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방콕여행. 익숙하고 새롭고 다른 7박 9일

정신없이 2015년의 절반이 가고, 진아의 첫 방학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학교에 갈 수 없음을 서운해 하는 첫째와, 아직 방학이 아닌 둘째를 얼러 함께 태국으로 떠났다. 




딱히 뭘 하겠다는 계획은 없었다.
매일 수영, 맛있는 태국 음식.그리고 휴식. 바라는 건 그 뿐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여행'인데, 하루에 한 가지씩은 뭔가 해야하지 않겠냐는 어렴풋한 부담은 있었다. 



Day 1~2 방콕으로



▲ @공항 면세구역 내 서점 - 일반구역보다 조금 더 다양한 책이 있다.


지난 발리 여행때, '인도네시아어' 책을 사서 잘 써먹었던 기억이 났는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딸아이가 우리를 서점으로 이끌었다. 몇 권의 태국어 회화 책을 펼쳐 보고 그녀가 선택한 것은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의 '여행 태국어'. 태국어는 성조가 있어 책만 보고는 의사소통하기가 어렵지만, 현지 언어에 관심을 갖는 것이 기특해 한 권 사주었다.


 @차트리움리버사이드 호텔

한낮에 도착한 방콕은 낯설었다.(한국발 방콕행 비행기는 밤에 도착하고, 돌아올 때는 새벽에 출발하는 패턴이 많다.)


▲ 무~카타!

배고프다는 아이들의 성화에 가방만 대충 던져두고 작년에 맛있게 먹었던 '무카타' 집에 갔다.

남편과 나는 얼음 맥주에 빨대 하나 꽂아줘야 태국 여행의 시작이라며, 리오 맥주를 한 잔 곁들였다.
물론, 아이들에게도, 그동안 엄격했던 콜라 한 잔씩을~  

무심한듯 멀리서 보고 있다가 알아서 필요한 것을 챙겨주는 사장님, 그 모습이 여전해서 참 반가웠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그리고는 고작 일주일 여행에 살림살이를 들였다.
호텔조식을 신청하지 않아서 아침거리를 산다는 핑계로 주방세제, 식용유, 가위까지 완비.ㅎ
사실 나는 세븐일레븐의 냉장/냉동코너를 섭렵해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었는데, 아이들도 먹겠다고 덤비는 통에 수포로 돌아갔다.



Day 3. 두씻 동물원 vs. 카오산 로드


▲ @두씻 동물원


도착 후 이틀간은 아이들이 소원하던 수영장에서 내내 살았더랬다. 한국에도 호텔 수영장이 많은데 왜 굳이 태국까지 가야만 했느냐고 묻는다면, 휴가인파, 바가지 요금, 차량 정체, 태국음식 향수병, 와코루 쇼핑 등의 이유가 있다. 또, 푸껫 등 관광지로 이동하거나 관광객 대상의 호사로운 투어를 하지 않는다면 아마 방콕은 한국에서 떠날 수 있는 해외 휴양지 중 가장 저렴하고 만족도가 높은 곳이 아닐까 싶다. (저렴한 항공권을 구한다는 전제하에.)

슬슬 수영장이 지겨워지던 여행 3일차에는 내가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계획했던 두씻 동물원에 다녀왔다. 사실 두씻 동물원은 여행 중 꼭 들러야할 코스는 아니다. 규모가 엄청나다거나 특이한 동물이 있거나 화려한 쇼가 펼쳐지는 곳도 아니다. 단지 방콕 도심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너무 넓지 않아 아이들이 다니기에 힘들지 않고, 무엇보다 동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내 마음을 끌었다. 다행히 적당히 구름낀 날씨에 날도 덥지 않아, 우리는 단체로 소풍을 온 유치원 생 무리에 끼어서 기린, 코끼리, 호랑이, 원숭이 등을 둘러 보았다. 악어만한 코모도 도마뱀이 인도를 자유롭게 누비는 모습을 보고 살짝(!) 놀랐지만, 태연한 태국인들의 모습에 '우리를 뛰쳐나온 동물'이 아님을, 그닥 놀랄필요 없음을 깨달았다.


 @파쑤멘 요새

내가 두씻 동물원을 얘기했을 때, 스티브는 내심 카오산을 계획했다.
가까운 곳에 있으니 오랜만에 추억의 갈비국수(나이쏘이)를 먹겠다는 것.

갈비나 쌀국수는 아이들도 좋아하는 메뉴라, 날이 더워지기 전에 동물원 관람을 마치고 파쑤멘 요새로 향했다.

 여전히 그자리여서 반가웠다. 오랜만에 맛본 나이쏘이의 갈비국수는 역시 꿀맛~! 아이들과 함께 밥도 한 그릇 시켜 말아먹었다. 

 @카오산로드 뒷골목


현대화된 전통시장처럼 깨끗하게 정비된 카오산로드의 메인로드보다 아직 옛 모습을 간직한 뒷골목이 좋다. 
담벼락에 나란히 등을 기대고 앉아 팟타이나 로띠를 먹는 낯선 이들이 마치 어제 본 사람처럼 반가웠다.  



Day 4. 수영장 망중한


▲ 자세히 보면 아이들과 상어놀이를 하는 내 모습이 보인다..;

▲ 영상을 찍어 구글 포토에 백업했더니 이런 영화가 만들어 졌다. 정균이가 폭 빠졌던 멜리사 누나(9살).

전날 동물원과 카오산로드를 다녀 피곤했던 우리는 다시 수영장 망중한을 즐겼다. 이건 내 경우고... 

아이들에게는 동물원과 카오산로드를 다니느라 수영장을 스킵했으니 오늘은 꼭 수영장에서 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



점심은 더 피자 컴파니의 해물피자와 스파게티, 치킨윙 세트 + 길거리 꼬치구이 + 쏨땀 + 맥주의 퓨전식으로. 7~8년 전쯤엔 피자가 무척 저렴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국과 비슷한 가격에 살짝 놀랐다. 물가가 많이 올랐다. 이밖에도 우리는 보양식 등 전에 시도해보지 않았던 여러 태국음식에 도전했다. 그건 좀 아꼈다가 다음에 소개하기로~^^ 


▲ @사톤 선착장 근처의 중국 식당 거리, 정균군은 내 손을 잡고 있었다.

저녁에는 꼬따오에서 인연이 된 다이빙 선생님을 만나러 잠시 다녀왔다.
무척 반가웠다. 그리고 말린 망고며 과일을 잔뜩 사주셔서 손이 무척 민망했다. ㅠㅠ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Day 5~7. 진아의 생일, 경험을 선물하다


 @키자니아. 호그와트는 아니지만 마법학교 클래스를 들은 학생들이 극장에서 공연을 했다.


올해 생일에는 학교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어주겠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진아의 생일은 방학중이었다. 앞으로 진아의 운명은 쭈욱~ 방학에 생일을 맞아야 하는 것인가... 잠시 함께 우울해 하다가 '태국에서 맞는 생일, 뭘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진아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키자니아' 라고 답했다.

작년 생일에도 키자니아에 갔었는데, 또 가도 좋을까? 결국, 아침 일찍, 문 여는 시각에 맞춰 시암파라곤으로 향했다. 
1년새 바뀐 곳도 있고 전에 체험해 보지 못했던 것도 많아 이날도 'Good-bye' 노래가 나올 때까지 실컷 놀았다. 
1년새 훌쩍 자란 정균이도 이번에는 누나를 따라다니며 외과의사, 은행원, 주방장, 소방관, 크레인 운전기사, 편의점 점원 등 다양한 직업을 체험했다.


 @실롬 타이 쿠킹스쿨, 낮은 조리대가 있어 아이가 직접 요리해 볼 수 있다.


하루는 진아와 쿠킹스쿨에도 참여했다. 방콕에서 거의 유일하게 아이와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실롬타이 쿠킹스쿨에서 약 4시간 동안 똠양꿍, 팟타이, 그린커리, 망고 찹쌀밥 등 아이와 내가 좋아하는 태국 음식을 직접 만들어 봤다. 이 수업에는 미국, 호주, 한국 등에서 온 다국적 여행자가 함께 했는데 모두 아이를 무척 귀여워 해줘서 고마웠단. 

▲ 직접 조리한 팟타이, 계란은 맨 처음에 풀어 넣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Day 8~9. 쇼핑, 그리고 원 없이 수영장


▲ @아시아티크, 장날처럼 부스를 차려놓고 전통 군것질 거리를 팔고 있었다. (이벤트인듯)

남은 이틀은 빅C, 아시아티크 등에서 쇼핑을 하고, 다시 수영장을 찾았다. 

▲ 피자만큼은 하와이

하루는 아예 피자와 스파게티까지 제대로 시켜놓고 온종일, 해가 질 때까지 수영을 했다. 


스티브와 나는 웰컴드링크로 제공된 칵테일 한 잔씩을 놓고 '방콕 허세샷'을 찍으며 함께 낄낄대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마지막이라는 것이 너무 서운했다.

휴대폰이 말썽을 부리는 등 소소한 문제들이 있었지만 그럭저럭 완벽한 휴가였고, 무척 행복했다.

아이들이 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부렸던 첫 여행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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