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예찬, 여행이 우리를 가족으로 묶는다.
- 센티멘탈 여행기/세 번째 캐나다
- 2012. 10. 12. 16:17
둘째녀석이 2주째 폐렴으로 고생중입니다. ㅠㅠ
여행을 다녀온 후 제대로 여독을 풀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추석명절을 보냈더니 작은 몸에 무리가 왔는지, 감기가 폐렴이 되었네요.
며칠 전에는 대학병원 응급실까지 다녀왔는데, 다행히 초기라 입원은 하지 않았습니다.
항생제만 잘 먹으면 일주일이면 낫는다는데 이녀석, 달달해도 약은 어떻게 기가막히게 알고 거부하는 지... 이번주도 완치 확진은 커녕 치료 기간이 또 한주 연장되었네요. 그래도 요즘은 슬슬 잃었던 입맛도 되찾고 있는 것 같고, 잘 놀아서 곧 나을 것 같습니다.
버밀리온 레이크에서
이제 겁나서 아이와 여행 못다니겠다고요?
ㅎㅎ 아니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행 예찬을 하고 싶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저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을 얻었거든요.
혹시 세째? 그건 아니고요... --;
버밀리온 레이크에서
사실 어느 가정이나 일하는 아빠와 아이와의 관계는 종일 얼굴을 맞대고 사는 엄마 (주 양육자, 일하는 엄마의 경우는 할머니나 이모님쯤 되려나요?)에 비해 소원합니다. 아이는 자기가 익숙한 것을 좋아하기 마련이라서요. 힘들게 일하고 돌아와 기쁜 마음으로 아이를 안았는데, 나를 본 아이가 '으앙~'울음을 터트린다면 정말 서운하겠죠. (저도 첫째때 경험이 있어서 그 심정, 너무나 잘 압니다.)
저희 남편과 아이와의 관계가 그랬습니다. 평소에는 자칭 까도남(!)이지만 아이들을 좋아하는 남편은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아이들을 안아주는 것이었죠. 그런데, 한창 낯을 가리기 시작한 둘째가 아빠만 보면 찡찡대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무리 안고 얼러도, 분유를 줘봐도 시야에서 제가 사라지면 아빠는 소용 없었습니다.
콜롬비아 아이스필드, 빙하를 달리는 설상차를 경험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그런데 캐나다 여행을 하는 동안 그들은 달라졌습니다.
제가 사진을 찍고 취재를 하는 동안, 유모차가 갈 수 없는 산길이나 설상차, 버스 같은 곳에서는 주로 남편이 아기띠를 하고, 아이들을 돌봤는데요.
운전하고 아기띠까지 매야하는 남편은 좀 고됐겠지만 스킨십이 많아지니 아이가 자연스레 아빠를 따르게 되더군요.
응가한 정균이를 씻기는 남편
집에서는 잘 하지 않던 목욕도 함께 하고,
강남 스타일 삼매경 큰 아이
호텔에서는 아이폰에 담아간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틀어놓고 신나게 댄스 파티를 벌이기도 했지요.
진아가 무거운 DSLR로 찍은 나와 정균
그렇다면 아이들과 저는? 우리는 이런 관계? 흐흐.
물론, 저도 다른 일을 신경쓰지 않고 오롯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자주 가져보지 못했기에 여행하는 순간순간이 무척 소중했습니다.
때론 동갑내기 남편과 하루 종일 붙어있느라 싸우기도 했지만, 어디 토라져 있을 공간도 따로 없으니 화해도 빨리 하게 되더군요. ㅋㅋ
닥터지바고의 엔딩씬을 찍었다는 레이크루이스 스테이션에서
동생과 놀기 싫다며 제게 '나랑만 놀아줘!'라던 첫째도 이번 여행을 통해 동생과 노는 법을 배웠습니다.
캘거리의 어느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며
누나가 조금만 재밌게 해주면 그 어느때 보다도 크게 웃는 동생. 이 모습을 보며 진아도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진아의 이런 깨달음은 위기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했는데요.
달리는 차 안에서 아기가 울때나 식당에서 밥을 먹을때 등 아빠엄마에게 큰 도움을 줬지요.
여행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아무리 가족이라도 이렇게 우리가 가까워질 수 있었을까요?
레이크루이스 스테이션에서
사실 오늘 포스팅은 사진 정리를 하다가 발견한 이 한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제게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우리 가족.
오늘은 아이가 아픔에도 불구하고 여행 예찬, 가족 예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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