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좋은 날 오후, 엄마표 50일 사진을 찍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빨리 흐른다고 했던가. 하루하루가 새로운 기억으로 채워지는 아이들과는 달리 어른의 일상은 뚜렷한 인상 없이 반복적으로 흐른다. 새로 기억할 일이 줄어드는 건 그만큼 기억에 남을만한 일이 없다는 것. 날아가듯 사라져버리는 시간 속에서 나는 종종거리며 이력서에도 한 줄 넣을 수 없는 맨발의 시간을 보낸다. 


둘째 아이를 낳은 지 50일. 출산의 고통은 어느새 희미해졌다. 도저히 적응할 수 없을 것 같던 두 아이의 엄마라는 역할에도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샘내는 첫째의 눈치를 보며 마치 숨겨놓은 애인을 만나듯 몰래 눈을 맞추고,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다 보니 3.2Kg으로 태어난 아이는 오늘로 벌써 6.4Kg. 흐르는 시간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이는 훌쩍 자라있었다.


밖은 냉동실처럼 꽁꽁 얼어붙어 있지만, 날씨가 맑은 날 집안 거실은 제법 따뜻하다.

햇살이 기분 좋게 내리쬐던 어느 오후, 남편과 난 가족 모두의 추억에 남을만한 50일 사진을 직접 찍어보기로 했다.


처음 몇 컷은 순조롭게 진행이 됐다. 요즘 부쩍 눈을 맞추고 옹알이를 하고, 미소를 짓기도 해서 내심 잘 찍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했다. 50일 아기의 통통한 볼살, 햇살에 반짝이는 오누이의 사랑스러운 미소, 집에서 찍은 가족의 자연스러운 한 때... 내가 찍어보고 싶은 사진들.


누나가 온다.jpg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둘째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면 어김없이 나타나 훼방을 놓는 첫째양.

소품으로 쓰려던 수크레 인형을 보더니 "이건 누나 꺼야~" 하며 빼앗아 든다.

겨우 건진 사진 한 장. 웃는 얼굴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을까? 인형과 꼭 잡은 두 손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귀돌이 모자도 씌워주고, 요즘 대세라는 누드 사진도 찍어보고 (가슴팍에 정봉주 구명 메시지라도 써줬어야 했나...;)

어느덧 통통하게 살이 오른 발가락과



질감의 대비를 극대화한 흑백사진,

닮은꼴 오누이 사진까지 찍고 나니 엄마는 기진맥진. 100일 사진은 가까운 곳에 있는 셀프 스튜디오 예약했는데, 벌써 걱정이 한가득이다. ㅜ.ㅜ


그래... 우리 집에서는 아직 네가 갑이다. 


아기 사진 잘 찍는 법에 대해선 이미 많은 정보들이 있지만 경험을 토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50일 아기 사진 잘 찍는 법

1. 자연스러운 사진을 원한다면 항상 카메라를 옆에 두고 수시로 찍어라. (배냇웃음, 하품, 우는 얼굴)

2. 자연채광이 좋고, 해가 쨍쨍한 한 낮 보다는 아침이나 오후의 은은한 햇빛이면 더 좋다.

3. 아이의 눈 높이를 맞춰라. 무릎을 굽히거나 엎드리는 수고로움을 피하지 말자.

4. 한 걸음 다가서라. 피사체가 다양한 포즈를 취하기 어려우니 클로즈업 사진에 집중하자. (표정, 손, 발)

5. 소품을 활용하라. (아이 크기의 인형, 모자, 꽃잎 연지곤지)

 

적고보니 비단 아기 사진에만 적용되는 얘긴 아닌것 같다. 말처럼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아기 사진 찍는데 엄마라서 유리한 조건 하나는 내 아이의 가장 예쁜 모습을 알고, 수시로 포착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 하긴... 어떤 모습이든 예쁘지 않은 것이 있겠냐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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