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해외여행] 여행중 이유식, 어떻게 준비할까?
- 나만의 여행팁
- 2013. 1. 28. 14:42
아기가 태어나 분유만 먹는 시기는 대략 4~6개월까지.
이 시기의 아이들은 시간 맞춰 분유만 잘 타주면 되지만 면역력이 약해 아직 여행은 이릅니다.
아기가 점차 아기다운 모습을 갖춰 가고, 세상에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하면 부모들은 아기를 위해,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보상으로 해외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하는데요. 하지만 6개월이 넘은 아기와의 여행은 기저귀와 분유는 기본이고 개월 수에 맞는 이유식까지 챙겨야 하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이유식 먹는 아기와의 여행,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요?
9박 11일 캐나다 여행, 이유식 공수 프로젝트
고민은 갑작스럽게 9개월 둘째 군을 캐나다 여행에 데려가기로 한 그날부터 시작되었습니다. 9개월이면 한창 이유식을 먹여야 할 때입니다. 철분을 비롯한 각종 영양소를 이유식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죠. 시절이 좋아 요즘에는 세계 어디에서나 아기를 위한 병 이유식을 구할 수 있고, 국내에서는 한국 아기의 입맛에 맞게 이유식이 레토르 식품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주변에서는 여행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아이가 조금 더 큰 후에 갈 것을 권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여행 계획은 진도가 많이 나가 있었고 무엇보다 전, 떠나고 싶었습니다.
아침 먹는 9개월 둘째군 @Fox Hotel, Banff
아이와의 여행을 준비하며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비상시를 대비해 국산 레토르 제품을 몇 개 사고, 현지에서 병 이유식을 사 먹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기도 입맛이
있더군요. 엄마의 음식만을 고집하는 저희 둘째군에게 시판 이유식은 모두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시험 삼아
먹여본 시판 이유식을 모두 뱉어내는 아이를 보며 '진짜 여행을 포기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이건 비단 저만의 이야기가 아닐 겁니다.
여행기간이 3~4일이면 집에서 준비한 이유식을 먹일 수 있다.
그렇게 9박 11일의 캐나다 여행은 이유식 공수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까다로운 입맛의 둘째 군을 위해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 저는 정성스럽게 고기를 삶아 육수를 내고, 채소를 다져 엄마표 이유식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무려 4일 치의 이유식을 만들었습니다. 하루 치는 기내에서 먹을 것으로 보온병에 넣고, 나머지 3일 치는 얼려서 작은 냉장가방에 아이스 팩과 함께 넣어 기내 수하물로 가방과 함께 부쳤습니다. 기내 수하물 보관소의 온도는 냉장실 온도와 비슷하다고 하는데요. 캐나다에 도착해 확인해보니 다행히 이유식은 20시간의 비행을 마친 그때까지도 꽁꽁 잘 얼어 있었습니다. 한 끼 분량씩 포장한 이유식은 매일 길을 나서기 전, 호텔에 비치된 전자레인지에 데워 보온 도시락을 쌌습니다. 이렇게 하니 아기와 여행도 다닐만하더군요.
[Tip] 해외로 이유식을 얼려갈 때 팁
* 준비물: 한 끼 분량씩 꽁꽁 얼린 이유식, 아이스팩, 아이스박스, 전자레인지용 용기, 지퍼백, 보온 죽통
* 전자레인지용 용기와 지퍼백은 크기별로 두 세개 준비해 과일 등 아기 간식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하면 좋다.
가족과 함께한 잊지못할 숲속 피크닉 @Lake Edith, Jasper
장기여행이면 만들어 먹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시련은 여행 4일차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져간 이유식이 바닥을 보일 즈음, 대책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제가 마련한 대책이라고는 캐나다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요리를 하는 것 뿐. 부엌과 조리도구가 있는 콘도형 호텔을 미리 예약한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전기 냄비'를 사갈까 고민을 해봤지만, 조리도구를 가지고 다녀야 하니 또 다른 짐이 될 것이 분명했고, 주방이 없는 숙소에서 요리를 했다가 주변에 민폐를 끼칠까 염려도 되었습니다.
부엌이 제대로 갖춰진 호텔은 대부분 가격이 비쌉니다. 하지만 주위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이유식을 만들 수 있으니 그 정도 투자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의 이유식 덕분에 저희는 마치 캐나다에 사는 것처럼 직접 장을 봐서 요리를 해보는 즐거운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남편이 구운 티본 스테이크는 여행 중 맛본 그 어떤 음식보다도 맛있었습니다.
[Tip] 부엌이 있는 호텔 예약시 주의사항
* 주방이 딸린 호텔을 예약할 경우, 반드시 모든 조리시설이 갖춰진 Full kitchenette 임을 확인하자.
Kitchen이라고만 표기되어 있을 경우, 쿡탑없이 커피메이커와 전자레인지 정도만 제공되기도 한다.
* 도시에서는 레지던스 호텔을 예약하면 저렴하다.
부엌과 조리도구가 모두 갖춰진 콘도형 호텔의 전형적인 모습
이유식을 위한 여행중 장보기
자, 그러면 해외여행 중에는 이유식을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장을 봐야 할까요? 다 사람 사는 곳이니 겁낼 것 없습니다. 숙소 주변에 월마트나 세이프웨이, 코스트코 같은 익숙한 대형마트가 있으면 좋겠지만, 동네의 작은 슈퍼마켓에서도 충분히 아기 이유식에 필요한 감자나 당근, 쌀 같은 기본적인 이유식 재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제철 채소와 과일, 이왕이면 한국에서 비싸게 팔리는 식재료나 현지 특산품으로 준비하면 더 좋겠죠. 제가 여행한 캐나다 알버타주의 경우는 축산업이 발달해 최상급 AAA 소고기 스테이크가 유명했는데요. 마트에서 저렴하게 고기를 구입할 수 있어 도움이 되었습니다.
빵을 주식으로 하는 캐나다지만 의외로 어느 마트에서나 쉽게 쌀을 구할 수 있다.
@ Nesters Market, Banff
(좌) 캐나다 밴프에서는 최상급 알버타주 AAA 소고기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우) 자두는 초기 이유식을 먹는 아기도 먹을 수 있는 과일.
혹시 쌀이 없어 당황했다면, 아기 식품 코터에서 '라이스 시리얼(Rice Cereal)'을 찾아보자.
라이스 시리얼은 분말 형태로 따뜻한 물을 부으면 3분만에 쌀미음이 되는 간편식으로 여기에 바나나 한 쪽만 섞어도 훌륭한 한끼 이유식이 된다.
여행중 만들 수 있는 간단 이유식 레서피 (중기)
이유식 재료를 구입할때는 어른의 식단을 같이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행중에는 많은 재료를 한꺼번에 살 수 없기 때문인데요. 예를들면 어른 식단이 티본 스테이크와 메쉬 포테이토, 더운 채소와 즉석밥이라면 아기 이유식은 티본의 안심부위를 조금 잘라 끓여서 육수를 내고, 삶은 고기와 채소를 잘게 다져 즉석밥과 함께 끓인 소고기 채소 무른밥을 만드는 식입니다. 아래는 여행중 제가 응용해본 간단 이유식 식단인데요. 몇 가지 소개합니다.
1. 소고기 채소 무른밥 (티본 스테이크, 구운 양파, 더운 채소 응용)
* 재료: 소고기 안심, 양파, 감자, 당근, 쌀 (또는 즉석 밥)
* 조리법: 티본의 안심부위를 조금 잘라 끓여서 육수를 내고, 삶은 고기와 채소를 잘게 다져 쌀과 함께 푹 끓인다.
2. 아보카도 무른밥 (아보카도 샐러드 응용)
* 재료: 아보카도, 밥
* 조리법: 잘 익은 아보카도를 잘라 숟가락으로 으깨 무른 밥과 함께 섞는다.
※ 한국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지만 북미에서는 우리의 오이만큼이나 흔한 것이 익은 아보카도. 영양소가 풍부하며 초기 이유식부터 활용할 수 있다.
3. 바나나 감자 메시
재료: 바나나, 삶은 감자, 분유 물
조리법: 삶은 감자와 바나나를 으깨 분유 물을 넣고 섞는다.
혹시 호텔 조식뷔페를 이용한다면 바나나나 삶은 계란, 식빵 등을 먹여도 됩니다. 계란 노른자를 바나나와 함께 으깨 토스트한 식빵에 발라 잘라 먹여도 좋고요. 따끈하게 데운 분유 물에 식빵을 잘게 찢어 넣고 치즈를 녹여 먹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사과나 바나나 한 개쯤 가지고 나와 간식으로 먹여도 좋겠죠?
뜻이 있다면 길이 열리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고 합니다.
아기와의 여행은 긴장의 연속이지만 매 순간 함께하며 느끼는 행복의 크기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조금 번거롭고 힘들어도,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하는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할 수 있지 않겠어요?
두려워 마시고, 떠나세요. 아기도 적응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돌아올 때는 한 뼘 더 자란 아이와, 그만큼 더 가까워진 가족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여행하는 부모들이여, 화이팅! ^^
여행을 통해 동생과 조금 더 친해진 첫째양과 천방지축 둘째군. @ Lake Lou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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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T로밍 블로그(blog.sktroaming.com)에 기고한 글입니다.
아이와 여행하는 가족의 어느 평범한 아침식사 풍경. ^^;
내가 음식을 가지러 간 사이 능숙하게 아기에게 이유식을 먹이는 남편.
아이와의 여행은 남편의 절대적인 협조와 지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자~ 든든하게 먹었으면 이제 다음 목적지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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