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이유보다 화려하다는 돌마바흐체 궁전
-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 2010. 4. 28. 07:00
터키에서 꼭 둘러봐야 할 명소 중 하나는 술탄이 살던 궁전이다. 이스탄불에는 두 개의 큰 궁이 있는데, 하나는 동양적인 멋을 풍기는 톱카프 궁이고 다른 하나는 유럽풍의 섬세하고 화려한 매력이 있는 돌마바흐체 궁이다. 둘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각각 이스탄불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에 위치해 있다. 보스포러스 페리를 타고 신시가지로 건너온 우리는 돌마바흐체 궁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웅장한 돌마바흐체 궁전의 입구. 이런 문이 몇개 있는데, 신시가지쪽 입구만이 개방되어 있다.
정교한 조각이 아름다운 문, 몇 개의 문을 지나야 궁전의 내부 정원으로 들어설 수 있다.
지중해성 기후는 겨울과 봄이 우기라 우리는 여행하는 내내 비와 함게 했다. 하지만 종일 내리는 비가 아니라 소나기처럼 잠깐 스치는 비라 우산을 쓰지 않아도 괜찮았다. 날씨 때문인지 제국의 영화와 멸망을 함께한 화려한 궁이 쓸쓸하게만 보였다.
잘 가꿔진 정원을 지나면 술탄들이 공식 업무를 보던 세라믈릭(SELAMLIK)이 나온다. 국가의 주요 행사를 치르거나 사신을 맞는 장소로 쓰였던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펼쳐지는 광경. Main Entrance에 해당하는 이 공간은 초청받은 손님들이 기다리는 공간이었다고 한다. 화려한 붉은색으로 치장된 입구에는 곳곳에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걸려있으며 프랑스에서 들여온 가구와 영국산 촛대가 장식되어 있고, 바닥에는 손으로 한올한올 직접 엮은 폭신한 카펫이 깔려있었다. 심지어는 벽난로조차 대리석과 크리스탈로 장식되어 있어 옛 제국의 영광을 볼 수 있었다.
내부는 궁에서 제공하는 가이드 투어만이 가능하다. 이 화려한 궁전을 모두 보려면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해 4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투어는 두 가지로 진행되는데 왕이 행정업무를 보던 세라믈릭(SELAMLIK)과 여성들이 생활하던 HAREM(하렘)을 차례로 둘러보는 코스. 오후에 도착해 시간이 촉박한 우리는 가이드북에서 추천하는 세라믈릭 투어만 하기로 했다.
한시간 반정도 진행되는 세라믈릭 투어에서는 호화로움의 극치를 볼 수 있었다. 홀과 방들은 저마다 다른 테마를 가지고 있었으며 내부는 기본적으로 크리스탈과 금으로 꾸며져 있었다.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있어 내부 사진 대부분은 Ficker에 있는 사진으로 대체. 예전에는 별도의 티켓을 끊으면 궁내 촬영도 가능했지만 2009년부터는 이것도 금지되었다.) Photo by 신민경
무게가 2톤쯤 나가는 거대한 샹들리에. 이 샹들리에를 포함 궁내에는 모두 36개의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있다. 샹들리에 중 하일라이트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선물했다는 무게가 무려 4.5톤이나 나가는 샹들리에. 어떻게 매달려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Photo by Swamibu)
곳곳에 있는 크리스탈 조각들 (photo by 天煞烏龜) 투명한 크리스탈은 영국에서 붉은색 크리스탈은 프랑스 보헤미아에서 가져온 것이다.
궁 내에는 각국에서 선물받은 보물들이 있었는데, 사면에 물건을 두는 방식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보물은 대부분 Fair로 보내졌다. 러시아에서는 곰의 통가죽을, 프랑스에서는 그랜드 피아노를, 중국에서는 도자기를 선물했다고. (photo by 天煞烏龜)
오스만 제국이 끝난 이후 이곳은 터키의 국부로 추앙받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집무를 보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내부에는 사용하던 방을 그대로 보존해 그를 기리고 있다.
궁을 나서면 왼편으로 보스포러스 해협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동영상] 보스포러스 페리에서 본 돌마바흐체 궁전. 돌마바흐체는 멀리서 보면 바다위에 떠있는 것 같아 '바다위의 궁전'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기도 하다.
영어를 잘 하던 터키 여인과 그녀의 어머니. 사진촬영을 부탁하더니 하렘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선다. 빨간 자켓의 퍼머머리 그녀와 검은 히잡에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 긴 치마를 입은 어머니가 대조적이다.
아름다운 궁전을 지키는 근위병. 어떤 질문을 해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틈을 타 기념 사진을.. ㅎ
곧 그칠 비라 자신하더니... 궁전을 나와 비오는 거리를 헤매던 우리는 결국 쫄딱 젖은 채로 근처 찻집에서 몸을 녹였다. 터키에서 처음 맛본 카페라떼는 그저 따뜻해서 좋았다. 설탕시럽이 흘러내리는 달콤한 바클라바는 썩 괜찮았다. 에너지 충전~!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본 돌마바흐체 궁전의 아름다운 야경. 아름답다는 감상과 동시에 '토목공사에 지나치게 치중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교훈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장소였다.
마지막으로 재밌게 읽은 오스만 제국의 마지막 후계자 '오르한'에 대한 슬픈 일화를 링크로 소개한다.
→ [아침을 열며] 돌마바흐체 궁전의 추억 (한국일보)
[Tip] 돌마바흐체 궁전은 이스탄불에서 유일하게 국제학생증 할인이 되는 장소다.
터키에는 학생 할인이 되는 곳이 많지 않아 굳이 학생증이 필요하지 않지만, 만들어 놓은 것이 있다면 꼭 챙겨가자. → 입장료 20TL, 국제학생증 소지자는 단돈 1TL)
* 돌마바흐체 궁전 홈페이지 http://www.dolmabahce.gov.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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