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여행] 호젓한 겨울바다에서 맞은 나만의 일출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호젓한 겨울 바다가 떠오른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 보고, 새해의 각오를 다지는 여행지로는 역시 동해 만한 곳이 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떠난 속초로의 여행. 

이름없는 작은 포구에서 바라보는 해돋이는 조용히 사색의 시간을 즐길 수 있어 좋다. 등대를 배경으로 소란스럽게 사진을 찍어대는 연인들도,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도 없는 온전한 나만의 공간. 새해 첫날 떠오르는 첫해도 좋지만, 한 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태양을 바라보는 시간은 아마 일 년 중 가장 진지한 시간이 아닐까 싶다.

어슴푸레 붉은 기운이 올라오는 봉포항의 풍경. 깊게 잠든 아이의 숨소리를 재차 확인하고 부부만 몰래 숙소를 빠져나왔다. 혹시 늦지는 않았을까 조바심내며 도착한 항구에는 가지런히 정돈된 그물과 불 꺼진 배 몇 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겨울 해돋이는 서둘지 않아도 돼서 좋다. 7시 50분 무렵이 돼서야 천천히 떠오르는 태양. 구름 사이로 엷은 해무리가 보이더니 곧 하늘 전체가 붉게 물든다.

어느덧 구름을 헤치고 떠오른 해는 순도 100퍼센트의 빛을 발하며 우리를 비춘다. 떠오르는 해를 보니 뭔가 울컥하는 게 예년과는 다른 느낌. 삶의 무게가 느껴진달까...?

태양을 가슴에 품고 방파제에 부딪혀 잘게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한적한 겨울 포구, 그곳에서 만나는 이런 풍경이 좋다. 산 너머에는 눈이 쏟아지는지 운무에 쌓인 설악산의 수묵화 같은 절경. 그 앞으로 출항을 준비하는 고만고만한 배 몇 척이 시동을 걸고 있다. 연통 사이로 흘러나오는 매캐한 기름 연기를 맡으며 생활의 활기를 느낀다. 

숙소로 돌아와 창밖을 내다보니 어느덧 험해진 바다앞에 주저앉은 한 남자가 보인다. 무슨 사연으로 홀로 여기에 있는걸까...

누군가가 남긴 발걸음을 따라 하얗게 그려진 눈 발자국.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엄마를 찾는 아이의 목소리에 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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