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밸리댄서의 섹시한 허리춤이 인상적이었던 터키시 나이트
-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터키
- 2010. 11. 2. 07:30
띄엄띄엄 이어지는 터키 여행기. 무스타파 씨의 이야기를 올린 후 페이스북에서 그를 만나고는 살짝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음 편을 올려본다. 오늘은 천일야화 같은 그날 밤, 터키시 나이트 이야기.
터키어로 '세마'라 불리는 수피댄스와 밸리댄스가 공연의 하이라이트인데, 이슬람 신비주의 종파인 수피즘과 이들의 기도의식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말로만 듣던 세마를 볼 수 있다는 말에 내심 기대가 됐다. (카파도키아는 수피즘의 발상지인 콘야에서 가까워 왠지 제대로 된 세마를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만약 여기서 수피댄스를 보지 못한다면 차로 3시간 거리인 콘야에 갈 각오도 되어 있었다는.)
터키시 나이트의 식사. 양고기를 시켰더니 저렇게 된 살이 덩어리 채로 나왔다. ㅠㅠ
제대로 된 수피댄스(세마) 공연, 안타깝게도 터키시 나이트에서는 이런 공연을 기대할 수 없다는.
그러나..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큰 법. 긴 치마를 입은 남자 무용수들이 빙글빙글 돌며 무아지경에 빠져 신을 만난다는 것이 수피댄스의 핵심인데, 무아지경에 빠지기에는 회전의 속도가 너무 늦고,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비틀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차라리 시원한 차림으로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밸리댄스가 나았다는.
실망스러운 기분을 안고 숙소에 돌아와 공연을 추천해준 팬션지기에게 한바탕 불만을 털어놓는데, 그곳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는 한 밸리댄서의 영상을 틀어준다. 허리에서 골반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에스 라인. 자세히 보니 이 분, 남자다. 관객을 불러내 익살스런 포즈를 유도하며 한바탕 밸리댄스를 추는데, 보통내기가 아니다.
어디에 가면 이분을 만날 수 있는지 물었더니 현재 안탈랴에 계시단다. 터키에서 보기 드문 동성애자인데, 남자친구를 따라 안탈랴까지 가셨다는....
터키시나이트에서 채우지 못한 기대를 동영상으로 때우며 이렇게 천일야화 같은 하루가 끝났다. 내일이면 친구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홀로 터키에 남게 된다. 아직 카파도키아에 온 목적인 벌룬도 타지 못했고, 다음 여행지인 페티예 코스도 정하지 못했다. 며칠 후 셀축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국내선은 항공편으로 예약하긴 했지만,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새로 생겼다는 셔틀버스 타는 곳은 찾지 못하겠다. 이것 저것 불안한 것 투성이. 하지만 이것도 여행의 일부가 아니겠는가. 혼자 남겨진다고 해도 결코 혼자 여행하게 되지 않을 것을 안다. 아쉽고 두려운 감정을 애써 누르며 마지막 밤을 보낸다.
[Tip]
터키의 전통 춤과 세마, 밸리댄스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터키시 나이트는 이스탄불의 시르케지역과 카파도키아의 극장 두 곳에서 공연되며 가격은 40리라(3만원) 정도. 여행사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세마에 대해 집착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한번쯤 볼만하다. 특히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마지막 순서는 무희와 다국적 관광객들이 하나가 되어 즐기는 춤판으로 매우 흥겹다는. 카파도키아의 극장에서는 술과 안주가 무제한 제공되므로 사자의 젖이라 불리는 전통주 '라크(Raki)'나 터키 맥주인 '에페스(Efes)', 포도로 유명한 카파도키아산 와인을 마음껏 마셔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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