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박 28일 스페인 가족여행 총경비, 얼마나 들었을까?
-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스페인
- 2014. 7. 3. 16:23
온 가족이 함께 떠나는 유럽여행은 상상만 해도 가슴 설렌다.
그러나 유럽 여행은, 특히 최소 3인 이상이 떠나는 가족여행은 어마어마한 여행경비 때문에 큰 결심 없이는 떠나기 어렵다. 다행히 스페인은 유럽중에서도 비교적 물가가 저렴한 편이다. 그래도 항공권 등 교통비 지출이 커 10일 일정에 인당 300만원 정도의 경비가 필요하다.
그러면 4인 가족의 한 달 스페인 여행 경비는 얼마나 들까?
알뜰살뜰 절약하며 다닌 26박 28일, 우리 가족의 스페인 여행 경비를 공개한다.
▲ 세비야 거리풍경
4인 가족의 '26박 28일 스페인 여행경비'는 얼마나 들었을까?
(1유로 1,500원 기준)
<26박 27일 4인 가족 스페인 여행 경비>
만 5세, 2세 유아가 있는 우리 가족의 한 달 스페인 여행비는 총 1,194만 원이 들었다. 여기에는 항공권, 숙박, 렌터카 비용뿐 아니라 여행을 준비하며 산 가방부터 여행 중 먹은 아이스크림 값까지 모든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총 금액은 크지만, 머릿수로 나눠보면 인당 300만 원 수준으로 한 달 여행치고는 나름 경제적으로 다녀왔다. (5월 중순~ 6월 중순 기준)
비율로 보면 항공권 구입, 숙박비가 600만 원 정도로 전체 금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렌터카 비용은 유류대와 주차비까지 포함해 180만 원으로 예상보다 적게 들었다. 현지 교통비는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등 대도시에서만 발생해 미미한 수준이고, 입장료도 몇 곳은 무료입장이 가능한 일요일에 방문해 아낄 수 있었다.
우리는 4인 가족이지만 아직 아이들이 어려 항공권과 일부 숙박비 외에는 성인 2인 여행비에서 크게 추가된 것이 없다. 어린이 입장료나 투어비도 대부분 무료였다. 다만 두 아이와 함께하려니 아무 곳에서나 자고 먹을 수 없었고, 예상외의 간식비와 놀이비가 발생해 둘만 다닐 때처럼 허리띠를 졸라매기는 어려웠다. 이런 변수까지 종합해 보면 대략 성인 3인 비용 정도 든 것 같다.
1. 항공권 구매비 329만 원, 인당 82만 원
▲ 도하 공항 계류장의 카타르 항공
비행기는 도하를 거쳐 바르셀로나로 운항하는 카타르 항공을 이용했다. 여행은 5월 중순에 시작했지만, 항공권은 1월에 예약했다. 유럽 노선은 연초에 얼리버드 세일을 많이 해 1월에 싼 티켓이 많이 나온다. 내가 구매한 항공권의 가격은 성인 87만 원, 어린이 77만 원, 인당 평균 82만 원으로 근래 본 유럽 항공권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이었다.
▶ 관련 글: 항공권은 타이밍! 아이와 유럽여행? 카타르 항공 3일 특가
2. 숙박비 284만원, 하루 평균 11만 원
▲ 1박 4만 원으로 가격대비 최고의 쾌적함과 만족도를 자랑했던 발렌시아 이비스(Ibis).
26박 28일의 총 숙박비는 284만 원으로 하루 평균 11만원이었다. 호스텔 4박, 호텔 9박, 에어비앤비(아파트 독채) 13박을 묵었으며 대부분 트리플 룸이었다. 가장 비싼 숙소는 론다의 파라도르로 1박에 28만 원, 그래도 스페인 고성을 개조한 파라도르 중에서는 가장 저렴한 수준이었고, 훌륭한 아침 뷔페와 누에보 다리 경치까지 즐길 수 있어서 만족했다. 가장 싼 숙소는 발렌시아의 이비스 체인으로 1박에 4만 원 수준이었으나 군더더기 없는 객실 구성과 잠이 솔솔 오는 침대로 가격대비 최고의 만족도를 자랑했다. 숙소는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등 대도시가 비싼 편이고 그라나다 말라가 등 아래로 내려갈 수록 저렴했다.
숙소는 바르셀로나(4박) Hostel Bella Lola, 발렌시아(1박) Ibis Budget Valencia Aeropuerto, 그라나다(3박) Hotel Macià Real De La Alhambra, 론다(2박+1박) Hotel Catalonia Reina Victoria Wellness & Spa, 파라도르 드 론다, 세비야(2박) Barceló Sevilla Renacimiento, 말라가(3박), 톨레도(2박), 마드리드(4박), 바르셀로나(4)에서는 주방이 딸린 아파트에서 묵었다.
3. 식 음료비 220만 원, 한 끼당 3만 원
▲ 가장 비쌌던 그라나다의 메뉴 델 디아(16유로), 무료 타파스까지 나와 아주 푸짐한 한끼 식사였다.
26박 28일 (실제로 머문 날은 27일) 스페인 여행 총 식 음료비는 220만 원으로 하루 평균 8만 원이 들었다. 한 끼당 금액은 3만 원이 안 된다. 스페인 물가가 다른 유럽에 비해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4인 가족의 3끼 식사와 음료, 간식비로는 터무니없는 금액이다. 그러나 주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토종 한국 입맛인 두 아이들을 위해 한국에서 여행용 밥솥과 라면포트, 김 등 밑반찬을 준비했고, 일정의 반은 주방이 딸린 아파트를 예약해 마트나 시장에서 장을 봐 직접 음식을 해먹었다. 외식비는 145만 원이 들었고, 나머지 70만 원으로 식재료 및 아이스크림 등 간식을 샀다. 스페인 마트의 농축산물, 특히 고기류는 아주 저렴해서 육식 마니아 가족들과 매일 소고기부터 양고기까지 고기파티를 벌였다.
4. 렌터카 19일 대여료 180만 원 (주유, 주차 포함), 하루 평균 9만 5천원
▲ 이번 스페인 여행의 발이 되어준 7세대 골프 디젤, 만족도가 높아 한국에 돌아와서 가격을 열심히 검색해 봤다. 검색만.
렌터카는 컴팩트 클래스인 '골프 오토 디젤'을 19일간 빌려 기본 보험 포함 총 103만 원이 들었다. 슈퍼커버(사고시 완전면책) 보험은 19일로 계산하니 렌트비보다 비싸 들지 않았고, 대신 안전운전과 관리인이 있는 지하 주차장을 택했다. 부대비로 주유비 27만 원, 주차비 40만 원, 톨비가 10만 원 정도 추가되어 총 19일간 렌터카 대여/유지비에 180만 원을 지출했다. 여행을 마친 후 계기판을 보니 운전 42시간, 거리 2,840km, 연비는 19km/l 가 나왔다. 내비게이션은 구글맵과 무료앱을 받아 휴대폰으로 대신했고, 카시트 두 개 중 하나는 부스터 시트만 가져가고, 다른 하나는 현지 마트에서 저렴한 것(약 5만 원)으로 구매했다.
▲ 스페인 렌터카 여행을 하면 주로 이런 길을 달리게 된다.
꽃할배에도 짐꾼 이서진이 운전에 애를 먹는 장면이 나왔듯이, 유럽 렌터카는 스틱(수동) 기어 차가 대부분이다. 스페인에는 '오토(자동)' 차량이 있는 렌터카 업체가 많지 않아서 여행 전 한국에서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현지에서 구하기가 어렵다. 물론 가격은 스틱이 저렴하지만, 스틱에 익숙하지 않았던 우리는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오토 차량을 빌려야 했다. 대신 스페인 기름값이 한국과 비슷하거나 약간 비싼 것을 고려해 연비 좋은 디젤차를 빌렸다. 도로가 좁고, 주차공간도 좁은 스페인에서 가장 흔한 차는 우리의 액센트 급인 Ibiza였으나 4 가족의 짐을 실을 수 없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컴백트 급을 선택했다.
톨비는 첫 바르셀로나-발렌시아 구간에만 냈다. 짧은 구간에 10만 원 남짓한 비용이 드는 것에 놀라 다음부터 조금 돌아가더라도 내비게이션 설정을 '무료도로'로 세팅했다. 모든 숙소는 따로 주차비를 내야했다. 가장 비쌌던 곳은 마드리드로 1박에 20유로, 관광지 근처 지하 주차장은 평균 1시간에 2유로 정도였다. 주차비는 당연히 도심일수록 비쌌다. (렌터카 부분은 따로 다시 포스팅하겠다.)
5. 입장료 및 기타비용 181만 원
▲ 알함브라 궁전 입장권, 유아 무료 입장권이라도 따로 한장씩 발급해 준다.
주요 관광지, 유적, 박물관, 미술관 입장료(일부 오디오 가이드) 및 플라멩코 관람비 등에는 54만 원이 지출됐다. 앞서 말했지만, 두 아이의 요금은 대부분 무료였고, 대성당과 미술관 일부는 일요일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선물비, 휴대폰 심카드, 엽서와 우표 등 기타 비용은 66만 원이 들었다. 렌터카가 있어 대중교통은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등 대도시에만 이용했다. 대중 교통비는 총 31만 원. 여행을 떠나기 전, 저렴한 29인치 캐리어 2개, 여행용 밥솥, 라면포트 등을 구입하느라 30만 원을 썼다.
각종 영수증과 입장권 등을 펼쳐놓고 비용을 정리하다보니 지난 한 달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앞으로 다시 이런 기회가 있을까 싶다. 스페인 가족여행을 준비하는 분들께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더불어 지금 내가 느끼는 여행끝의 행복도 함께 전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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