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대로가 박물관이 되어버린 '괴레메 오픈에어 뮤지엄'

아침 일찍 윌굽 재래시장을 구경한 우리는 딸기 한 봉지를 사 들고 론리플레닛에서 강추하는 괴레메 야외 박물관(Open Air Museum)으로 향했다. 괴레메 지역은 화산작용으로 형성된 돌기둥에 굴을 파서 만든 동굴교회와 수원이 가장 많은 곳으로 카파도키아 여행의 중심이자 우리가 묵고 있는 동굴펜션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에서 1Km 정도 떨어진 오픈에어 뮤지엄에서는 내부가 잘 보존된 동굴교회 30여 개를 구획 지어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는데, 특히 동굴집에서 생활하던 수도자들의 생활상과 비잔틴 양식의 프레스코 성화를 함께 볼 수 있어 흥미로운 곳으로 유명하다.

윌굽에서 괴레메로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풍경. 마을버스 같은 돌무쉬 차창으로 오래전 화산작용으로 형성된 다양한 협곡과 돌기둥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신기한 형상을 보며 느끼는 감동은 직접 경험해야만 느낄 수 있을 듯. (photo by 신민경)

자연 그대로가 박물관이 되어버린 '괴레메 오픈 에어 뮤지엄'
괴레메 오픈에어 뮤지엄 입구. 지하철처럼 티켓을 넣고 들어간다. (15TL, 약 12,000원)

입장권을 끊고 언덕을 오르면 탁 트인 절경이 야외박물관임을 실감케 한다. 박물관의 건너편에도 수많은 돌기둥과 박해를 피해 도망 다닌 기독교인들의 흔적이 있었다. 사암지형이라 쉽게 굴을 팔 수 있다지만 구멍이 없는 돌기둥을 오히려 찾기 어려울 정도.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굴집에서 살았던 걸까? 

카파도키아에는 초기 비잔틴 시대부터 13세기 말까지의 수많은 교회와 수도원이 있다고 한다.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는 괴레메 오픈에어 뮤지엄에는 주로 교회나 수도원, 식당 등으로 사용됐던 곳이 있는데, 벽화가 그려져 있는 곳은 오스만제국 말기까지도 실제 교회로 사용했다고 한다.


(좌) 초기 프레스코화. 단순한 형태의 기하학적 무늬들이 십자가나 삼위일체 등을 표현하고 있다. (우) 동굴 수도원 입구에서 가이드북을 보는 친구. 날씨가 좀 쌀쌀했다.

돔 형태로 파인 내부에는 다양한 공간들이 있었다. 기둥과 벽, 천장에는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8~9세기 우상파괴운동으로 초기 벽화는 대부분 손실되었고, 현재 남아 있는 것은 9세기 후반~13세기 작품이라고. 

 
(좌) 최후의 만찬. 예수가 정중앙에 앉아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과는 다르게 왼쪽 면에(기둥에 가려진 부분) 앉아 있는 것이 특이하다. (우) 예수를 중심으로 둥글게 천사와 악마, 제자들이 있다.

'어둠의 교회'에서 만난 예수의 일생
성화를 파괴한 그들은 눈을 없애면 영혼이 사라진다고 믿어 손길이 미치는 곳은 모두 손을 댔다. 그나마 어둠의 교회라 불리는 카란륵(KARANLIK) 교회는 그 내부를 잘 볼 수 없어 프레스코화 보존이 잘 되어 있었는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그림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예수 탄생에서부터 부활까지, 시간순으로 성화를 둘러보며 의미를 되새기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 몇 점 소개한다. (카란륵 교회, 별도 입장료 8TL, 약 6,400원)

(좌) 예수의 탄생을 알리는 동방박사 (우)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예수를 낳은 마리아와 목욕하는 예수. 좁은 공간에 많은 이야기를 담다 보니 면 분할이 많아졌다. 그래서 예수의 탄생 장면을 언뜻 보면 하나의 그림에 다양한 이야기가 담은 샤갈의 그림이 생각나기도 한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칠이 벗겨진 부분에는 초기 프레스코화인 붉은 기하학적 무늬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부활. 왼쪽의 여자는 마리아인 것 같고 지하세계에서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예수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자들인 듯.

카파도키아를 내려다보며 맛본 점심
어두운 동굴교회들 내부를 둘러보고 나니 어느새 하늘이 맑게 개었다. 탁 트인 전망과 새털 같은 구름이 좋아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점심시간을 훌쩍 넘어있었다.  

(photo by 신민경)
터키에서의 점심은 계속 이런 식이다. 의도치 않게 간식으로 챙겨온 과일이나 삶은 계란을 먹고 때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간혹 지나가는 배낭여행자에게 딸기를 권하며 주변 정보를 듣기도 하고, 사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박물관을 다 보고 내려오는 길에 만난 한 무리의 초딩 수학여행객. 카메라를 보고 어찌나 찍어달라고 성화던지. 그 모습이 귀여워 한컷 멋지게 담아줬다. (그나저나 주소를 받지 않아 이 사진은 어떻게 보내준담...)

중간중간 경치를 볼 수 있는 벤치가 있어 관광 온 현지인들이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훈남이시길래 한컷)

입구 쪽에는 비슷한 차림의 남자 한무리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야외 박물관 내부의 찻집이나 음식점, 기념품 판매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이었다. 눈으로 오가는 관광객을 쫓으며 하릴없이 앉아 있는 모습이 무척 한심해 보였지만, 덕분에 길을 묻기도 하고 따끈한 차 한 잔 제의도 받을 수 있어 기분 좋은 오후였다. (photo by 신민경)

그러나.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우리는 그 길로 숙소가 있는 괴레메 마을로 내려갔어야만 했었다. 전날 내린 비로 험해진 로즈밸리 트래킹을, 그래서 현지 여행사에서도 가지 않는다는 그 코스를 굳이 찾아가려고 애쓰는 게 아니었다.... (To be continued~)


[에피소드]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는 '괴레메의 홍 반장' (더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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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23)

  • 2010.09.07 09:05 신고

    전 그린투어를 했었는데 못가본 곳이예요. ㅠ_ㅠ 이렇게 그린데이님 사진으로 보게되어서 좋습니다. 사진속 모습도 너무 예쁘세요. (아이도 있다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_+)
    터키 찻잔을 보니 더욱 그리워지는 오늘입니다. 다음에는 호의를 더 즐겨보세요^^

    • 2010.09.07 19:20 신고

      그린투어는 돌무쉬나 도보로 가기 어려운 먼 곳만을 묶어 관광하는 상품으로 괴레메 마을에서 걸어갈수 있는 오픈에어뮤지엄은 아마 포함이 안돼있었을꺼에요. 카파도키아에서 벌룬뜨기만을 기다리며 나흘을 보냈더니 뜻하지 않게 여기저기 다녀보게 됐네요.
      사진은.. 코스트라마님이 그러셨잖아요. 여자가 공개하는 자신의 사진이란 고르고 고른 것이라고.^^

  • 2010.09.07 12:22 신고

    정말 누가 아기 엄마로 보겠어요! 최강 동안 이셔요~^-^
    전 워낙 관심도 없고 정보도 없이 간탓에 그곳이 거기같고 거기가 그곳같고 뭐 그랬습니다;;
    그저 그늘 찾기에 급급 역시 여행은 적당히 쌀쌀할때가 좋은 것 같아요.

    • 2010.09.07 19:22 신고

      감사합니다. 샘쟁이님! 그런데 동안이 늘 장점이 되지는 않더라구요. ^^;
      비수기가 좋은 점도 있군요. 그늘찾기에 급급하셨다니 갑자기 태국 방콕의 그늘한점 없는 번쩍번쩍 왕궁이 떠오릅니다. 어찌나 숨이 막히던지...
      그래서 터키는 꽃피고 과일이 풍부해지는 5~6월이 좋다더라구요.

  • 2010.09.07 16:17 신고

    와 보면 볼수록 가보고 싶은 터키네요. 꼭 언젠가는 가고 싶어요~^^*

    • 2010.09.07 19:23 신고

      가려고만 하면 그다지 멀지 않고, 저렴한 항공권도 많은데 문제는 심적 거리인것 같아요.
      다녀온 저도 다시 갈수 없을꺼란 생각을 하는거 보면. ^^
      주근깨토깽이님 꼭 다녀오실 수 있으시길~

  • 2010.09.07 17:23 신고

    정말.. 사진으로만 지겹도록 봤지만.. 보면 볼수록 신기한 곳입니다~
    빨리 직접 가봐야할텐데요.. --;

    • 2010.09.07 19:24 신고

      사실 카파도키아는 다녀오지 않고는 감흥이 잘 오지 않는 여행지인것 같습니다.
      그저 돌무더기 같기도 하고요. ^^;

  • 2010.09.07 22:04 신고

    아 딸기 맛있어 보여요.

    • 2010.09.08 23:03 신고

      저도 애플티 대접해주세요 .

    • 2010.09.09 01:59 신고

      그런데 딸기는 우리나라 딸기가 젤 맛난것 같아요.
      터키 딸기도 모양만 예쁘지 별로 달진 않더라구요.
      터키에서는 사과를 강추! 한손에 쏙 잡히는게 사이즈도 적당하고 무척 달아요~ ^^

      미도리님. 집들이때 찻잔과 사과차를 들고가야겠네요.^^

  • 2010.09.08 03:04

    비밀댓글입니다

    • 2010.09.09 02:02 신고

      어둠의 교회가 단체관광 코스에 없었을꺼라는 추측을 (추가 비용이 드는 곳이라서?)해봤습니다.
      성지순례팀인것 같은데, 벌받을꺼에요! ^^
      일레드님 돌잔치준비 잘 하고 계세요? 앗. 그런데 다솔군 돌이 언제인가요?

  • 2010.09.08 08:11 신고

    캬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네요. 이렇게 좋은데도 다녀오시고 부럽습니다. ‘오픈에어 뮤지엄’이란 말이 아깝지 않네요. 잘 보고 갑니다.

    • 2010.09.09 02:04 신고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야 갈 수 있었습니다. 거리가 있는 곳이라 쉽지 않더라구요.
      (그렇다고 직장을 그만둬야야만 갈 수 있는 곳이라는 건 아닙니다. ^^;)

  • 노디테일
    2010.09.09 03:56 신고

    다시 보니 새록새록 *-*~ 저아라~
    (그나저나 저 롤케익은 다시 만들라면 만들 수 있을런지....ㅎ)

    • 2010.09.09 15:52 신고

      요사이 뭐하고 지내나요? 잘 놀러 오지도 않고
      맨날 나 없을때 오지 말고 함 같이 보아요

    • 노디테일
      2010.09.09 16:12 신고

      나 지난주에도 갔었는데요...;;;ㅎ
      너무 스티뷰님 없을 때만 갔나..담에 맥쥬한잔 사쥬세욥~!?ㅎ(진아 재우고 한잔?ㅎ)

    • 2010.09.10 21:50 신고

      ㅎㅎ 롤케익. 그러게.
      아쉬운대로 피자라도 구워줄까? ^^

  • 2010.09.09 15:51 신고

    나도 애플티 한잔 주시오!!!

  • 2010.09.14 17:33 신고

    정말.. 멋지네요. 터키..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그 날이.. 언제쯤 올까요? 하하..
    우선 이렇게라도 대리만족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2010.09.14 17:53 신고

      ^^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터키는, 특히 카파도키아는 일년을 있어도 좋을만큼 매력적인 곳인것 같습니다. 볼것도 많고, 사람들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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