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와우 북 페스티벌 '책에 취하다' 마지막 날 풍경

와우 북 페스티벌 마지막날, 부랴부랴 빈 책가방을 둘러메고 책 사냥에 나섰다. 6시에 철수라는데... 주말의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서 보낸 캠핑의 여독이 아직 풀리지 않았는지 개천절 내내 가족 모두가 골골하다. 진아의 낮잠시간 동안 잠깐 눈을 붙인다는 것이 벌써 5시. 올가을은 시작과 동시에 정말 거침없이 흘러간다. 욕심은 많은데 벌써 만삭을 향해가는 몸이 예전처럼 따라주지 않아 계획한 스케줄을 반도 소화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듯. 그래도 어쩌겠나. 짧은 가을, 부지런히 즐기는 수 밖에...   

올해로 벌써 7회를 맞는 와우 북 페스티벌은 올해 '책에 취하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다소 진부한 주제지만 '책에 빠지다, 좋아하다'라는 의미로 책에 취해 페스티벌을 축제, 놀이처럼 즐기고 소통하는 행사로 만들고 싶은 의미를 담았단다. 실제로 거리도서전이 열린 건 연휴인 10월 1일부터 3일까지였는데, 알랭 드 보통 사인회, 만화 기획전, 낭독회, 인디밴드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매년 비슷한 행사가 열리지만, 올해는 보통 씨의 등장으로 더욱 주목받는 북 페스티벌이 된것 같다.

어린이 도서관에서 받은 책가방을 메고, 노래책을 사겠다며 앞장선 진아. 매년 와우 북 페스티벌 한켠에 마련되는 '어린이 책 놀이터'는 그야말로 책과 함께 놀며 친해질 수 있는 공간으로 동화구연, 만들기 등의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진다. 또, 어린이 도서 전문 출판사들이 대거 참여해 전집이나 단행본, 구하기 어려운책 이나 중고 책 등을 직접 보고 싸게 살 기회다. 우리 집에 있는 진아 책 중 상당수는 바로 매년 이곳에서 구매한 것들. 상처 난 책들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다. 하지만 올핸 너무 늦었는지 부스 철수하는 모습만 구경했다. OTL.

이미 늦어버린 것, 마감세일 도서나 사오자며 다시 길을 나섰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이자 '일상의 철학가' 알랭 드 보통. 10월 1일 싸인회엔 못 갔지만 덕분에 사이드로 보게 된 그의 특집기사들과 강연내용 등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단.

한 부스에선 해리포터 전집을 40% 할인된 가격에 팔고 있었다. 남편이 살짝 관심을 가지는듯 싶었으나 일단 '찜'만... 
 

마감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여전히 인파로 북적이는 거리.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설마 6시 정각에 철수할까 싶었는데, 정말 6시가 되니 매대를 싹 정리하더라...;)

책 박스를 뜯어 어설픈 손 글씨로 쓴 가격표도 등장했다.

즐거운 상상 부스에서는 작년에 봤던 여행서들이 그대로 세일도서로 나왔다. 가격도 그대로. 작년에 살까 말까 망설였던 '오후 5시 동유럽의 골목을 걷다'와 '터키' 여행기로 유명한 미노님의 '유럽 숙소 여행'을 각각 4천 원에 구매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보니 2천 원에 땡처리하고 있더라는. ㅠㅠ)
 

'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을까?'

나는 그 찰나의 햇살이 내게서 급히 떠나가지 않도록 다급하게 자판을 두드렸다.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
그렇게 써놓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누구도 본인의 어린시절을 또렷하게 기억하지는 못하니까, 특히 서너살 이전의 경험은 온전히 복원될 수 없는 거니까, 자식을 통해 그걸 보는 거다. 그 시간을 다시 겪는 거다. 아, 내가 젖을 물었구나. 아, 나는 이맘때 목을 가눴구나. 아, 내가 저런 눈으로 엄마를 봤구나, 하고. 자기가 보지 못한 자기를 다시 보는 것. 부모가 됨으로써 한번 더 자식이 되는 것. 사람들이 자식을 낳는 이유는 그 때문이지 않을까? 그러면 세살 무렵부터 늙기 시작한 아기를 가진 우리 부모님은 나를 통해 무엇을 보았을까... 
 

- 두근두근 내 인생 中 (p. 79~80) -


펼쳐 들자마자 몰입한 책. 오랜만에 소설을 접해서인지 정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단숨에 읽어버렸다. 로지나님의 추천으로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긴 했는데, 매대에서 책을 보고, 책 뒷면에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 성석제의 추천서가 있는 것을 보고는 바로 사버렸다. 우울하고 비극적인 이야기지만 가볍고 경쾌하게, 때로는 엉뚱하게 이어지는 문장들이 참 매력적인 책.

그 밖에도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어 인기를 끌고 있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도 뒤늦게 한 권 샀다. 올가을은 소설과 함께 물들어 보리~

오후 6시. 부스는 모두 철거했지만 주차장 골목 끄트머리에서는 인디밴드의 공연이 한창이다. 며칠전 레츠락 페스티벌에서 봤던 로맨틱 펀치도 출연해 쌀쌀한 가을 밤을 뜨겁게 달궜다. 공연을 더 보고 싶었지만 다른 일정이 또 있어서 이만...
바삐 보낸 주말이었지만 들썩들썩 즐거웠던 지난 며칠의 이야기~.

* 이번 주말엔 '파주 북소리'에 가봐야 겠다. http://www.pajubooksori.org/ 
* '2011 서울세계불꽃축제'도 10/8 (토)에 열리는군. http://www.bulnori.com/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며 7시 반부터 일본, 포르투갈, 한국의 불꽃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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