 커피 한잔 사 들고 벤치에 앉아 인터넷을 하면 좋겠다는 염치없는 생각을 해본다...; (터키에는 페이스북이 많이 보편화 되어 있다. 북미나 유럽에선 페이스북이 대세. 휴대폰이 소셜미디어 생태계를 변화시킨다고도 한다. - 관련 링크 http://ow.ly/1ubJ0)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사리예르는 '뵈렉'이라는 페스트리로도 유명하다. 뵈렉은 터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민 간식. 고기나 치즈가 든 뵈렉은 철판 위에서 따뜻하게 구워 차이와 함께 서빙된다. 김 서린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에 문득 배가 고파진 우리는 고기가 든 뵈렉을 조금 포장했다.

여유로운 풍경에 천천히 걸으며 어촌 마을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었으나 심상치 않은 하늘과 예상치 못하게 늘어진 일정으로 서둘러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향하는 버스(25E)를 탔다. 

터키의 시내버스는 쾌적, 깨끗 그 자체다. 저상 버스가 일반화 되어 있고, 교통카드처럼 충전해서 쓰는 '악빌' 하나면 트램이나 페리와의 환승도 가능하다. 현금 승차도 가능한데, 버스기사에게 버스요금을 내면 기사가 악빌을 빌려주는 시스템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잡화점 풍경. 초록 프레임 속 장화와 노란 생선 바구니가 눈길을 끈다.

성채 같은 해변의 맥도널드. 섣불리 들어섰다가 9,000원짜리 빅맥 세트를 먹었단 얘기를 들었다.

버스에서 보이는 풍경들. (Photo by 신민경)
다리를 지나 예니쿄이-베벡-오르타쿄이-돌마바흐체 궁까지 2시간 정도를 느릿느릿 달렸다.

이스탄불은 골든 혼을 사이에 두고 남쪽의 구시가지와 북쪽의 신시가지로 나뉜다. 버스를 타고 북쪽 끝인 사리예르부터 해변도로를 따라 내려오면 변하는 신시가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와는 달리 높은 빌딩, 현대적인 건물들, 고급 승용차들과 거리를 오가는 세련된 젊은이들은 오늘의 이스탄불을 대변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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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내내 해변을 달려 몸과 마음이 정화된 기분었지만... 벌써 하루의 반나절이 지나버렸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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