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근한 인심과 정겨움이 있는 터키의 5일장
-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 2010. 7. 5. 07:30
카파도키아에 가면 꼭 봐야할 것 중에 하나가 5일장이다. 주변의 풍광과 어우러진 장터는 마을별로 특색이 있는데, 가장 큰 네브쉐히르장(월요일)에는 간단한 장터음식이나 악세서리가 많다. 반대로 수요일에 열리는 '괴레메' 장은 가장 작은 장으로 채소나 과일을 파는 정도. 금요일엔 도자기로 유명한 올드타운 '아바노스'에 장이 서는데, 아바노스 장을 구경한 후에는 센드룸으로 가 Red River를 구경하면 좋다고 한다.
윌굽 5일장으로
우리가 윌굽을 찾은 것은 윌굽 장이 선다는 토요일이었다. 바람불고 축축한 날씨에 연 이틀 열기구가 뜨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고자 덜컹대는 돌무쉬에 몸을 실었다.
윌굽 장터에 찾아가려면 괴레메 오픈에어 뮤지엄으로 가는 삼거리에서 윌굽행 버스를 타면 된다. 버스는 2시간 간격 홀수시간 25분에 도착하니 잘 보지 않으면 돌무쉬를 놓칠 수 있다. 운전기사에게 '윌굽 바자르'라고 말하고 자리에 앉아있으면 주변에서 알아서들 알려준다. 친절한 터키 사람들. ^^ 주변 풍경에 정신이 팔려 20분 정도 달리면 어느새 윌굽에 도착해 있다.
터키냄새 물씬 풍기는 양탄자를 널어놓은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거기부터가 전부 장터. 장은 크게 두개로 나뉜다. 지붕이 있는 공간에는 채소와 과일 시장이 열리고, 그 주변으로 옷가지부터 농기구, 씨앗, 직접만든 치즈. 채취한 벌꿀 등을 판다. 규모가 꽤 커서서 이것저것 구경하며 장을 도는데는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백화점이 흔치 않은 카파도키아의 5일장은 대단했다. 언뜻 보기엔 우리나라의 시골장과 비슷하지만 대형마트에 밀려 영세한 규모로 명맥만 유지하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 정말 없는 것이 없다.
새벽길을 재촉해 시장에 모여든 상인들은 저마다 가져온 물건을 솜씨 좋게 늘어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동영상] 시장 풍경
소리치는 상인들의 모습이 남대문 시장을 연상시킨다.
향긋한 냄새에 이끌려 들어선 과일코너. 이 곳에서 하루에 팔리는 양은 대체 얼마나 되는걸까? 산처럼 수북히 쌓인 과일들을 보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담배 한개피 피워물고 바나나를 정리하는 상인. 사람만 뚝 떼놓고 보면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듯한 포스가 풍긴다.
이건 샤프란볼루 하맘에서 먹었던 그 한입 사과가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1킬로그램을 샀다. 이 곳에서 산 사과는 많이 걸어야 하는 카파도키아 일정 내내 훌륭한 간식이 됐다. 카파도키아의 과일은 맛있을 뿐 아니라 가격도 참 착하다. 웬만한 과일은 1킬로그램에 1TL ~ 2TL (한화 1~2천원) 수준.
터키 여행을 하면서 인상적으로 본 것은 활기넘치는 시장풍경 외에 또 한가지가 있다, 바로 물건을 진열하는 방식. 어쩜 이렇게 정성스럽게 쌓아 올렸는지.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다. 노란 레몬 옆에는 빨간 무우. 보라색 양배추 주변으로는 흰 무우를 둘러 서로를 더욱 돋보이게 배치했다. 주홍색 당근은 모두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 시장 대부분의 청과상들이 나름의 미적 감각을 발휘해 물건을 진열했는데, 이런 눈요깃거리는 시장을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하나 더 얹으려는 할머니와 굳은 표정으로 저울을 재는 할아버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시장풍경인 듯. 추를 이용해 저울질 하는 모습이 참 정겹다.
시장을 돌다가 시미트를 파는 아주머니를 보고 문득 시장 상인들도 거의 남자임을 깨달았다. 지독히 보수적인 터키, 바깥일은 대부분 남자가 하고 여자들은 집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는 남편이 바람나 온 동네에 소문이 났는데도 살림만 하는 아낙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시장 한켠에서는 집에서 직접 만든 치즈들을 팔고 있었다. 주로 양젖으로 만든 치즈가 대부분인데, 재료와 숙성 정도에 따라 종류가 다양했다. 이 두부같은 치즈가 매일 아침 터키식 아침식사에 오르는 그것이었다. 반듯하게 포장된 마트표 치즈들만 보던 나는 한덩어리 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저걸 사서 언제 다 먹으리...)
카파도키아는 특히 견과류와 벌꿀이 유명하다고 한다. 천연 벌꿀이 정말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어디선가 나는 고소한 냄새를 따라갔더니 생선상이 고등어 파티를 하고 있었다. 고등어 케밥은 이스탄불에만 있는줄 알았더니 카파도키아에도 있더라~ 하긴. 고등어만 준비되면 어디서든 고등어 케밥을 만들 수 있지.
실크로드의 종착점답게 다양한 향신료가 보인다.
농기구를 고르는 사람들의 손에 들린 봉지봉지 씨앗들.
장에는 쇼핑나온 가족들이 많이 보였는데, 아이들에게 새 청바지를 사주는 아버지가 유독 눈에 띄었다. 새옷을 선물받을 아이는 얼마나 설렐까.
터키에는 장볼때 입는 기본복장이 있다.
가만히 보니 장보러 나온 아주머니들의 복장에는 공통점이 있다. 난전앞에 앉아 가격을 흥정하는 그녀도, 주름골 깊은 무표정한 얼굴의 그녀도, 모두 머리엔 동그란 히잡을 쓰고, 잔잔한 꽃무늬가 프린트된 항아리 같은 몸빼바지를 입었다. 하나같이 노끈을 꼬아 만든 것 같은 장바구니를 들고 다닌다.
다음 윌굽장이 서기까지의 일주일치 먹거리와 생필품이 들어있는 장바구니. 일주일에 한번 시장을 돌며 사는 얘기를 나누는 그녀들. 돌기둥만 가득한 카파도키아에서 이처럼 사람사는 풍경이 있는 알록달록 정겨운 시장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래서 여행길엔 꼭 시장을 둘러보라고 했던가.
시장에서 산 신선한 딸기. 괴레메 풍경을 내려다보며 한봉지 먹었다지...
윌굽 5일장으로
우리가 윌굽을 찾은 것은 윌굽 장이 선다는 토요일이었다. 바람불고 축축한 날씨에 연 이틀 열기구가 뜨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고자 덜컹대는 돌무쉬에 몸을 실었다.
윌굽 장터에 찾아가려면 괴레메 오픈에어 뮤지엄으로 가는 삼거리에서 윌굽행 버스를 타면 된다. 버스는 2시간 간격 홀수시간 25분에 도착하니 잘 보지 않으면 돌무쉬를 놓칠 수 있다. 운전기사에게 '윌굽 바자르'라고 말하고 자리에 앉아있으면 주변에서 알아서들 알려준다. 친절한 터키 사람들. ^^ 주변 풍경에 정신이 팔려 20분 정도 달리면 어느새 윌굽에 도착해 있다.
터키냄새 물씬 풍기는 양탄자를 널어놓은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거기부터가 전부 장터. 장은 크게 두개로 나뉜다. 지붕이 있는 공간에는 채소와 과일 시장이 열리고, 그 주변으로 옷가지부터 농기구, 씨앗, 직접만든 치즈. 채취한 벌꿀 등을 판다. 규모가 꽤 커서서 이것저것 구경하며 장을 도는데는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백화점이 흔치 않은 카파도키아의 5일장은 대단했다. 언뜻 보기엔 우리나라의 시골장과 비슷하지만 대형마트에 밀려 영세한 규모로 명맥만 유지하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 정말 없는 것이 없다.
새벽길을 재촉해 시장에 모여든 상인들은 저마다 가져온 물건을 솜씨 좋게 늘어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동영상] 시장 풍경
소리치는 상인들의 모습이 남대문 시장을 연상시킨다.
향긋한 냄새에 이끌려 들어선 과일코너. 이 곳에서 하루에 팔리는 양은 대체 얼마나 되는걸까? 산처럼 수북히 쌓인 과일들을 보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담배 한개피 피워물고 바나나를 정리하는 상인. 사람만 뚝 떼놓고 보면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듯한 포스가 풍긴다.
이건 샤프란볼루 하맘에서 먹었던 그 한입 사과가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1킬로그램을 샀다. 이 곳에서 산 사과는 많이 걸어야 하는 카파도키아 일정 내내 훌륭한 간식이 됐다. 카파도키아의 과일은 맛있을 뿐 아니라 가격도 참 착하다. 웬만한 과일은 1킬로그램에 1TL ~ 2TL (한화 1~2천원) 수준.
터키 여행을 하면서 인상적으로 본 것은 활기넘치는 시장풍경 외에 또 한가지가 있다, 바로 물건을 진열하는 방식. 어쩜 이렇게 정성스럽게 쌓아 올렸는지.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다. 노란 레몬 옆에는 빨간 무우. 보라색 양배추 주변으로는 흰 무우를 둘러 서로를 더욱 돋보이게 배치했다. 주홍색 당근은 모두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 시장 대부분의 청과상들이 나름의 미적 감각을 발휘해 물건을 진열했는데, 이런 눈요깃거리는 시장을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하나 더 얹으려는 할머니와 굳은 표정으로 저울을 재는 할아버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시장풍경인 듯. 추를 이용해 저울질 하는 모습이 참 정겹다.
시장을 돌다가 시미트를 파는 아주머니를 보고 문득 시장 상인들도 거의 남자임을 깨달았다. 지독히 보수적인 터키, 바깥일은 대부분 남자가 하고 여자들은 집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는 남편이 바람나 온 동네에 소문이 났는데도 살림만 하는 아낙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시장 한켠에서는 집에서 직접 만든 치즈들을 팔고 있었다. 주로 양젖으로 만든 치즈가 대부분인데, 재료와 숙성 정도에 따라 종류가 다양했다. 이 두부같은 치즈가 매일 아침 터키식 아침식사에 오르는 그것이었다. 반듯하게 포장된 마트표 치즈들만 보던 나는 한덩어리 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저걸 사서 언제 다 먹으리...)
카파도키아는 특히 견과류와 벌꿀이 유명하다고 한다. 천연 벌꿀이 정말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어디선가 나는 고소한 냄새를 따라갔더니 생선상이 고등어 파티를 하고 있었다. 고등어 케밥은 이스탄불에만 있는줄 알았더니 카파도키아에도 있더라~ 하긴. 고등어만 준비되면 어디서든 고등어 케밥을 만들 수 있지.
실크로드의 종착점답게 다양한 향신료가 보인다.
농기구를 고르는 사람들의 손에 들린 봉지봉지 씨앗들.
장에는 쇼핑나온 가족들이 많이 보였는데, 아이들에게 새 청바지를 사주는 아버지가 유독 눈에 띄었다. 새옷을 선물받을 아이는 얼마나 설렐까.
터키에는 장볼때 입는 기본복장이 있다.
가만히 보니 장보러 나온 아주머니들의 복장에는 공통점이 있다. 난전앞에 앉아 가격을 흥정하는 그녀도, 주름골 깊은 무표정한 얼굴의 그녀도, 모두 머리엔 동그란 히잡을 쓰고, 잔잔한 꽃무늬가 프린트된 항아리 같은 몸빼바지를 입었다. 하나같이 노끈을 꼬아 만든 것 같은 장바구니를 들고 다닌다.
다음 윌굽장이 서기까지의 일주일치 먹거리와 생필품이 들어있는 장바구니. 일주일에 한번 시장을 돌며 사는 얘기를 나누는 그녀들. 돌기둥만 가득한 카파도키아에서 이처럼 사람사는 풍경이 있는 알록달록 정겨운 시장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래서 여행길엔 꼭 시장을 둘러보라고 했던가.
시장에서 산 신선한 딸기. 괴레메 풍경을 내려다보며 한봉지 먹었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