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대로가 박물관이 되어버린 '괴레메 오픈에어 뮤지엄'
-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 2010. 9. 7. 07:30
아침 일찍 윌굽 재래시장을 구경한 우리는 딸기 한 봉지를 사 들고 론리플레닛에서 강추하는 괴레메 야외 박물관(Open Air Museum)으로 향했다. 괴레메 지역은 화산작용으로 형성된 돌기둥에 굴을 파서 만든 동굴교회와 수원이 가장 많은 곳으로 카파도키아 여행의 중심이자 우리가 묵고 있는 동굴펜션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에서 1Km 정도 떨어진 오픈에어 뮤지엄에서는 내부가 잘 보존된 동굴교회 30여 개를 구획 지어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는데, 특히 동굴집에서 생활하던 수도자들의 생활상과 비잔틴 양식의 프레스코 성화를 함께 볼 수 있어 흥미로운 곳으로 유명하다.
윌굽에서 괴레메로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풍경. 마을버스 같은 돌무쉬 차창으로 오래전 화산작용으로 형성된 다양한 협곡과 돌기둥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신기한 형상을 보며 느끼는 감동은 직접 경험해야만 느낄 수 있을 듯. (photo by 신민경)
자연 그대로가 박물관이 되어버린 '괴레메 오픈 에어 뮤지엄'
괴레메 오픈에어 뮤지엄 입구. 지하철처럼 티켓을 넣고 들어간다. (15TL, 약 12,000원)
입장권을 끊고 언덕을 오르면 탁 트인 절경이 야외박물관임을 실감케 한다. 박물관의 건너편에도 수많은 돌기둥과 박해를 피해 도망 다닌 기독교인들의 흔적이 있었다. 사암지형이라 쉽게 굴을 팔 수 있다지만 구멍이 없는 돌기둥을 오히려 찾기 어려울 정도.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굴집에서 살았던 걸까?
카파도키아에는 초기 비잔틴 시대부터 13세기 말까지의 수많은 교회와 수도원이 있다고 한다.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는 괴레메 오픈에어 뮤지엄에는 주로 교회나 수도원, 식당 등으로 사용됐던 곳이 있는데, 벽화가 그려져 있는 곳은 오스만제국 말기까지도 실제 교회로 사용했다고 한다.
(좌) 초기 프레스코화. 단순한 형태의 기하학적 무늬들이 십자가나 삼위일체 등을 표현하고 있다. (우) 동굴 수도원 입구에서 가이드북을 보는 친구. 날씨가 좀 쌀쌀했다.
돔 형태로 파인 내부에는 다양한 공간들이 있었다. 기둥과 벽, 천장에는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8~9세기 우상파괴운동으로 초기 벽화는 대부분 손실되었고, 현재 남아 있는 것은 9세기 후반~13세기 작품이라고.
(좌) 최후의 만찬. 예수가 정중앙에 앉아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과는 다르게 왼쪽 면에(기둥에 가려진 부분) 앉아 있는 것이 특이하다. (우) 예수를 중심으로 둥글게 천사와 악마, 제자들이 있다.
'어둠의 교회'에서 만난 예수의 일생
성화를 파괴한 그들은 눈을 없애면 영혼이 사라진다고 믿어 손길이 미치는 곳은 모두 손을 댔다. 그나마 어둠의 교회라 불리는 카란륵(KARANLIK) 교회는 그 내부를 잘 볼 수 없어 프레스코화 보존이 잘 되어 있었는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그림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예수 탄생에서부터 부활까지, 시간순으로 성화를 둘러보며 의미를 되새기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 몇 점 소개한다. (카란륵 교회, 별도 입장료 8TL, 약 6,400원)
(좌) 예수의 탄생을 알리는 동방박사 (우)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예수를 낳은 마리아와 목욕하는 예수. 좁은 공간에 많은 이야기를 담다 보니 면 분할이 많아졌다. 그래서 예수의 탄생 장면을 언뜻 보면 하나의 그림에 다양한 이야기가 담은 샤갈의 그림이 생각나기도 한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칠이 벗겨진 부분에는 초기 프레스코화인 붉은 기하학적 무늬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부활. 왼쪽의 여자는 마리아인 것 같고 지하세계에서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예수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자들인 듯.
카파도키아를 내려다보며 맛본 점심
어두운 동굴교회들 내부를 둘러보고 나니 어느새 하늘이 맑게 개었다. 탁 트인 전망과 새털 같은 구름이 좋아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점심시간을 훌쩍 넘어있었다.
(photo by 신민경)
터키에서의 점심은 계속 이런 식이다. 의도치 않게 간식으로 챙겨온 과일이나 삶은 계란을 먹고 때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간혹 지나가는 배낭여행자에게 딸기를 권하며 주변 정보를 듣기도 하고, 사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박물관을 다 보고 내려오는 길에 만난 한 무리의 초딩 수학여행객. 카메라를 보고 어찌나 찍어달라고 성화던지. 그 모습이 귀여워 한컷 멋지게 담아줬다. (그나저나 주소를 받지 않아 이 사진은 어떻게 보내준담...)
중간중간 경치를 볼 수 있는 벤치가 있어 관광 온 현지인들이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훈남이시길래 한컷)
입구 쪽에는 비슷한 차림의 남자 한무리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야외 박물관 내부의 찻집이나 음식점, 기념품 판매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이었다. 눈으로 오가는 관광객을 쫓으며 하릴없이 앉아 있는 모습이 무척 한심해 보였지만, 덕분에 길을 묻기도 하고 따끈한 차 한 잔 제의도 받을 수 있어 기분 좋은 오후였다. (photo by 신민경)
그러나.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우리는 그 길로 숙소가 있는 괴레메 마을로 내려갔어야만 했었다. 전날 내린 비로 험해진 로즈밸리 트래킹을, 그래서 현지 여행사에서도 가지 않는다는 그 코스를 굳이 찾아가려고 애쓰는 게 아니었다.... (To be continued~)
윌굽에서 괴레메로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풍경. 마을버스 같은 돌무쉬 차창으로 오래전 화산작용으로 형성된 다양한 협곡과 돌기둥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신기한 형상을 보며 느끼는 감동은 직접 경험해야만 느낄 수 있을 듯. (photo by 신민경)
자연 그대로가 박물관이 되어버린 '괴레메 오픈 에어 뮤지엄'
괴레메 오픈에어 뮤지엄 입구. 지하철처럼 티켓을 넣고 들어간다. (15TL, 약 12,000원)
입장권을 끊고 언덕을 오르면 탁 트인 절경이 야외박물관임을 실감케 한다. 박물관의 건너편에도 수많은 돌기둥과 박해를 피해 도망 다닌 기독교인들의 흔적이 있었다. 사암지형이라 쉽게 굴을 팔 수 있다지만 구멍이 없는 돌기둥을 오히려 찾기 어려울 정도.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굴집에서 살았던 걸까?
카파도키아에는 초기 비잔틴 시대부터 13세기 말까지의 수많은 교회와 수도원이 있다고 한다.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는 괴레메 오픈에어 뮤지엄에는 주로 교회나 수도원, 식당 등으로 사용됐던 곳이 있는데, 벽화가 그려져 있는 곳은 오스만제국 말기까지도 실제 교회로 사용했다고 한다.
(좌) 초기 프레스코화. 단순한 형태의 기하학적 무늬들이 십자가나 삼위일체 등을 표현하고 있다. (우) 동굴 수도원 입구에서 가이드북을 보는 친구. 날씨가 좀 쌀쌀했다.
돔 형태로 파인 내부에는 다양한 공간들이 있었다. 기둥과 벽, 천장에는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8~9세기 우상파괴운동으로 초기 벽화는 대부분 손실되었고, 현재 남아 있는 것은 9세기 후반~13세기 작품이라고.
(좌) 최후의 만찬. 예수가 정중앙에 앉아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과는 다르게 왼쪽 면에(기둥에 가려진 부분) 앉아 있는 것이 특이하다. (우) 예수를 중심으로 둥글게 천사와 악마, 제자들이 있다.
'어둠의 교회'에서 만난 예수의 일생
성화를 파괴한 그들은 눈을 없애면 영혼이 사라진다고 믿어 손길이 미치는 곳은 모두 손을 댔다. 그나마 어둠의 교회라 불리는 카란륵(KARANLIK) 교회는 그 내부를 잘 볼 수 없어 프레스코화 보존이 잘 되어 있었는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그림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예수 탄생에서부터 부활까지, 시간순으로 성화를 둘러보며 의미를 되새기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 몇 점 소개한다. (카란륵 교회, 별도 입장료 8TL, 약 6,400원)
(좌) 예수의 탄생을 알리는 동방박사 (우)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예수를 낳은 마리아와 목욕하는 예수. 좁은 공간에 많은 이야기를 담다 보니 면 분할이 많아졌다. 그래서 예수의 탄생 장면을 언뜻 보면 하나의 그림에 다양한 이야기가 담은 샤갈의 그림이 생각나기도 한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칠이 벗겨진 부분에는 초기 프레스코화인 붉은 기하학적 무늬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부활. 왼쪽의 여자는 마리아인 것 같고 지하세계에서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예수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자들인 듯.
카파도키아를 내려다보며 맛본 점심
어두운 동굴교회들 내부를 둘러보고 나니 어느새 하늘이 맑게 개었다. 탁 트인 전망과 새털 같은 구름이 좋아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점심시간을 훌쩍 넘어있었다.
(photo by 신민경)
터키에서의 점심은 계속 이런 식이다. 의도치 않게 간식으로 챙겨온 과일이나 삶은 계란을 먹고 때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간혹 지나가는 배낭여행자에게 딸기를 권하며 주변 정보를 듣기도 하고, 사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박물관을 다 보고 내려오는 길에 만난 한 무리의 초딩 수학여행객. 카메라를 보고 어찌나 찍어달라고 성화던지. 그 모습이 귀여워 한컷 멋지게 담아줬다. (그나저나 주소를 받지 않아 이 사진은 어떻게 보내준담...)
중간중간 경치를 볼 수 있는 벤치가 있어 관광 온 현지인들이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훈남이시길래 한컷)
입구 쪽에는 비슷한 차림의 남자 한무리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야외 박물관 내부의 찻집이나 음식점, 기념품 판매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이었다. 눈으로 오가는 관광객을 쫓으며 하릴없이 앉아 있는 모습이 무척 한심해 보였지만, 덕분에 길을 묻기도 하고 따끈한 차 한 잔 제의도 받을 수 있어 기분 좋은 오후였다. (photo by 신민경)
그러나.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우리는 그 길로 숙소가 있는 괴레메 마을로 내려갔어야만 했었다. 전날 내린 비로 험해진 로즈밸리 트래킹을, 그래서 현지 여행사에서도 가지 않는다는 그 코스를 굳이 찾아가려고 애쓰는 게 아니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