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뭘 먹을까? '크루즈 식신로드'
- 센티멘탈 여행기/한중일 크루즈
- 2011. 8. 18. 16:16
오늘은 뭘 먹을까? 크루즈에서의 하루는 음식으로 시작해서 음식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 시간 다른 레스토랑에서 끊이지 않고 음식이 제공되니 온종일 입이 심심할 틈이 없다. 크루즈에서는 과연 어떤 음식들을 먹을 수 있을까?
윈재머 뷔페는 캐주얼 해서 더욱 편리한 식당이다, 끼니때는 식사를, 그 외의 시간에는 스낵을 제공하니 종일 다니며 원하는 음식을 가져다 먹을 수 있다. 풀사이드 뷔페 이벤트가 열리는 날엔 바다를 바라보며 야외에서 식사를, 식간에는 수영 근처에서 간단히 아이스크림과 피자를, 그리고 뭔가 제대로 된 음식이 먹고플때는 정찬식당에서 풀코스 디너를 즐길 수 있다. 어떤 음식이든 어느 곳에서든 테이크 아웃이 가능해 식당 외 다른 곳에서도 음식을 즐길 수 있으며 심지어는 24시간 룸서비스도 된다.
AM 8:00
아침 메뉴는 어느 식당이나 대동소이하다. 덜 익은 계란 후라이를 먹지 않는, 그래서 언제나 앞 뒤로 바짝 익혀 달라는 주문을 하는 중국인들 틈에서 소심하게 써니 사이드 업을 택했던 매일 아침. 서양식 아침이 맞지 않다면 뷔페식당에서 콘지(죽)에 김을 얹어을 먹을 수도 있다.
PM 12:30
특히 바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나만의 샐러드'가 예술이다. 루꼴라와 양상추, 토마토, 프레시 모짜렐라, 구운 가지 등 원하는 재료와 소스를 고르면 요리사가 그 자리에서 쓱쓱 비벼 먹기 좋게 자른 후 생 햄을 한 조각 썰어 함께 내준다.
어디 우리 동네에 이런 레스토랑 없나... 점심시간마다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달려가게 만들었던 완소 샐러드.
샐러드 바와는 별개로 점심메뉴를 주문할 수도 있다. 주로 파스타나 샌드위치 등의 간단한 요리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은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PM 6:00
로미오와 줄리엣 정찬식당에서 한번 저녁을 먹고 난 후에는 친근한 서비스에 중독되어 매일 저녁을 이 곳에서 즐겼다. 디너 타임은 하루에 두 번(PM 5:30, 8:00)이여 승선 전 시간과 테이블이 정해진다. 매일 같은 자리에서 지정된 웨이터에게 익숙한 서비스를 받으며, 함께 앉은 사람들과 하룻동안 있었던 소소한 일들을 얘기하다보면 어느새 그들과 새록새록 정이 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지막 날에는 눈물까지 글썽였단...
Starter
페타치즈와 신선한 야채 샐러드. 와인은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데, 우리나라 웬만한 레스토랑보다 가격이 착하다. 한 병 구입해 킵해놓고 식사때마다 마실 수 있으니 더 좋다.
새콤하게 절인 파프리카와 썬드라이드 토마토가 얹어진 타르트(왼쪽), 선장 주최 환영 만찬에서 제공됐던 달팽이 요리(오른쪽)
Main
메인은 스테이크에서 볶음 국수까지 다양하며 매일 매일이 다르다. 쉐프 추천 메뉴였던 안심 스테이크. 나는 미디엄, 남편은 레어로 먹는데, 매일 같은 서버에게 서비스를 받다보니 우리의 취향을 기억해 알아서 척척 가져다 준다.
웨이터가 아이에게 추천했던 닭가슴살 스테이크. 볶음밥과 함께 제공되며 스윗 칠리 소스가 들어가 달콤해서 아이가 한 그릇을 뚝딱 먹었던 메뉴다. 가슴살이지만 퍽퍽하지 않다.
생선은 가끔 비리기도 했다. 감으로는 일부 재료는 직접 가공하지 않고(당연한 건가..;) 통조림이나 냉동식품을 사용하는 것 같은데, 생선이 좀 그랬다.
한중일 크루즈라 그런지 오리엔탈 요리도 꼭 하나씩 메인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생강소스로 볶은 돼지고기 & 밥.
일본 후쿠오카에 기항한 날 저녁 제공됐던 만두. 만두를 이렇게 밥과 함께 정찬으로 낼 수 있다는 것에 감탄을~ 맛은 좋았다.
한국 음식도 있다. 순수 토종인 딸내미 때문에 한국식이 나올 때마다 골고루 시켜봤는데, 사진 속의 돼지갈비 김치 볶음은 정말 맛있었다. (김치는 사이드 메뉴로 항상 주문할 수 있다. 푸른 기가 없는 중국산 김치지만 맛은 제대로.)
실패한 갈비탕. 모양은 그럴싸한데, 맛은 국적불명이다. 당면은 태국산 운센을 사용한 듯. Seaweed Soup을 미역국으로 내멋대로 해석했다가 김국을 맛보기도 하고, 된장국에 괜한 기대를 했다가 너무 짜서 실망을 하기도 했지만 국물요리 말고는 대체적으로 만족했다.
Dessert
내가 사랑해 마지않았던 진하고 따끈한 초콜릿 수플레.... 크루즈에서 처음 맛봤다.
매일 저녁 달달한 디저트를 먹을 수 있다는건 체중 조절이 필요한 내게는 고역이었지만, 아이에겐 천국과 같았으리라~ (세 가지맛 디저트 모듬)
아이스크림 하나도 예사롭지 않다. 체리주빌레에는 진짜 체리가 들어있고, 파르페는 우리가 그동안 먹던 길다란 컵에 담긴 파르페와는 전혀 다른 형상을 하고 있었다. (검색해 보니 파르페는 과일·시럽·아이스크림 등을 섞은 디저트로 굳이 길다란 컵에 담아 먹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촌스럽게 난 파르페 맞냐고 질문을...)
하지만 디저트도 퀄리티 기복이 좀 있다. 실패한 메뉴였던 딸기 요거트와 티라미스 케이크.
야심한 시각 풀사이드 댄스파티 한켠에 차려진 스낵부페. 이보다 화려할 수 없다.
이렇게 7박 8일을 먹고 마셔댔으니... 크루즈 여행을 다녀와 체중이 늘지 않았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거짓말일꺼다. 그립고 또 그리운 크루즈에서의 식신로드. 또 언제쯤 떠나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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