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으로 붉게 물든 단양팔경 가을여행
-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 2010. 11. 12. 08:43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의 절정. 예년보다 열흘 가까이 늦었다지만 유난히 고운 올해 단풍에 설악산을 비롯한 전국의 단풍 명소들은 여행객들로 붐볐는요. 그린데이도 10월말 남한강 줄기를 따라 한적한 충북 단양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단양의 단풍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산과 계곡이 어우러져 색다른 풍경의 단풍놀이를 만끽할 수 있고, 역사와 문화가 깃든 단양의 명승지들을 함께 볼 수 있어 가을 여행지로 제격인 곳이죠.
단양은 옛날부터 '단양팔경(丹陽八景)'이란 말이 전해올 정도로 아름다운 명승지가 많은 곳입니다. 이 곳의 빼어난 경치를 일컬어 퇴계는 중국의 소상 팔경이 이보다 나을 수 없다며 극찬했다고 하는데요. 팔경을 가까운 여행지별로 묶어 1 코스인 도담삼봉과 석문, 2 코스 - 구담봉, 옥순봉, 3 코스 - 사인암,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으로 나눠 즐길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남한강을 한눈에, 도담삼봉과 석문
도담삼봉(嶋潭三峰)
산은 단풍잎 붉고 물은 옥같이 맑은데/ 석양의 도담삼봉엔 저녁놀 드리웠네
신선의 뗏목을 취벽에 기대고 잘 적에/ 별빛 달빛 아래 금빛파도 너울지더라
- 도담삼봉의 가을을 읊은 퇴계 이황의 시
서울에서 출발해 중앙고속도로 북단양 나들목에서 내려 5번 국도를 타고 단양 방면으로 달리면 제일 먼저 단양팔경의 1경인 도담삼봉이 나옵니다. 굽이쳐 흐르는 남한강 상류에 솟은 세 봉우리는 팔경 중에서도 아름답기가 최고로 꼽혀 퇴계 이황, 단원 김홍도 등 많은 학자와 화가들이 시와 그림으로 아름다움을 노래했던 곳입니다. 가장 높은 중앙 봉은 조선의 개국공신인 정도전이 정자를 짓고 이따금 찾아와 경치를 구경하고 풍월을 읇던 곳이라고 하는데, 섬 가운데 홀로 있는 정자가 경치에 운치를 더합니다.
석문(石門)
도담삼봉 옆으로 난 언덕을 오르면 제 2경인 석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단양은 석회석으로 이루어진 곳이 많아 빗물에 침식되어 생성된 둥굴이 많은데, 석문도 동굴이 붕괴된 후 남은 동굴 천장의 일부가 마치 구름다리처럼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석문은 자체의 형태도 특이하지만 문을 통해 바라보는 옥빛의 남한강과 건너편 농가의 전경이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습니다.
관광지에서 만난 다슬기와 번데기.
기암절벽을 따라 흐르는 물길, 선암 계곡과 사인암
계곡을 따라 월악산 뒤편으로 가는 길. 이 길에는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을 비롯해 특선암, 소선암 등이 아름다운 경관을 뽐내고 있습니다. 곳곳에 보이는 석회암 절벽이 멋스러운 곳으로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중선암 근처 단풍나무길. 이른 추위에 은행잎이 모두 떨어져 길바닥이 온통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여행객들은 너도나도 차를 세워두고 경치를 구경합니다.
중선암(中仙岩)
중선암으로 가는 다리에서 바라본 계곡의 경치도 일품입니다. 흔들 흔들, 함께 여행온 가족들과 함께 다리를 흔들며 걷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사인암(舍人岩)
사인암에서는 절벽을 앞에 두고 불공을 드리는 스님과 신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50미터나 되는 아름다운 기암과 흐르는 남조천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치를 자랑합니다. 이곳은 고려 유학자인 우탁을 기리기 위해 정 4품 '사인(舍人)'을 본따 '사인암'으로 이름 지었다고 하는데요. 기념비에 쓰인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는 우탁 선생의 시조 한 자락이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게 합니다.
정겨움과 인심이 있는 단양 오일장
매 1일, 6일에 서는 단양 오일장
시간이 늦어 구담봉과 옥순봉으로 이어지는 단양 팔경의 3코스는 다음 기회에 보기로 하고 장터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단양의 오일장이 서는 날이라고 해서 시골 장터의 풍경을 볼 수 있을까 기대가 컸는데요. 서울의 재래시장과 다를 바 없는 풍경에 조금 실망. 하지만 시장 어디서나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육쪽 마늘이 단양임을 말해줍니다.
시장 주변에서는 중심으로 진출하지 못한 동네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좌판을 펼치고 계셨습니다. 뒷산에서 주운 듯 보이는 알밤과 뜨거운 물로 떫은 기를 뺐다는 땡감, 더덕과 직접 키운 애호박 몇 덩어리를 보따리 채 풀어놓고 장사하는 모습이 참 정겹더군요. 인심 좋은 할머니께서 주신 땡감 하나를 입에 물고 시장 길을 걸어봅니다.
그런데 단양 장에서 뜻밖의 먹거리를 발견했습니다. 원래 안동 전통음식이지만 충청도 차례상에도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배추전. 요즘같이 배추값이 금값인 때 배추가 넉넉하게 들어간 배추전은 보기만 해도 흐뭇합니다. 포크에 무 머리부분을 꽂아 기름이 담긴 뚝배기에 한번 담근 후 달궈진 무쇠 솥뚜껑에 슥슥 문지르고는 절인 배추를 척척 올리고 밀가루 반죽으로 사이사이를 메우는 아주머니의 손끝에서 연륜이 느껴집니다.
자연에서 보낸 하루, 소선암 자연 휴양림
시장 구경을 한 후에는 미리 예약해둔 자연 휴양림의 통나무 집에서 하루를 묵었습니다. 소선암 자연휴양림은 선암 계곡 가장자리에 있는 산속의 집인데요 산과 계곡을 끼고 있는 이곳은 오토캠핑장을 겸하고 있어 캠핑족에게는 이미 이름난 장소입니다. 굳이 캠핑을 하지 않아도 숲속의 통나무 집 앞으로 등산로를 따라 흘러내린 작은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자연과 함께 하루를 보낼 수 있어 그린데이가 지난여름부터 애용하고 있는 곳입니다.
소선암 자연휴양림내 통나무집과 단풍나무
따뜻한 통나무 집에서 몸을 녹이며 단양 여행에서 주워온 다양한 단풍잎들을 책갈피에 꽂아봅니다. 도시에서의 요즘은 계절의 아름다움과는 무관하게 바쁘게만 흘러가는 하루하루인데요. 이렇게 잠시 숨을 멈추고 가을 하늘을 바라보거나, 산길을 걸으며 단풍잎을 줍다 보면 매년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사계절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낄 수 있습니다. 단양의 단풍은 조금 늦은 11월 초, 중순경에 절정을 이룬다고 하는데요. 한적한 단양 계곡에서 붉게 물든 단풍을 보며 늦가을을 만끽하는 여유. 여러분께도 한번 누려보시면 좋겠네요.
남한강을 한눈에, 도담삼봉과 석문
산은 단풍잎 붉고 물은 옥같이 맑은데/ 석양의 도담삼봉엔 저녁놀 드리웠네
신선의 뗏목을 취벽에 기대고 잘 적에/ 별빛 달빛 아래 금빛파도 너울지더라
- 도담삼봉의 가을을 읊은 퇴계 이황의 시
서울에서 출발해 중앙고속도로 북단양 나들목에서 내려 5번 국도를 타고 단양 방면으로 달리면 제일 먼저 단양팔경의 1경인 도담삼봉이 나옵니다. 굽이쳐 흐르는 남한강 상류에 솟은 세 봉우리는 팔경 중에서도 아름답기가 최고로 꼽혀 퇴계 이황, 단원 김홍도 등 많은 학자와 화가들이 시와 그림으로 아름다움을 노래했던 곳입니다. 가장 높은 중앙 봉은 조선의 개국공신인 정도전이 정자를 짓고 이따금 찾아와 경치를 구경하고 풍월을 읇던 곳이라고 하는데, 섬 가운데 홀로 있는 정자가 경치에 운치를 더합니다.
석문(石門)
도담삼봉 옆으로 난 언덕을 오르면 제 2경인 석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단양은 석회석으로 이루어진 곳이 많아 빗물에 침식되어 생성된 둥굴이 많은데, 석문도 동굴이 붕괴된 후 남은 동굴 천장의 일부가 마치 구름다리처럼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석문은 자체의 형태도 특이하지만 문을 통해 바라보는 옥빛의 남한강과 건너편 농가의 전경이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습니다.
기암절벽을 따라 흐르는 물길, 선암 계곡과 사인암
중선암(中仙岩)
중선암으로 가는 다리에서 바라본 계곡의 경치도 일품입니다. 흔들 흔들, 함께 여행온 가족들과 함께 다리를 흔들며 걷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사인암에서는 절벽을 앞에 두고 불공을 드리는 스님과 신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50미터나 되는 아름다운 기암과 흐르는 남조천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치를 자랑합니다. 이곳은 고려 유학자인 우탁을 기리기 위해 정 4품 '사인(舍人)'을 본따 '사인암'으로 이름 지었다고 하는데요. 기념비에 쓰인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는 우탁 선생의 시조 한 자락이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게 합니다.
정겨움과 인심이 있는 단양 오일장
매 1일, 6일에 서는 단양 오일장
시간이 늦어 구담봉과 옥순봉으로 이어지는 단양 팔경의 3코스는 다음 기회에 보기로 하고 장터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단양의 오일장이 서는 날이라고 해서 시골 장터의 풍경을 볼 수 있을까 기대가 컸는데요. 서울의 재래시장과 다를 바 없는 풍경에 조금 실망. 하지만 시장 어디서나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육쪽 마늘이 단양임을 말해줍니다.
시장 주변에서는 중심으로 진출하지 못한 동네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좌판을 펼치고 계셨습니다. 뒷산에서 주운 듯 보이는 알밤과 뜨거운 물로 떫은 기를 뺐다는 땡감, 더덕과 직접 키운 애호박 몇 덩어리를 보따리 채 풀어놓고 장사하는 모습이 참 정겹더군요. 인심 좋은 할머니께서 주신 땡감 하나를 입에 물고 시장 길을 걸어봅니다.
자연에서 보낸 하루, 소선암 자연 휴양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