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에서 바질까지, 베란다 텃밭 프로젝트

날이 따뜻해지면서부터 시장에 갈때마다 꽃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남편. 겨우내 화분을 들여 놓고 흙을 채우고, 퇴비를 섞는 등 분주하더니 얼마 전엔 드디어 모종 몇 가지를 사왔다.

 

 

우리동네 재래시장 내 꽃집은 매년 이맘때가 되면 꽃집인지 모종가게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모종 판매에 열심이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이 집의 주력상품이었을 철쭉화분은 구석자리로 밀려나고, 가게 입구엔 고추를 비롯한 채소 모종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었다.

 

 

남편은 진아에게 모종 이름을 알려주더니 키워보고 싶은 것을 고르게 했다. 아이가 제일 먼저 가리킨 것은 방울 토마토. 지난 겨울까지 한 두개씩 열려 따먹던 토마토를 기억해 낸것 같았다. 그 다음은 딸기. 집에서 과연 딸기 농사가 제대로 될까 걱정이 됐지만  직접 고른 것을 키우는 재미가 있을테니 두말 않고 담았다. 내게도 선택권을 주길래 치커리 두 뿌리를 집어 들었다. 남편은 자신이 좋아하는 매운 청양고추와 상추를 골랐다.

 

 

전날 밤을 꼴딱 샌 내가 잠깐 눈을 붙이고 나오는 사이, 텃밭으로 변해버린 베란다. 꽃화분 분갈이 할때는 관심도 없더니 모종은 이렇게 열맞춰 예쁘게 심어놓았다. 아무래도 귀농을 해야할 모양. 

 

 

그런데 분명 상추를 두 개 사왔는데, 집에 와서 보니 하나는 상추가 아니었다.

 

 

이름모를 채소. 이것도 쌈채이긴 한것 같은데...

 

 

상추와 치커리를 사니 덤으로 얹어 준 쑥갓. 쑥갓에는 진딧물이 잘 낀다던데, 이미 진딧물이 생기기 시작한 국화 화분에서 벌레들이 옮아붙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창가에 나란히 놓인 우리 집 베란다 텃밭. 요즘같이 날이 더울때는 창문을 자주 열어 외기를 쐬어주고 있다.

 

 

고추 모종에는 커피 찌꺼기와 계란 껍데기를 비료삼아 얹어놨더니 왠지 잎이 더 푸르러 지는 것 같다. 파 모종은 우리집 베란다 텃밭을 보고 흐뭇해 하시던 시부모님께서 가져다 주신 것. 이렇게 보니 웬만한 채소는 다 있는것 같다.

 

 

딸기 모종은 꽃이 핀 것을 사와서 뿌리를 잘 내릴수 있을까 걱정이 됐는데, 현재는 처음 사왔을때보다 몇 배나 많은 꽃이 피었다. 딸기 꽃이 이렇게 예쁘게 생긴줄 처음 알았다. 

 

 

꽃이 떨어진 자리에는 벌써 열매가 맺히고 있었다는. 걱정하던 녀석이었는데, 잘 적응하고 있다. 

 

 

진아가 고른 방울 토마토에도 벌써 꽃이 피었다. 줄기가 튼튼한 것을 골랐더니 올해는 꽃도 더 많이 피는것 같다. 아이는 언제 토마토를 먹을 수 있는거냐며 매일매일 토마토 나무를 들여다본다.

 

 

몇 주 전에 씨를 뿌려놓은 루꼴라도 떡잎이 나고, 본 잎이 두 개 쯤 올라왔다. 다음달 쯤에는 피자에도 얹어먹고, 샐러드도 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뒤늦게 사와 치커리 사이에 셋방살이 시켜 놓은 스윗 바질. 퇴근한 남편이 발견하고는 방 빼라고 성화다.

 

 

이미 뿌리를 내려 캘 수 없다며 버티는 중. 누가 셋방을 사는건지 모를 정도로 씩씩하게 잘 크고 있다.

 

 

며칠 전에는 바질 잎을 한움큼 뜯어 샌드위치에 넣어 먹었다. 생 바질의 계절~

 

 

 

갓 구운 피자에 올려먹는 바질과 루꼴라의 향긋한 맛, 벌써부터 기대된다. (사진은 작년 여름에 찍은 것)

 

 

그러고보니 주방 창가에도 뿌리 내리기를 기다리는 식물이 있다. 스킨딥서스와 얻어온 민트 몇 줄기. 심지도 않았는데, 벌써 시원하게 레모네이드 만들어 민트 몇 잎 뜯어 넣어 마시면 얼마나 향긋할까 상상중이다. 생각난 김에 오늘 심어야 겠다는~ ^^ 

 

집안 가득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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