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가족여행자를 위한 저렴한 숙소, 레기안 선셋 레지던스(Legian Sunset Residence)
-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발리
- 2014. 12. 30. 23:38
어쩌면 내 인생의 마지막 장기 여행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가족여행.
요르단 페트라, 뉴질랜드 남섬, 캐나다 옐로나이프, 중국 샹그릴라 등 평소 꿈꾸던 여행지들이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한겨울에 여행을 떠나니 되도록 따뜻한 지역을 선택해야 했다. 크리스마스를 낀 연말연시가 여름 휴가 시즌에 준하는 여행 성수기임을 감안했을 때, 주어진 예산과 시간 안에서 온 가족이 함께 한 달을 머물 수 있는 곳은 역시 동남아시아 뿐이었다. 아쉽지만 서핑을 배우고 싶어하는 남편의 의견과 아이들을 존중해 목적지는 발리로 정했다.
에어비앤비(airbnb.com)에서 발리의 '독채 + 주방시설이 갖춰진 곳'을 검색 해봤다. 신혼여행을 떠나도 좋을 것 같은 풀빌라들이 쏟아졌다.
대부분 1박에 10~20만원 언저리면 꽤 근사한 개인 수영장과 주방, 침실 등을 갖춘 독채 풀빌라를 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장기 여행자. 3~4일 정도라면 모를까 한 달을 묵기에는 숙박비가 부담됐다. 게다가 남편이 다닐 서핑스쿨은 꾸따비치에
있는데, 근처 풀빌라 밀집지역인 스미냑 비치는 물가가 꽤 비쌌다.
꾸따비치 근처에 있으면서 다른 관광지 접근성도 좋고, 하지만 너무 밤잠을 설칠 정도의 번화가는 아니면서, 깨끗하고 저렴하되 아이들 놀 수영장은 꼭 있어야 하고, 시설이 너무 노후하지 않고, 장기체류이니 방과 분리된 거실과 주방이 있으면 좋겠고, 아침 식사와 하우스 키핑 서비스가 제공되는 그런 곳은 없을까?
이 까다로운 조건을 가지고 며칠간 트립어드바이저, 아고다, 부킹닷컴 등 호텔 예약, 평가 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이잡듯 뒤졌다. 그러다가 기적처럼 발견한 라비앙님의 블로그.
>> 관련 글: [발리 저가숙소] 장기 체류에 좋은 르기안 썬셋 레지던스 The Legian Sunset Residence
"교통은 안좋지만, 2013년 10월에 오픈한 새 건물이고, 수영장도 있으며 객실은 주방을 갖춘 복층형, 1박 40불에 조식 포함~!"
@.@ 아니, 이렇게 좋은 조건이!! 우리가 원하던 거의 모든 것을 갖춘 숙소였다. 교통이 나쁜 건 그닥 큰 문제가 아니었다.
어차피 오토바이 렌트를 하려고 했고, 발리는 택시요금이 많이 비싸지 않으니까. 번화가가 가까이에 있기만 하면 됐다.
구글맵을 확인하니 꾸따비치까지는 차로 10분 거리였다.
가격을 확인해보니 1박에 2...2만 5천 원?! 눈을 의심했다.
<출처> 트립어드바이저
트립어드바이저에 등록된 사진들을 보면 도저히 1박 2만원 대의 숙소라고 믿을 수 없었다. 커다란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에어컨, 심지어 세이프티 박스까지~! 관리가 안되는 발리의 초저가 숙소를 경험해본 스티브와 나는 분명 사진발일거라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나 결국 더 좋은 조건의 숙소를 찾지 못하기도 했고, 자꾸 이 곳이 눈에 밟혀 모험하는 셈 치고 1달을 예약했다. (나중에 이 사진이 실제 모습 그대로인 것을 확인하고 어찌나 놀랐는지!)
비용은 크리스마스, 연말 성수기 기간 서차지를 포함해 평균적으로 조금 더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다른 곳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저렴한 가격이었다.
그렇게 무작정 한 달 묵을 숙소를 정하고 발리로 날아왔다.
이제부터는 지금 내가 묵고 있는 레기안 선셋 레지던스의 모습.
발리의 저가형 숙소들은 대부분 이렇게 수영장을 가운데 두고 ㄷ자 형태로 지어졌다. 따라서 어느 방에 묵든 '풀 뷰'다. 바다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이라 '오션 뷰'가 없으니 풀뷰라도 땡큐. 수영장은 크지 않지만 깨끗하고 나름 비치백도 있어 아이들과 놀기 좋다.
한낮에는 수영장 이용객이 거의 없어 전세수영을 즐길 수 있다. 수심은 가장 깊은 곳이 내 어깨까지 오는 정도.
겁 많은 둘째녀석도 요즘 매일 두 번씩 수영장에 가니 이제는 구명조끼 없어도 개헤엄을 할 정도에 이르렀다.
객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담한 거실과 주방이 보인다. (사진 속 빨간 의자는 아이들을 위해 구매했습니다. 살림살이가 이미 다 세팅 된 후에 제가 발리에 도착해서 깨끗한 룸을 찍지 못했습니다. 양해를..;)
넓이는 이정도. 카페트가 아닌 대리석이라 먼지날릴 걱정 없고, 수영장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들어와도 슥 닦으면 되니 더 마음에 든다. (물론 잘 닦아야 한다. 넘어질 수 있으니!)
간이 주방에는 제법 큰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전기 주전자, 싱크대가 있고, 냉장고 옆으로 난 문을 열면 세탁기 자리인듯 보이는 작은 베란다가 있다. 식기는 접시와 찻잔이 전부이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여행용 전기밥솥과 라면포트, 캠핑용 식기를 세팅해 쓰니 그럭저럭 쓸만하다.
매일 두 개씩 컴플리멘터리 생수가 제공된다.
2층으로 가는 나무 계단에는 난간이 없어 위험해 보이지만, 폭이 꽤 넓은 편이라 벽쪽의 핸드레일만 잡고도 아이들이 잘 다닌다.
(오히려 수영장에서 바로 올라와 젖은 발로 올라 다니던 내가 미끄러져 종아리, 허벅지에 큰 멍이 들었...; )
계단쪽 벽에는 한국 브랜드의 LCD TV가 있는데, 카툰 네트웍 등 다양한 케이블 채널이 나온다. - 물론 인니어. ^^
2층 객실에는 킹사이즈 배드 하나와 화장대, 욕실 등이 있다. (욕실 사진 차마... 글 서두의 트립어드바이저 사진 참고)
객실은 매일 청소를 해주는데, 하우스 키핑이 기복이 있다. ㅎ 그날그날의 룸 컨디션이 다르다는.
두고 간 설겆이를 말끔하게 해놓고, 어질러둔 물놀이 도구까지 정리해 준 적이 있는가 하면 수건 교체를 안해주거나, 대충 보이는 곳만 닦고 간 적도 있다.
그래도 리셉션이 친절한 편이라 조치가 잘 되는 편이다. (우리처럼 즉각 조치는 안된다. 어쩌면 몇 번 말해야 할 수도 있다. 그게 발리 스타일...)
식당은 로비 건물 2층에 있다. 아메리칸 브랙퍼스트 (계란요리, 소시지, 빵, 과일, 커피, 주스)와 나시고랭(+음료, 과일),
미고랭(+음료, 과일)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다. 바쁘지 않을 때는 아침을 룸서비스로 주문해 먹을 수도 있다. 단, 투숙객이
많을 때는 뷔페식으로 운영되며 배달되지 않는다. 주방장이 여러 명인데, 그들도 음식에 기복이 좀 있다. 예를들면 계란 후라이를 얹어주다가 아니다가, 치킨과 씨푸드 중에서 고를 수 있게 해주다가 아니다가.. ㅎㅎ (글로벌 호텔 체인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하지는 말자. 그래도 정감있어 매력적이다.)
나시고랭과 미고랭으로 푸짐하게 차린 아침식사. 그럴듯하면서 맛도 있다.
로비 풍경. 한쪽에는 물고기가 노니는 작은 연못(?)이 있다. 별 거 아니지만, 아이들은 늘 먼저 뛰어나가 물고기가 잘 있나 살펴본다.
주차는 레지던스 바로 앞에 하게 되어있는데, 오토바이와 승용차 주차장이 따로 구분되어 있다.
우리 가족은 오토바이 렌트와 호텔 택시를 적절히 이용하고 있다.
호텔 앞 도로 풍경. 아무 것도 없다. ㅎㅎ 숙소 주변에는 식당이나 편의시설이 전혀 없지만, 차로 2~3분 거리에 스타벅스, 맥도널드, 스시집 등 음식점이 있다. 가까이에 작은 야시장이 두 개 있고, 분위기 좋은 비치바가 많은 더블식스 비치도 멀지 않다.
하지만, 걸어서 가기에는 조금 애매한 길...; (덥기도 하고)
로컬 야시장 풍경. (외국인도 꽤 보인다.) 나시 짬뿌르(밥+반찬)나 이칸바카르(숯불 생선구이), 간식거리 등을 저렴하게 포장해 올 수 있다.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까르푸. 시장에 비해 물가가 무척 비싼 편이다. (물론, 한국보다는 약간 저렴하거나 비슷하다.)
한 달 살이라도 필요한 건 대충 있어야 하니, 아이들 의자며 먹거리 등을 잔뜩 사서 (짊어지고 다닐 가방도 구입!) 내집처럼 살고 있다.
바로 이렇게... ^^; 산타 할아버지(?)께 크리스마스 받은 아이들의 즐거운 한 때.
발리 여행 12일차, 벌써 올해가 다 갔다니... 믿기지 않는다.
이 곳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한 달 살이가 아니라 두 달, 세달 살이를 시도했을 수도.
비오는 날 하수구 냄새라던지 작은 문제점들이 있긴 하지만, 숙소 자체로 보면 가족여행자를 위한 최적의 숙소다. (가격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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