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09 17:00 / 센티멘탈 여행기/한국 구석구석
가을 하면 단풍, 단풍 하면 설악산. 해마다 설악산에서 시작된 단풍은 서서히 남쪽으로 옮아 붙으며 만산홍엽을 이룬다. 대청봉에서 시작된 단풍은 보통 10월 말에 절정을 이루는데, 올해는 조금 이른 20일경이 절정기였다. 아쉽게도 올 단풍은 극심한 가을 가뭄으로 빛깔이 예년만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산사는 이미 낙엽 진 초겨울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혹시 남은 가을 풍경이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 10월의 마지막 날, 가족은 설악산으로 향했다.
내설악 단풍길의 시작, 설악산 소공원
주차장에 차를 댈 때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소공원에 들어서니 바깥세상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절정의 단풍을 자랑하는 잘 정돈된 공원의 모습, 그리고 말 그대로 '병풍처럼' 둘러진 아름다운 산새를 보니 탄성이 절로 난다. 설악산 소공원에는 여러 품종의 나무들이 있어 오색의 단풍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산에 오르지 않고 자리에서 한바퀴 돌아보기만 해도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이렇게 멋진 곳이 있었다니...
요금은 대인 9,000원(중학생 이상), 소인 6,000원(37개월~초등생).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5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1대당 50명 정원으로 사람들을 태워 나른다. 설악의 관광명소로도 소문난 설악 케이블카는 단풍시즌에는 워낙 인기가 좋아 평일에도 평균 1~2시간은 기다려야 한단다. 월요일 오전임에도 북적이는 매표소... 대기시간 1시간을 확인하고는 줄을 섰는데, 큼지막하게 써 놓은 알림판이 눈에 들어온다. '강풍시 도보로 내려오는 경우 안전사고에 대하여 당사는 책임을 질 수 없으므로 노약자, 임산부는 탑승을 금합니다.'
오솔길 따라 가을 정취 물씬, 신흥사
소공원에서 신흥사로 이어지는 길, 산세가 완만하고 걷기에 부담이 덜해 찾는 사람이 많다. 임산부에게도 산길을 걸으며 설악의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각국의 언어로 쓰인 봉헌 기와.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불교권 국가 관광객들의 흔적이 있어 이색적이다.
푸른 바다와 기암괴석이 웅장한 외설악이 남성적이라면 계곡과 숲이 어우러진 내설악은 여성적이다. 가을 가뭄에 말라붙은 계곡이 아쉬웠지만 낙엽 지는 산사를 천천히 걸으니 시간이 더디 가는 것 같다.
길가에서 사마귀를 발견하고는 주변 환경에 따라 몸 색이 변하는 자연의 이치를 배우기도 한다.
어느덧 다다른 사천왕문, 신흥사 입구.
이제 막 낙엽을 떨구기 시작한 오래된 은행나무가 우리를 반긴다. 어렵게 만났기에 더욱 반갑고 귀한 단풍. 기와에 내려앉은 모습이 아름다워 한참을 서서 봤다.
아이는 커가고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함께 할 수 있는 지금이 소중할 뿐.
Photo by 스티브
한 폭의 그림같은 신흥사 전경. 신흥사는 신라시대 진덕여왕에 지어졌으나 여러번 소실되어 조선시대에 다시 중건했다고 한다. 중건 당시 신의 계시로 스님 세 분이 같은 꿈을 꾸어 지은 절이라해서 '신흥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데, 역사적 사실이나 의미를 떠나 산세 좋은 설악산에 자리한 절의 풍경이 참 좋다. 치장에 쓰인 오방색도 알록달록 단풍과 닮았다.
신흥사의 대웅전. 종교를 떠나 무언가를 간절히 기원하는 사람들로 가득찬 불당의 모습은 언제나 경건하고 평화롭다.
고즈넉한 산사를 뒤로하고 되돌아 가는 길.
해가 드니 단풍색이 더욱 짙어진다.
Photo by 스티브
이렇게 또 한번 단풍의 계절을 보낸다. 찬란했던 단풍도 이제 곧 말라 바스러지고 거름으로 돌아가 다시 새로운 생명을 피워내겠지. 붉게 물든 설악산에서 단풍잎 한 장을 주워 수첩에 끼워 넣으며... 나는 그렇게 아쉬운 가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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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본 그 어떤 만삭사진 보다 예쁘고 아름다우십니다!
가을의 끝에서 정말 화사하게 물든 설악을 만나고 오셨네요~
라이 2011.11.10 15:01 신고
진아 넘 이쁘고. 권금성 케이블카. 간단히 설악산 오를 수 있어 좋죠. 못탔다니 안타깝지만 그 주변도 충분히 좋으니... 저도 내후년 여름쯤엔 권금성 네식구가 가보리라... 꿈 꾸어 봅니다.
배가 많이 나오셨네요~ 그래도 만삭 티는 안나요. 여기저기 많이 다니시며 관리 잘 하신 듯~
자연분만은 언제 출산할지 몰라서 예정일 다가올 수록 긴장될 것 같아요.
낳아보니 귀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