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의 영혼이 숨쉬는 전설의 호수, 미네완카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한 아름다운 호수의 첫 인상이 잊히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미네완카.


인디언 말로 '영혼의 호수'란 의미를 가진 미네완카(Minnewanka)는 그 이름처럼 인디언과 로키산맥의 영혼을 품고 있는아름다운 곳이다.

밴프타운에서 차로 15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길이가 24Km나 되는 밴프 국립공원에서 가장 크고 고요한 호수.
주변으로 펼쳐지는 그림같은 풍경과 흥미로운 지형, 야생 동식물과 이곳에 얽힌 인디언의 전설은 호수에 대한 신비로움을 더했다.



어디를 어떻게 찍어도 그대로 엽서가 되는 미네완카 호수. 독특한 지형으로 둘러싸인 맑고 푸른 호수의 풍경이 정말 한폭의 그림이다.



인적이 드문 시간, 고요한 미네완카 호수는 전체가 오롯이 내 것. 호수를 떠돈다는 인디언의 영혼들과 교감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작은 크루즈 한 척이 도착하고나니 호수는 아이들의 목소리로 생기를 띈다.



캐나다 로키를 대표하는 미네완카 호수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카누나 보트를 타고 여유롭게 호수 위를 떠다닐 수도, 호수 주변을 따라 이어진 하이킹 코스를 따라 가볍게 산책을 나서도 좋다.


하지만 미네완카를 다녀온 사람들이 추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풍부한 해설을 곁들은 보트 크루즈를 타는 것이다.

1889년부터 시작된 100년 역사의 보트 크루즈는 호수 입구에서부터 시작해 악마의 협곡(데블스 갭, Devil's Gap)까지 돌아오는 코스로

1시간 반 정도 진행된다. 유머러스한 가이드가 전하는 이곳 지역의 특성, 야생 동식물에 대한 흥미로운 지식, 초기 탐험가와 원주민에 대한

이야기들은 보트를 타는 내내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다음 크루즈 운행 시각까지는 1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서둘러 티켓을 끊고 주변 산책로를 걸어보기로 했다.

산책로는 침엽수림 사이로 완만한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쉬운 코스지만 악마의 협곡까지 다녀오려면 거리가 꽤 되기에 등산화와 가벼운 간식을 준비하면 좋다.



스타벅스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와 호숫가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캐네디언 가족.

세 아이를 데리고 여행하는 모습에 왠지 흐뭇해 지더라.




아이건 어른이건, 한국에서나 캐나다에서나 잔잔한 호숫가에서는 다들 물수제비를 뜬다.

멀리 달려오는 폼이 만만치 않았던 여자아이. 역시나 비스듬히 던진 돌이 잘도 튀긴다.

어릴적 아빠 따라 청평 냇가에서 함께 뜨던 물수제비가 생각나더군.



빙하수라 그런지, 아니면 인디언의 영혼 때문인지, 한여름에도 수온이 6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호수는 정말 차가웠다.

두 손을 덥썩 담궜다가 깜짝 놀란 진아.




카누를 타거나 호수를 바라보는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이 호수를 더욱 빛나게 한다.



1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며 투덜거리던 것이 언제였던가. 산책로를 걸으며 아이와 놀다보니 어느덧 다가온 시간.


그런데 갑자기 진아가 화장실에 가고싶다고 징징댄다. ㅠㅠ

화장실까지는 어른 걸음으로도 5분을 족히 걸어야 될 거리인데 티케팅은 이미 시작됐을 뿐이고...
우물쭈물 하는 사이 남편은 내가 잡고 있던 진아의 손을 낚아 챘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

5분도 채 되지 않아 돌아온 남편, 그리고 편안한 표정의 진아.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



티케팅을 하며 How Old Are You? 를 묻는 가이드에게 손가락 네 개를 펼쳐 보이며 'Four Years Old'라고 대답하는 아이.

왜 한국에서는 다섯 살, 캐나다에서는 왜 네 살인지를 몇번이나 묻더니 이제는 누가 물어도 네 살이라고 답한다.



잔잔한 호수에서 100여년 동안 한번도 침몰한 적 없는 안전한 크루즈이지만 혹시 모를 위험상황에 대비해 안전교육을 했다.


선장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짐 캐리 닮은 밴프 크루즈의 선장은 8년전 이곳으로 스키를 타러왔다가 풍광에 반해 눌러 앉은 캐네디언이란다.
여름엔 크루즈를 몰고, 겨울엔 스키 강사로 일한다고. 익살스럽게 인사하는 모습이 재미있어 카메라를 들었더니 매너있게 포즈도 취해준다.




물살을 가르며 크루즈는 호수 중심으로 향한다. 가이드는 쉴 새 없이 미네완카 호수에 얽힌 인디언의 전설에서부터 역사, 지형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예를 들면 호수를 중심으로 양쪽에는 전혀 다른 식물들이 산다는 것을 알려주며 양쪽 창으로 보이는 다른 식물군을 비교해보게 한다거나

산 중턱의 말머리 형상을 찾아보게 하며 인디언의 전설을 이야기 한다.

100여년 전에는 한낱 습지였던 사진을 보여주며 물 밑에 잠겨있는 오래된 광산도시 뱅크헤드, 현재는 수력발전까지 하는 호수의 역사를 알려준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주변의 풍광과 가이드 특유의 익살에 재미있게 들었다.




크루즈 여행의 하일라이트는 바로 데블스 갭(Devil's Gap)~!

병풍처럼 이어지던 산맥이 갑자기 뚝 끊어진 곳이 바로 사진에서 보는 데블스 갭, 악마의 협곡이다.

아주 오래전에는 양쪽의 두 산맥이 하나였지만 세월이 흘러 갭이 생기고 이상하게도 이 곳에만 오면 배들이 침몰했다는, 으스스한 전설이 있는 곳이다.

하버드 지질학 연구소에서는 매년 이곳을 방문해 지각, 지질 변동 연구의 기초 자료로 삼고 있다고 한다. 



데블스 갭을 기점으로 크루즈는 빠르게 회항한다. 마치 고래의 꼬리같았던 물보라.



그리고 크루즈에서 만난 유난히 우리 아이들을 귀여워했던 아주머니. 이스라엘에서 오셨단다.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이것저것 묻는 진아에게 친절히 대답해 주시고, 너무 귀엽다며 사진도 찍어가셨던 분.

자신도 진아와 정균이만한 손녀가 있다며 아이를 번쩍 들어 안아주셨다.



유머러스한 가이드 아저씨. 진아와 똑같은 V를 그리며.



돌아가는 길에는 햇살이 한가득이다. 캠핑카와 자전거가 함께 달리는 산길이 정겹다.


"이제 어디로 가?"


집에 가자는 말 대신 다음엔 어디로 가냐며 눈을 반짝이는 진아가 고맙고 대견하다.

함께 지도를 펴고, 사진을 보며 이야기 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아이를 귀여워해주고 진심으로 예뻐하는 캐네디언과 여행자들이 있어 즐겁다.


이젠 인디언의 영혼까지도 우리를 지켜줄 것 같아 더욱 힘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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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Tip]

* 미네완카 호수 크루즈 정보 : http://www.explorerockies.com/minnewanka/

   - 5월 ~ 10월까지만 운항한다.
   - 크루즈 운항 시간은 1시간 반 정도. 내부에 화장실이 없으니 참고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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