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와우북페스티벌 '책꽃이 피었습니다' 마지막 날 풍경

가을장마에 잠깐 해가 나던 지난 12일(일) 오후, 가족과 함께 홍대 앞 주차장 골목에서 열리는 와우 북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와우 북 페스티벌은 올해로 벌써 여섯 번째 열리는 페어로 책과 공연, 전시 등이 어우러진 홍대 앞의 주요 문화행사. 이 기간에 주차장을 점거한 출판사 부스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신간을 한눈에 볼 수 있음은 물론,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구매할 수 있어 매년 챙겨 다녀오는 곳이다.
 

6회 서울 와우 북페스티벌, 책꽃이 피었습니다. (2010.9.7 ~9.12)

인파로 북적이던 예전과는 달리 올해는 계속되는 비 때문에 한산한 모습이었다. 너무 많은 비가 내려 혹여 책에 비라도 들이칠까 비닐로 부스를 꽁꽁 싸맨 곳도 보였고, 야외 무대에서 펼쳐질 예정이었던 수많은 행사와 공연들이 취소 위기에 있었다. 
 
잠깐 그친 비에 천막을 걷고 바닥에 늘어놓은 책들을 구경해 본다.

북페어에서 내가 특히 좋아하는 부분은 책 시장, 책 주인이 직접 자신이 보던 책들을 들고나와 '트렁크속 작은 책방'을 여는 것인데, 책의 제목으로 판매자의 관심사와 직업, 인생관 등을 유추해볼 수 있어 재밌다. 이런 책시장은 11월 둘째주까지 매주 토요일 1시~6시까지 '와우 책 시장'이란 이름으로 홍대 걷고싶은 거리에서 열린다고하니 프리마켓과 더불어 토요일의 또다른 볼거리가 될 것 같다.
 
어린이를 위한 부대행사도 진행중이었는데, 독서삼매경에 빠진 아이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많은 준비를 했을텐데, 썰렁한 거리에 통행제한 문구가 안쓰러웠다. 

디자인 정글에서 디자인, 온라인 서적들을 기웃거리고

뮤진트리에서 두꺼운 501 위대한 작가들도 한번 들춰보고

언제나처럼 안그라픽스에서 이성을 잃었다는...;

마침 '수상한 매력이 있는 나라 터키'의 개정판인 터키홀릭과 평소 보고 싶었던 책 몇가지가 3권에 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팔리고 있어 몇권 사재기.

짠이아빠님 블로그에서 보고 한권 사보리라 마음먹었었던 유럽맥주 견문록 득템.

론리플래닛 '10년 개정판 인도편이 매우 유혹적이었으나 떠날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눈 질끈 감고 돌아섰다.

안그라픽스 부스에서 한참의 시간을 보내고 나오니 어느새 맑아진 하늘.

비온후 맑게 개인 하늘은 높고 푸른 가을하늘이었다. 출판사부스에서는 비닐 천막을 걷었고, 거리는 조금 더 활기차졌다. 

길을 걷다보니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어 들여다봤더니, 캘리그라피스트가 명함 뒷면에 개개인의 이름을 적어 나눠주고 있었다. 아이의 이름을 묻길래 알려줬더니 이렇게 멋지게 적어주셨다는.

캘리그라피는 다양한 일러스트와 함께 어울려 책갈피로 팔리고 있었다.

나무의 '나', 날다의 '날'이 적힌 책갈피 두 개를 구입해 스티브에게 하나 선물하고

유모차가 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며 주렁주렁 책가방을 메달고 집으로 돌아왔다. 무거운 책가방만큼이나 든든해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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