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따라 통영여행] 재래시장에 부는 봄바람
-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 2010. 6. 4. 07:00
제철 음식을 만나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어딜까요? 요즘은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어딜가나 깨끗하게 포장된 야채나 생선들을 볼 수 있지만, 펄떡이는 봄 도다리나 살이 토실하게 오른 멍게, 수북히 쌓인 멸치와 이슬 머금은 마늘대 등은 재래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보물입니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의 오래된 시장에 가면 지역색이 묻어나는 신기하고 특색있는 물건들을 많이 만날 수 있죠.
통영의 구시가지에는 통영을 대표하는 큰 시장이 두 곳 있는데요. 서호시장과 중앙 시장이 바로 그곳입니다. 여객터미널 근처에 있는 서호시장은 맛집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제철 생선에서부터 건어물, 야채까지 수북이 쌓인 정겨운 시장 풍경이 펼쳐집니다. 중앙시장은 통영 중앙에 있는 어시장으로 펄떡이는 활어뿐 아니라 매대 위에 놓인 생선들도 그대로 회로 먹어도 될 만큼 싱싱한 곳으로 유명합니다.
자~ 그럼 시장 구경 한번 해볼까요?
펄떡이는 도미. 수온이 따뜻한 남해에서는 도미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은빛 생선은 감성돔이고, 검은 줄무늬가 있는 건 돌돔입니다.
개시라고 하기엔 날이 너무 따뜻해져 버렸지만 도다리는 역시 봄 도다리죠.
봄 도다리와 함께 유명한 것이 이 봄 숭어입니다. 숭어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이번에 맛본 숭어는 살에서 단맛이 나면서 쫄깃한 식감이 정말 제대로더군요.
푸짐하게 쌓여있는 생선들과 분주한 손길.
통영 시장에서는 생선 크기가 보통 팔뚝만 합니다.
전복과 해삼, 멍게 같은 해산물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종류가 워낙 다양해 처음 보는 것들도 많았습니다.
이만 큼에 십만 원, 서울에서는 구경조차 해볼 수 없는 자연산 전복이라는 말에 군침만 삼켰습니다. 저 동그란 꽃 쟁반은 통영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 시장 표준 매대인 것 같습니다. ^^
서울에서는 구경하기 어려운 딱새우와 갑오징어.
시원한 복국의 재료인 졸복도 많이 보이네요.
시장 곳곳의 식당에서는 졸복이나 멍게같은 해산물을 손질하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이제 건어물 쪽으로 가볼까요? 조개 가게 한편에는 해풍에 마른 조갯살이 가지런히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쯤 마른 가자미와 도미. 양념장 쓱쓱 발라서 구워먹으면 맛있겠죠?
이건 혹시 가오리? 통영에서는 말리지 못하는 생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우뭇가사리 등 각종 해초에서부터 새우, 멸치 등 건어물이 빨간 고무다라이마다 한가득 입니다. 통영까지 왔으니 유명하다는 마른 멸치 한 바구니쯤은 사가야죠.
시장에서는 반찬가게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바다를 접하고 있어 해산물을 이용한 반찬이 많고, 특히 멍개젓이나 도미젓 같은 젓갈류가 많습니다.
시원한 문어 초무침과 보기만 해도 그 짭조름한 맛이 떠올라 저절로 입에 침이 고이는 멸치젓. 이 반찬만 있어도 밥 한 그릇쯤은 문제없어 보입니다.
시장구경에 배가 출출해졌다면 잠시 방앗간에 들러 봄 쑥으로 빚은 '비진떡'으로 요기를 해도 좋겠죠?
서호시장과 중앙시장은 모두 바닷가에 있어 시장을 오가는 길엔 비릿한 바다내음을 맡으며 정박해있는 고깃배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사진 속 경치는 중앙시장 근처 동피랑(동쪽 언덕)에서 본 풍경인데요. 시장 구경 후에는 동피랑에 올라 벽화도 구경하고 주변 풍광도 보며 통영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도 좋습니다. 조만간 맛있는 통영의 음식들과 함께 아름다운 벽화로 다시 태어난 달동네, 동피랑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릴께요.:)
[Tip]
서호시장 경상남도 통영시 서호동 177-417
도다리쑥국, 복국, 김밥, 해물 뚝배기, 시락국 맛집들이 대거 모여 있는 여객터미널 근처 시장. 새벽시장이 유명하며 골목마다 숨어 있는 오래된 대장간이나 선구점을 기웃거리는 재미도 좋다.
중앙시장 경상남도 통영시 중앙동 38-4
싱싱한 양식 활어회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마음에 드는 생선을 고르면 그 자리에서 회를 떠준다. 바로 먹고 싶다면 시장 뒤편에 있는 초장집에서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