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마켓에 무료공연까지, 남산 단풍 100배 즐기기

'가을은 가을은 노란색, 은행잎을 보세요~♪' 동요의 가사처럼 단풍의 계절, 가을이다. 설악산 단풍을 시작으로 전국의 산에는 온통 울긋불긋 단풍이 내려앉았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 하지만 막상 떠날 생각을 하니 빠듯한 일정에 혼잡한 교통까지 걸리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이럴 땐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서울 안에서 가을을 느낄 수 있는 남산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아름드리 나무들이 빚어내는 색색의 단풍도 아름답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드물게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이기에 더욱 좋다. 가을 숲을 거닐며 서울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재미는 보너스~! 시간만 잘 맞춰가면 벼룩시장에 무료공연까지 남산 공원에는 즐길만한 것이 많다.



서울 한복판에서 가을을 즐기는 방법, 남산 단풍 100배 즐기기

  1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 숲 거닐기 

남산 단풍놀이의 정석은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천천히 산을 오르며 가을 숲을 만끽하는 거다.

중부지방의 단풍이 절정이라던 지난 주말(10/22), 연일 계속되는 단풍 뉴스에 몸이 달아 남산 나들이에 나섰다. 20도를 오르내리는 따뜻한 기온에 하늘까지 화창해 산책로는 이미 사람들로 북적북적. 하지만 도심을 걸을 때와는 달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에 오히려 함께 즐거웠다. 산책로의 단풍은 이제 시작이지만 군데군데 보이는 빨갛고 노란 잎들이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요즘 남산에서 볼 수 있는 서울 전경, 물들어 가는 단풍잎 사이로 평소 보이지 않던 먼 산까지 시원하게 펼쳐진다. 서울에서 태어나 30년이 넘게 살고 있고, 1~2년에 한 번씩은 꼭 남산을 찾고 있지만 내려다보는 서울의 풍경은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점점 촘촘해지고 높아지는 건물들 사이에서 내가 사는 동네를 찾다가 문득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

시간 여유가 없거나 걷기가 부담된다면 케이블카나 투어버스를 이용해 남산에 오를 수도 있다. 케이블카는 남산의 명물이자 가장 편하게 남산을 오르는 방법이다. 명동역 근처 남산 3호 터널 입구에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일명 땅콩버스라 불리는 남산 투어버스는 충전식 전기버스로 매연 없이 산책로를 오르내려 더욱 좋다. 한옥마을, 이태원, 신당동 등 서울 시내 주요 관광지를 거쳐 가니 간단히 버스요금만 준비하면 서울 투어를 할 수도 있다.
 

  2    남산 정상에서 만나는 전통문화 공연 

남산에 다 오르자 어느새 붉게 물든 단풍이 한눈에 들어온다. 공원 광장에 마련된 야외 무대에서는 전통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공연은 흥을 돋우는 사물놀이로 시작해 무예시범, 검무까지 다양하게 펼쳐졌다. 전통공연이라면 왠지 고루한 기분에 한 번도 끝까지 본 적이 없는데, 이번 공연은 언제 끝나는 지도 모르게 참 재밌게 봤다. 상모 꾼이 강한 비트로 꽹과리를 연주하며 긴 끈이 달린 모자로 사방을 돌며 춤을 출 때나, 검무사들이 화려한 쌍검술로 짚단을 쓱쓱 베어 넘기는 장면에서는 짜릿한 쾌감마저 느껴졌다. 둘러앉은 관객과 흥을 주고받으며 호흡하는 모습을 보니 신명이 절로 났다. 끝나고 나서는 공연팀과 포토타임까지 주어졌는데, 아이를 동반한 가족과 외국인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늘어선 모습을 보니 왠지 흐뭇했다. 무료 전통공연의 수준이 이 정도라니,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어울림과 신명이 있는 남산 봉수대 전통문화공연은 연중 상설로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3시부터 30분간 남산 팔각정 앞에서 만날 수 있다. 매일 한 번 뿐이니 시간을 잘 맞춰 가야 한다.


  3    탁 트인 가을 하늘 즐기기

1년 중 요즘처럼 하늘이 높고 푸른 때가 또 있을까? N서울타워가 있는 데크로 올라서니 저마다의 방법으로 하늘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이니 시야를 가리는 곳이 없어 가을 하늘 즐기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없겠다 싶다.

굳이 타워 꼭대기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한눈에 들어오는 서울 풍경. 따뜻한 커피 한잔 들고 천천히 산책하며 사방으로 보이는 서울의 전경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겠다. 밤에 보는 서울의 야경 또한 멋지다.   



  4    자연 속 프리마켓, GREEN N MARKET

노천시장 형식의 프리마켓(flea market)은 홍대 앞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남산에서도 한 달에 한번, 프리마켓이 열린다. 'GREEN N MARKET'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 행사는 미리 참가 신청을 한 개인이나 단체가 옷, 신발, 책, 수공예품 등을 판매하는 벼룩시장이다.

드문드문 쳐진 돔형 텐트 사이로 개성 있게 물건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모습에서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과 따사로운 가을 볕이 시장에 생기를 더한다.       


내가 관심 있게 봤던 자전거 벨 코너. 할로윈 데이를 앞두고 호박이나 거미줄 컨셉에서부터 롤리팝, 무당벌레, 기하학적인 무늬가 있는 벨까지 하나같이 너무 사랑스럽다. 평소 자전거를 잘 타지 않는 나지만 왠지 저 벨을 달고 나면 유쾌하게 한강 변을 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인디언 컨셉의 귀여운 언니들도 오늘의 분위기와 완벽 매치됐다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한국 가이드북, 남산을 대표하는 N서울타워와 케이블카를 상징화한 매그넛도 있었다. 평소 나라별, 도시별 기념 자석을 모으고 있는 난 깜찍한 디자인에 반해 바로 구매를~ 가격도 착해 각각 천 원씩에 샀다. 알록달록 컨버스화와 복슬복슬 겨울 실내화도 정상가에서 무려 40%나 할인된 가격에 판매해 무척 탐나는 아이템이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남산 Green N Market은 매월 1회, 낮 12시~7시까지 운영된다. 



  5    사랑의 자물쇠 걸고 추억 만들기

남산에는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명소가 있다. 바로 연인들의 언약이 담긴 '사랑의 자물쇠'가 그것이다. 2006년 어느 연인이 사랑의 문구를 적어 철망에 자물쇠를 채운 것이 유래가 되어 시작됐다는데, 후에 '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TV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자물쇠를 다는 모습이 방영되어 유명해졌다.  
 

하나하나 사랑과 우정의 추억이 깃든 자물쇠지만 그 수가 점점 많아지다 보니 곧 전망대의 철망이 가득 채워졌다. 낭만도 낭만이지만 서울 시내의 전망을 볼 수 없으니 관람객들의 원성이 이어졌다고 한다. 결국, 전망대의 일부 공간에는 철망 대신 투명 아크릴판이 설치되었고, 자물쇠는 다시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트리로 보존되었다. 사랑의 자물쇠로 유명한 프랑스 파리의 예술의 다리(Pont des Arts)는 다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자물쇠를 모두 철거했다는데, 남산의 자물쇠는 알록달록 예쁜 트리로 보존되고 있으니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가족과 채워놓은 또 하나의 자물쇠도 언젠가 또 하나의 나무가 되어 남산을 지키고 있겠지~
 

남산의 단풍은 10월 말이 절정이라고 한다. 이번 주말엔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남산으로 가을 숲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남산 단풍 여행 Tip] 
* N서울타워 전망대: 10:00~ 23:00, 성인 8,000원 / 경로, 청소년 6,000원 / 어린이 4,000원
* 케이블카: 10:00~ 23:00, 대인 편도 6,000원 왕복 7,500원 / 소인(만 4세~초등학생) 편도 3,500원 왕복 5,000원 
* 교통: 남산 투어버스 2, 3, 5번 / 지하철 4호선 명동역 1번 출구

남산공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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