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5살 아이와 함께한 20시간 비행일기, 캐나다로

새벽부터 내리는 빗소리에 잠을 설친 비오는 날 아침이었습니다.

여느날 같으면 운치있는 가을 아침을 반길법도 한데, 오늘은 기다리고 고대하던 캐나다로의 여행을 시작하는 날.

캐리어 두 개와 배낭 두 개, 천방지축 다섯 살 딸아이와 유모차 탄 9개월 둘째군을 데리고 빗길을 걸어 공항버스를 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차를 가져가야 하나... 하지만 열흘간 주차비를 계산하니 만만치 않은 금액.

결국, 공항버스 정류장에 저와 아이들, 짐을 내려놓고 남편 혼자 집에 차를 가져다 놓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이거 시작부터 시간이 두 배로 걸리는군요.

아이들과의 여행은 이렇게 항상 시간적, 심적 여유를 필요로 합니다.



덕분에 라운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려던 계획은 없던 일이 되고, 겨우 커피 한 잔을 챙겨 들고 바로 탑승 게이트로 향했습니다.

라운지에서 맛난 음식을 먹는 것보다 떠나는 비행기를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진아는 게이트에 도착하자마자 창가로 달려갑니다.

비행기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어주겠다며 웃어보라는 엄마에게 취하는 포즈. >_<

요즘 다섯 살 진아는 반항기입니다.


 1  인천 - 도쿄 (2h 20) - 밴쿠버 - 캘거리 - 밴프 



비행기에 오르니 우리 앞자리에는 조금 깐깐해 보이는 아저씨가 앉아 계시네요...;



항공권을 예약하며 아기 바구니를 신청했더니 비행기 가운데 열, 맨 앞자리를 배정받았습니다.

아이들과 여행은 불편한 점도 있지만 우선탑승, 넓은 자리 배정 등 어른이 덕 보는 점도 있습니다.

아이들 돌보느라 아무리 장거리 비행이라도 짧게 느껴지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겠네요. ㅎ



비행기가 이륙하기도 전에 스르륵 잠이 들어버린 둘째군.

좁은 공간에서는 아이들이 불안함을 느낀다고 하던데, 비행기의 진동이 아기에게 편안함을 주는지 다행히 잘 적응을 하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엄마는 오랜만에 30분 그림을 그려봅니다. 제가 그리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일본 승무원, '스고이~'를 외치더니 부탁한 아이의 주스를 가져다주며 조용히 호빵맨을 그려놓고 가네요. ^^



복잡해 보이는 풍경이지만 둘째 군이 자는 동안 저희는 여유롭게 밥도 먹고, 차도 마셨습니다.

키즈밀을 신청한 진아는 일찌감치 밥을 먹고 챙겨간 스티커북 삼매경.

특별식을 신청하면 항상 먼저 서빙이 되니 아이를 먼저 챙긴 후 저도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어 좋더군요.



잠에서 깬 둘째 군은 기분 업~!



 2  인천 - 도쿄 - 밴쿠버 (8h 35) - 캘거리 - 밴프



인천-도쿄 구간 비행기가 30분 이상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원래 1시간 45분이던 일본 대기시간이 1시간으로 줄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는 셔틀버스와 모노레일을 타고 에어캐나다 탑승 카운터로 이동해야 하더군요. ㅠㅠ

분주하게 다음 보딩 패스를 끊고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탑승 게이트.



처음 만나는 캐나다.



그리고 10여 년 만에 다시 만나는 캐나다.

물론 저는 이동하는 20시간 내내 비상시를 대비한 모유 수유를 준비해야 했기에 남편의 맥주를 한 모금 맛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반가운 그 맛은 여전했습니다.



불이 꺼지고 여행자들의 밤이 찾아오면



아기도 다시 굿 나잇~!

이렇게 잠이 들면 9시간은 거뜬히 이어서 자는 정균이랍니다. 3시간마다 수유를 해야하지만 말이죠. (아직 밤중 수유를 못 끊었어요. ㅠㅠ)



 3  인천 - 도쿄 - 밴쿠버 - 캘거리 (1h 20) - 밴프



"엄마~ 자고 일어났더니 벌써 캐나다야!" 밴쿠버에 도착하니 진아는 활기가 넘칩니다.



캐나다는 공항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 잘 갖춰져 있더군요. 밴쿠버 국제공항에 도착한 지 10분도 안 되어 친구를 사귄 진아.



밴쿠버에서 환승을 하면 국제선 게이트에서 짐을 모두 찾아 국내선 게이트로 가야 합니다. 다시 짐을 부치고 항공권을 발권해야 하죠.

그런데~! 저희가 타려던 오후 1시 출발, 캘거리행 비행기가 취소되었다는 것이 아니겠어요?

이런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ㅠㅠ 하지만 국내선은 1시간마다 있어 바로 다음 비행기인 2시 비행기를 탈 수 있었습니다.

캐나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스타벅스보다 많은 팀 홀튼.
뜻하지 않은 여유 시간이 생긴 덕분에 그토록 그리워하던 팀 홀튼 커피와 맛난 베이글을 맛볼 수 있었죠.



다시 시작된 탑승



그리고 마지막 비행기.



 4  인천 - 도쿄 - 밴쿠버 - 캘거리 - 밴프 (2h)


14시간에 걸친 세번의 비행, 다섯 시간 반의 기다림, 긴긴 이동 끝에 드디어 캘거리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밴프로 이동해야 했기에 다시 렌터카를 타고 도로로 나섰죠.

 


끝없이 이어진 직선 도로와 수평선을 보니 캐나다에 온 것이 실감이 납니다.



잠 한숨 자지 못했어도 캐나다에 오니 힘이 난다는 남편.

그리고 비행기에서 내내 잤지만 차에 타니 다시 잠이 든 아이들. 긴 이동이 힘들긴 했나 봅니다.

차를 빌릴때 렌터카 업체 직원이 적절한 카시트를 찾아준다며 한 시간 이상 창고를 뒤지고 이것저것 설치해보는 등 심혈을 기울이더니

집에서 쓰던것과 똑같은 부스터와 집에서 쓰는 것 보다 더 편해 보이는 차일드 시트 하나를 찾아냈습니다.

때문에 시간이 또 지체되긴 했지만 역시나 장거리 여행엔 편한 좌석이 최고인지 여행하는 내내 아이들은 카시트에서 잘 자고 잘 놀더군요.



우리가 향하는 곳은 Go West ~!



울끈불끈한 산들이 가까워져 올수록 밴프에 다가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예상보다 조금 늦어졌지만, 여전히 감격스러운 밴프와의 상봉.

 

그리고...

Good night, Sweet 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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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는 밴프에서의 좌충우돌 가족 여행기가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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